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주껏 May 10. 2024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문제는 진짜 문제가 아니다

경력잇는 여자들 <엄청난 가치> 14강_자기 돌봄 하브루타

 


 나의 요즘 고민은? 이 날의 자기 돌봄 주제는 '고민, 문제'다. 앞에 놓인 종이에는 사람의 머릿속에 각기 다른 크기의 구름들이 뭉게뭉게 떠 있다. 크기도 모양도 다른 구름. 여기에 각자가 가진 지금의 고민과 문제를 중요도와 크기와 연관 지어 적어 보았다.


 나는 중심부 가장 큰 구름에 '커리어 만들기'라고 썼다. 지난해까지 한 직장에서 20년 가까이 일을 해오다 급작스러운 건강 문제가 생겨 휴직을 하게 되었다. 건강이 너무 좋지 않아 휴직을 했다기보다 직장에서의 한계를 진작 느꼈음에도 아무런 결단을 내리지 못하던 차에, 쉬어갈 기회가 생긴 것을 활용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 울고 싶은데 누군가 뺨을 때려줘서 주저 않아 대놓고 펑펑 울 수 있었다고나 할까. 휴직을 하고 제주에 내려와 1년 가까이 회복의 시간을 가지고 지난달 드디어 제주에 정착하기로 우리 부부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모든 것은 자연스럽고 순조로웠다. 단 하나, '무슨 일을 해야 하나?'란 질문이 떠올랐고 지금은 그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밖에 정착하기 위해 집을 마련해야 하는 문제부터 연로해 가는 부모님 건강문제 등을 적어 넣었다.


 짝꿍과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시간. 27개월 쌍둥이를 키우고 있는 짝꿍은 아이들 건강과 정서와 관련한 문제, 남편의 건강 문제를 얘기했다. 그녀 역시 자신의 커리어를 잇는 것을 고민 중이었고, 언젠가 꼭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도 털어놓았다. 같은 엄마 입장에서 하나같이 공감되는 내용이었다. 짝꿍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나니 내 고민 항목은 다른 사람과 큰 차이가 있었는데, 아이와 관련한 고민 항목이 현저하게 적었다. 기껏해야 아이가 다니고 싶어 하는 미술학원 보내는 시기 정도를 고민하는 항목이 가장 작은 칸에 포함됐을 뿐이었다. 이런, 여기서 또 낙제 엄마 티가 나는 건가 뜨끔했다. 문제를 많이 품고 있는 않는 스타일인 것으로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


그림책 『문제가 생겼어요!』 표지.


 이 날 함께 읽은 그림책은 『문제가 생겼어요!(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지음, 이지원 옮김, 논장, 2010)』이다. 선생님은 제목과 결말을 가린 채 이야기를 읽어 내려갔다. 이 책은 엄마가 가장 아끼는 식탁보에 다리미 자국이라는 얼룩을 남긴 아이의 마음 고민이 너무나 잘 느껴지는 책이다. 이제 뒷이야기를 상상해 보는 시간. 내가 만든 이야기의 결말은 이렇다. 얼룩이 생긴 식탁보를 본 엄마는 많이 놀랐지만 금방 침착함을 되찾고는 아이가 남긴 자국 옆에 다리미로 같은 자국을 찍는다. 그러고는 앞으로 이 식탁보가 우리가 만든 문제들을 추억하는 소중한 물건이 될 것이라고 말해준다. 놀랍게도 책의 결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의 엉뚱한 생각들이 작가와 맞닿는 경험을 하니 무척 신기했다. 이 이야기 구성과 내 고민과 연관시켜 보니, 나란 사람이 어떤 문제들을 유쾌하게 넘어가는 타입인 건지도 되묻게 됐다.


 우리는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가? 선생님은 문제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으려면 일단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의 항목을 나누어 보면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 말이 막연하게 다가왔는데 예시를 보니 이해가 쉬웠다.


<통제할 수 있는 것>

- 나 자신을 향한 기대감

- 나 자신에게 해주는 긍정의 말

-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응하는 방법

- 인간관계에서 내가 설멍한 경계

- 나만의 신념과 생각

- 스트레스 해소법


<통제할 수 없는 것>

- 날 향한 다른 사람들의 말과 행동

- 지나간 나의 과거

- 순간적인 감정

- 다른 사람들의 선택과 그 여파

- 타인의 신념과 생각

- 내 노력의 결과

- 나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

- 다른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


 누구나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사로잡힐 때 문제 때문에 힘든 정도가 더 심해지기 마련이다. 각자 어떤 경험들이 있었는지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생각해 보니, 나 역시 지나간 과거를 붙잡고 있거나 순간적인 감정에 못 이겼던 상황들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인 '커리어 만들기'에 있어서는 내가 새로운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항상 있었음을 깨달았다. 이 역시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일단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 그다음 결과는 주어지는 것이지 나는 모르는 일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후련해졌다. 다리미 자국 하나가 깨끗하게 지워지는 마술이 펼쳐진 것 같은 하루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사이드 아웃 캐릭터 중 나를 지배하는 감정은 뭘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