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기도할 뿐...어떤 결과가 나와도 성취되는 것이다

[독서 기록] 법륜 스님의 『기도: 내려놓기(정토출판, 2010)

by 제주껏

새벽 5시, 방문 사이로 목탁 소리가 들린다. 같이 사는 짝꿍의 108배는 오늘도 어김없다. 나는 이때 일어나 새벽요가 수련을 다녀오거나 주말에는 이불속에서 목탁 소리를 자장가 삼아 늑장을 부리기도 한다. 새해를 맞아 명상을 공부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관련 책을 찾았다. 초급자를 위한 명상 책 몇 권을 주문해 놓고 기다리다가 책꽂이에서 법륜 스님이 쓴 『기도: 내려놓기(법륜, 정토출판, 2010)』라는 책을 발견했다.

‘기도’라는 단어는 신부님이나 목사님에게 어울리지, 스님이 ‘기도’를 하신다고? 살짝 의아했다. 하지만 책을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짝꿍의 108배가 그저 절이 아닌 바로 기도였음을 알았다. 동시에 ‘기도’라는 말에 대한 깊은 편견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우선, 기도는 무언가 욕심을 내고 이루려고 하는 행위가 아니다. 법륜 스님은 서문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기도에는 복을 부르는 기도가 있는가 하면 화를 자초하는 기도도 있습니다. 그래서 기도를 할 때에는 내가 원하는 것이 성취되느냐 안 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다만 기도할 뿐, 그 결과는 어떤 것이든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기도는 마음을 비우는 것이기에 어떤 결과가 나오든 모두 성취되는 것입니다.” (p. 11)



나는 그동안 크고 깊은 고정관념 속에서 살았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마음을 비우는 것이 기도라니. 이 말을 마음에 새길수록 기도라는 행위가 조건부가 아니었음을, 그래서 이토록 아름답고도 고귀한 말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오죽하면 법륜 스님은 "내가 바라는 바가 성취되는 것이 '기도'라는 고정관념이 깨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쓴다(p. 11)"고 했을까.


그렇다면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책에서는 다양한 수행법 중에 ‘참회수행’을 집중적으로 설명한다. 이것이 바로 법륜스님의 정토회에서 하는, 매일 새벽 나의 짝꿍이 실천하는 수행법이다. 참회수행은 수행문을 낭독하고 108배와 명상을 거쳐 경전을 독송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것으로 간단히 요약할 수 있다. 이 중 절을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된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다.



“참회의 근본은 마음입니다. 마음이 움직이면 몸이 따라 움직입니다. 행은 마음을 따라 일어나는 것이기에, 행을 닦는 것이 바로 마음을 닦는 것입니다. 엎드려 절을 하면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내가 참 부족하구나. 내가 참 잘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나게 됩니다.” (p. 34)


기도를 하기 위해 우리는 두 손을 모은다. 이것만으로도 몸은 앞으로 숙여진다. 이 자세에서는 교만하래야 그럴 수가 없다. 하물며 무릎을 꿇는다면, 이마를 바닥에 내려놓는다면,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던 미움과 원망하는 마음들이 출렁대며 밖으로 쏟아져 나오지 않겠나.


이러한 수행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자세는 ‘대결정심(代決定心)’이다.



“일어나기 싫지만 확 일어나 버리고, 하기 싫지만 확 해버리고, 하고 싶지만 확 멈춰 버려야 합니다. 더 큰 고통을 면하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겁니다.” (p. 87)


“내게 무슨 일이 닥쳐도, 넘어지고 자빠지더라도 대결정심을 놓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여야 비로소 업식을 소멸하고 해탈에 이를 수 있습니다.” (p. 92)



이것은 수행뿐만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기본자세로, 새해 여러 계획을 세워놓고 희망만을 앞세운 나에게 꼭 필요한 가르침이기도 했다.


오늘 새벽, 목탁소리가 나는 거실로 나갔다. 아직 절을 하겠다는 마음과 시간까지는 내지 못한 나는 108배를 하는 짝꿍 옆에 앉아 가만히 눈을 감고 명상에 들어갔다. 절을 하며 이불을 털 듯 마음을 비워내는 그와 흙탕물을 가라앉히듯 부동의 자세를 하는 나. 오늘 하루만큼은 서로 깨끗해진 마음으로 마주할 수 있기를. 날이 밝으면 집에 쌓인 먼지도 닦아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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