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라 생각했고,
끝이라 다짐했다.
시작은 이래 그렇듯
모르게 다가올 것이고,
끝이 곧 시작이라
굳게 믿었다.
시간이 흐르면
마음속 응어리도
함께 씻겨 내려가리라,
흘러 내려가면
허망한 빈 곳을
새로이 가득 채우리라.
그러나
기대와는 다르게,
믿음과는 틀리게
하나는 맞았고,
또 하나는 틀렸다.
끝이라 생각했고,
끝이라 다짐했다.
시작은 이래 그렇듯
끝남과 동시에
새로이 시작되었다.
흘러간 응어리의
허망한 자리는
또 다른 네가 차지했고,
끝과 함께 온 시작은
내가 없는 너의 모습이었다.
결국 끝과 시작은
향기만 다를 뿐이었다.
지독한 후유증에
오늘도 내일도,
끝나고 시작해도
허우적거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