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해진 저녁,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오면
눈을 감을 수가 없다.
어찌하여 그대는
깊이 숨겨 놓은 상자의 열쇠를
움켜쥐고 흔드는가.
보고 싶지 않은 장면들만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만
말하고 싶지 않은 용서만
애써 잊으려 눈물로 소리쳐
떠나보냈는데,
즐거운 듯 하나하나 눈감은 나에게
보여주려 하는가.
깊은 잠에 빠져 잊고 싶은 기억을
구태여 꺼내어 들추는 가.
어둑해진 저녁,
해가 지고 그대, 밤이 찾아오면
나는 또 상처를 마주해야 하네.
밤이여, 그대여,
상처의 늪에서 꺼내주오.
눈을 감을 수 있게 도와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