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떠오르는 기억 속
붉게 타오르는 것 같던
단풍잎의 모양이 뇌리에 스친다.
떨어지는 단풍잎은
공허한 우리 사이를 갈라놓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마음의 시위를 붙잡는다.
입 밖으로 내기전 생각했던
모든 말은 고개 숙인 네 앞에선
그저 흔들리기만 할 뿐
갈피를 잡지 못한다.
말 없이 흐르는 눈물은
내 결단을 기다리고 있지만,
내 결단은 너의 미안함을 기다린다.
어느 한쪽도 먼저 입을 열지 못하고
속으로 삼키며 되뇌는 단어들만
서로를 감싸 안으며 지키려 한다.
타오르고 재만 남은 내 마음은
되려 너를 받아들이려 하며
어깨를 두드린다.
다음번엔 꼭 용서하지 말아야지,
다음번엔 먼저 안아주지 말아야지,
다음번엔, 제발 그러지 않아주길
마음속으로 세번 읊조리며
타 버린 재를 모아 흩날려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