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만 이해할 만한 이야기를 아주 짧게 하고자 한다. 대부분의 20대 이상의 남성은 당연히 군대를 다녀왔을 터인데, 군대 가기 전에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무엇이었을까 떠올려 보자. 필자의 경우 아버지와 형에게 들었던 말들 중 가장 어려웠던 것은 딱! 중간만 하라는 말이다. 넘치지도 않고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은 딱 중간. 평범하면서 동시에 보통인 중간만 하라는 것이 생각하는 것만큼 쉽지 않았다.
왜인지 돌이켜 보면 보통과 평범, 중간만 이라는 그 기준은 너무 모호했다. 정형화되어 있는 숫자로 1부터 10까지 중 중간이 5를 선택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테지만, 우리가 사는 삶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평범한 삶을 산다는 것은 어찌 보면 대단한 능력이고 부러운 삶이 아닌가 싶다. 필자도 가능하면 평범한 나날들을 보내려고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평범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1시간 이상 운동을 하고 있다. 점심시간이면 과하지 않게 식사하려고 노력하며, 일을 함에 있어서는 부족하지 않으려고 주어진 일을 수행하기도 한다. 퇴근 후에는 하루동안 못한 가장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 열심히 집안일을 하고, 짧게라도 아이들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평범한 가정을 꾸려나간다.
나아가 주말에는 평범한 가족이 되기 위해 나들이라도 가야 하고, 대단하지는 않아도 남들 하는 것만큼 하기 위해 1년에 한 번 해외여행도 가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 외에도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알게 모르게 행하고 있는 일들이 정말 많다. 그 수가 너무나 많고 사소한 것들까지 포함되어 있다 보니, 하나하나 언급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이해하길 바란다. 평범한 삶을 생각하면 할수록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고, 나아가 지금까지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왔던 우리 부모님의 평범한 삶에 경외가 담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서두는 이쯤으로 하고, 그래서 평범한 날을 영위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먼저 고려돼야 할 사항은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 것이고 그리고, 무엇보다 나와 함께 평범한 삶을 꾸려가고 있는 가족에게 고마워하고 감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혼한 사람이라면, 평범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본인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을 것이다. 단적인 예를 몇 가지 들자면, 배우자의 도박이나 외도와 같은 평범함을 거부하는 자극적인 만족과 행복을 주는 행위들을 하지 않는 것에 고마워해야 한다. 자녀들이 밖에 나가서 사고를 치거나 문제를 일삼지 않고 집에 돌아오는 것에 고마워해야 한다.
익히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일탈 행위가 주는 쾌감과 도파민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반면에 필자가 추구하는 평범한 삶이 주는 행복은 쾌감도 도파민도 집중하지 않으면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가늘고 길다. 일탈행위가 주는 만족감에 비하면 가늘기 때문에 금방 무뎌지고, 길기 때문에 쉽게 지친다. 머리로는 분명 다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실천에 옮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평범함의 범주라는 것에 오해가 있을 수도 있을 거 같아 한번 짚고 넘어간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은 평범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지 않다. 돈을 많이 벌고 적게 벌고 가 평범함을 정해주는 기준이 아니다. 혹, 내가 유명인이어서 길에서 나를 마주치는 사람이 알아보고 매스컴에 노출이 되는 사람이라고 한들 그것이 평범함의 기준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 또한 아니다. 보통 사람처럼 무엇이 되었든 각자의 일이 있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등 일상에서 누구나 행하는 것들이 모여 평범함이 된다. 돈과 유명세가 삶의 풍요에 영향을 미치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것이 평범한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을 구별하는 것은 아니다. 돈이 없고 유명하지 않은 사람도 돈이 많고 유명한 사람도 배우자의 외도는 평범한 날을 파괴하는 일임은 동일하다. 그러니, 평범한 날을 경제적 여유와 같은 경제사회의 부산물에 묶이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다시 돌아와서 평범한 삶이 주는 가늘고 긴 행복을 마주하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실천에 옮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임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짧고 굵은 만족감을 주는 위험천만한 일탈 행위가 가늘고 긴 평범함을 넘어서지 않게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 노력을 꾸준하게 해주고 있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평범한 보통의 삶을 사는 것은 대단한 노력을 요한다. 그저 주어진 시간을 아무 생각 없이, 특별한 이벤트 없이 살아간다고 하여 평범한 삶이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평범함을 지키는 방법은 그 방법마저도 평범하다.
필자의 인생의 최종 목표는 바로 평범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죽기 전 필자에게 인생을 돌이켜 볼 기회가 주어졌을 때, 내가 살아온 발자취를 따라 주마등 흘러가는 기억 속에서 후회와 죄책감을 남기지 않는 것이 목표다. 작은 실수 한둘쯤은 그 누구라도 하면서 살아갈 테지만, 그 정도는 평범한 삶 속에서 시행착오로 저지르는 것 아닌가. 누군가에게 속죄해야 할 정도의 후회와 죄책감만 아니면 좋다. 물론 이 또한 기준이 모호하지만, 그 기준은 본인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다. 무엇이 되었든 자신을 속이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본인 마음속에 봄이 찾아오기를 노력해야 한다.
만연한 봄이 되었다. 아마,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반바지와 반팔을 입고서도 더위를 피하고 있을 우리의 모습이 보인다. 그런 여름이 오기 전 인 봄이 평범한 삶의 극치를 몸소 느껴볼 수 있는 계절이 아닐까. 아무런 걱정도 없이 사랑해 마지않는 가족과 함께 돗자리와 킥보드, 자전거를 싣고 야외에 나가 시간을 보내보자. 어디든 좋다. 나무가 우거진 숲 속도 좋고, 도심 속 숨골 같은 공원도 좋다. 아이들은 뛰어놀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두부부의 모습을 그려보자. 손을 잡고 함께 걸으며,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편안함과 그 안에서 느끼는 가늘고 길지만 확실한 행복함. 그리고 행복을 가득 채우는 감정의 평범함을 잊지 않을 수 있게 충분히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평범한 날은 멀리 있지 않지만, 구름처럼 언제든 우리의 시야에서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 모양도 형태도 조금씩 바뀌어 가며 우리의 눈을 속일 수도 있을 테고, 사라질지도 모르는 평범한 구름을 그저 눈으로 따라가는 아주 평범한 행동으로 쫓아가자. 어렵지 않다. 하지만,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행위임에는 분명하다.
우리 조금만 마음의 여유를 만들고, 언제나 곁을 내리쬐는 햇볕 한 줌과 같은 평범함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자. 오늘도 내일도 당신과 필자의 평범한 하루를 감사해하며 응원한다. 그리고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