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소뎐 (3) 인간 교육 혁명의 시원 <에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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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자크 루소(1712~1778)의 <에밀: 교육에 대하여>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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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루소의 초상화를 평생 자신의 소박한 오두막에 걸어 놓았다고 한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고 산책하고 차 마시는 시간을 정확히 지킨 것으로 유명했다. 일생 딱 두 번 산책 시간을 어긴 적이 있었다. 프랑스 혁명 소식을 들으러 갔을 때, <에밀>을 읽고 있을 때였다. 루소 철학을 대변하는 자유분방한 ‘자연주의’는, 비교적 긍정적인 의미에서 고도의 ‘형식주의자’였던 칸트에게 무궁한 영감의 원천이었다.
유럽 예술사에 관한 거작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를 쓴 아르놀트 하우저는 루소가 “민중의 한 사람으로서 말한 최초의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하우저는 “그(루소-글쓴이)의 선배들이 개량주의자, 사회 개혁가, 박애주의자였다면 그는 최초의 진정한 혁명가”라며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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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이상한 일이다”로 시작하는 <에밀>의 도입부는 “모든 것은 조물주에 의해 선하게 창조됐음에도 인간의 손길만 닿으면 타락하게 된다”라는 문장으로 이어진다. <에밀>과 더불어 루소 사상의 핵심이 담긴 것으로 평가받는 <사회계약론> 제1부 제1장에서 루소는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으나 도처에서 사슬에 매여 있다”라고 말했다.
루소는 ‘자연’의 이름으로 모든 인위적인 것, 위선적인 것을 배격했다. 구래의 전통과 관습을 부정하고, 기존 제도와 질서를 가차없이 비판했다. 그는 교육의 목표를 간명하게 정의했다. 자연의 교육이다. 루소의 ‘자연주의’는 발본적이고 불온했다.
인간의 진보와 이성에 열광하던 시기였다. ‘원시’와 ‘야만’과 ‘자연’을 주창하는 루소는 이단아였다. 그는 1755년 출간한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불평등이 인간 능력의 발달과 정신의 진보에 따라 성장하고 강화된다고 보았다. 심지어 그것은 소유권과 법률의 제정에 따라 안정화하고 합법화한다. 그는 <인간 불평등 기원론>(2003, 책세상)의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썼다.
“자연법을 어떻게 규정하든, 어린애가 노인에게 명령하고, 바보가 현명한 사람을 이끌며, 대다수의 사람들이 굶주리고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최소한의 것마저 갖추지 못하는 판국인데 한줌의 사람들에게서는 사치품이 넘쳐난다는 것은 명백히 자연의 법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140쪽)
훗날 인간 교육 혁명의 시원이 되는 <에밀>의 탄생기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는지 모른다. 1762년 4월 출간되었으나 6월 9일 국회에서 금서 처분을 당했다. 루소에게는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그날 오후 루소는 스위스로 도피했다. 11일에는 책이 불태워졌다. <에밀>은 제네바에서도 금서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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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는 1745년 그의 나이 33살에 오를레앙 출신으로 어느 여관 세탁부에서 일하던 23살의 하녀 테레즈 르바쇠르와 결혼했다. 자녀 다섯을 낳았으나 낳는 족족 모두 고아원에 보내야 했다. 어느 귀족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내 자식들의 빵을 내 계급에서 도둑질하는 것은 당신네 부자들 계급입니다”라고 외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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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역시 고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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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에밀>의 제1부 ‘유아기(출생에서 다섯 살까지)’에서 발췌한 문장들이다.
“모든 것은 조물주에 의해 선하게 창조됐음에도 인간의 손길만 닿으면 타락하게 된다.” (12쪽)
“교육은 세 가지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자연과 인간과 사물이 그것이다.” (12쪽)
“변질되기 이전의 최초 성향(=자연)에 모든 것을 조화시키는 것만이 진정한 교육이다. ... 자연과 사회제도는 양립돼 있으므로 우리는 어느 한 가지를 선택해야만 한다. 인간을 만들 것인지 시민을 만들 것인지를.” (14~15쪽)
“아이로 하여금 습관에 물들지 않도록 하라. 가장 좋은 습관은 어떠한 습관에도 물들지 않는 습관이다. 아이의 행동을 규격화하고 양식화하지 말라. 아이를 안아줄 때나 잡아줄 때도 한쪽 팔로만 하지 말라. 습관에 좌우됨 없이, 아이의 의지대로만 움직이도록 사전에 예방하고 조처하라. 그리하여 언제나 자기 자신이 주인이라는 점을 각인시켜라.” (43쪽)
“아이가 고약한 성격을 갖고 있다면 그것은 아이가 약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강하게 키워라. 그러면 아이는 착해질 것이다. 강인한 사람은 결코 악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46쪽)
“울어야 할 이유도 없는데 우는 아이는 없다. 그러나 어떤 울음의 원인은 매우 고약하다.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방편으로 우는 울음은 자연의 작품이 아니다. ... 아이의 잘못된 고집을 꺾는 방법은 간단하다. 아이보다 당신이 더 고집 세면 된다. 아이가 울면 울수록 당신은 더 냉랭하게 침묵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면 아이는 두 번 다시 울지 않으며 괴로워 어쩔 수 없을 때에만 눈물을 흘린다.” (49쪽)
* 제목 커버의 배경 사진은 장 자크 루소다. 인터넷 한국어 <위키피디아>(https://ko.wikipedia.org/wiki/%EC%9E%A5%EC%9E%90%ED%81%AC_%EB%A3%A8%EC%86%8C)에서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