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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균 Feb 19. 2017

‘시녀사’로서의 교육사 (1)

교육 소뎐 (5)

1     


교육이 인간의 선하거나 악한 본성에 관여한다는 생각은 오래된 믿음이다. 교육의 유구한 역사를 지배하는 또 다른 믿음이 있(었)다. 고대 그리스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를 통해 이 이야기를 풀어보자.


오디세우스는 강대한 힘을 지닌 지주였다. 그는 다음과 같은 일상을 영위했다.     


“(오디세우스는-필자 주) 정교하게 분류된 수많은 인원의 소치기, 양치기, 돼지치기 그리고 하인들을 멀리서부터 이끌고 온다. 그는 저녁에 대지가 천 개의 횃불로 밝혀지는 것을 성 위에서 바라본 후에야 편안히 잠자리에 들 수 있다. 왜냐하면 그의 용감한 하인들이 맹수의 접근을 막고 그들이 도둑을 울타리 밖으로 몰아내기 위해 깨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 막스 호르크하이머‧테오도르 아도르노(1995), <계몽의 변증법>, 문예출판사, 38쪽.


오디세우스는 신화 시대를 살았다. 신들 위에 신이 있었다. 그들 모두를 지배하는 최고의 신이 있었다. ‘신들의 왕’ 제우스를 포함한 최상위 12신이 위계 서열 시스템에 따라 신과 인간 사회를 지배했다.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는 “최고의 신”이라는 관념이 “시민 시대”와 함께 생겨났다고 보았다. 시민 시대의 사회에서는 무장한 귀족의 우두머리인 왕이 피정복자들을 지배했다. 의사와 예언자와 수공업자와 상인이 중개 역할을 담당했다. 시민 시대의 사회 역시 신들의 세계처럼 위계 시스템이 통치하였다.


시민 시대는 유목 시대가 끝나면서 “확고한 소유”를 바탕으로 한 사회질서를 통해 만들어졌다. 오디세우스가 노동하는 사람들을 “정교하게 분류”해 마치 그들을 지배하는 “최고의 신”이 된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지배와 노동이 철저하게 분리되었다.


어떤 힘이 오디세우스와 같은 우두머리 왕을 만들어낸 사회를 지탱하였을까. 정치 시스템과 강력한 권력 구조만으로는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그 바탕에 ‘교육’이 있었다고 믿는다.     


2     


인간 교육에 관한 오래된 ‘이상’이 있다. 교육이 무지한 인간을 계몽해 인류 문명을 진보하게 한다는 것. 일반적으로 계몽은 인간의 이성을 긍정한다고 전제된다. 계몽주의 교육은 인간 이성과 지성의 힘으로 부당한 권력구조를 타파하고 극복하는 데 목표를 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몽은 인간을 ‘구원’했을까.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는 <계몽의 변증법>에서 계몽이 예로부터 인간에게서 공포를 몰아내고 인간을 주인으로 세우는 목표를 추구한다고 보았다. 그런데 이들에 따르면 계몽을 통한 진보는 끊임없는 퇴행이라는 저주를 내린다. 계몽이 강조하는 지식은 사유의 빈곤, 나아가 경험의 빈곤을 가져온다. 계몽에 지배되는 정신은 타인을 지배하고 자기 스스로를 통제하는 도구가 된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교육은 이렇게 규정했다. 교육은 인간에게 노동이라는 객관적인 행동방식을 강화하며, 인간이 긴장을 풀고 자연의 다양성 속으로 용해되는 것을 막아준다. 이제 교육은 개인을, 한 사회를 이루는 단단한 분자나 부분이나 요소로 고착화시키는 과정이 된다. 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정치와 권력이 교육에 관여하기 시작한다.


권력(국가)에 복무하는 교육의 역사가 인류 문명의 역사와 함께하게 된 배경을 이런 논리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정치와 권력이 주목하는 교육 방식은 아주 단순하다. 지배하는 정신은 타인을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때까지 교육한다. 지배당하는 정신은 스스로 통제하여 타인에게 지배당할 수 있을 정도까지만 교육한다.


이를 위해 두 가지 원칙이 적용되었다. 첫째, 권력이 교육을 직접 담당했다. 그런 점에서 고대에 오늘날과 비슷한 의미의 교육이 있었다면 그것은 넓은 의미의 공교육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둘째, 교육이 귀족과 같은 일부 특권층에게만 허용되었다. 예를 들어 기원전 4천 년 고대 이집트에서는 왕이 사제와 고위관료와 장교 등 국가 운영에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교육을 독점했다.


이 시기 중국과 인도,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가령 우리나라 삼국 시대의 고구려에서는 최초의 관학(官學) 기관으로 설립된 태학(太學)에서 국가 관리를 양성했다. 이 학교에는 귀족 자제들만이 입학할 수 있었다. 사립초등교육기관인 경당(扃堂) 역시 문무를 겸비해 국가에 봉사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기초교육기관이었다. 백제에서는 전문 소양을 갖춘 박사들이 국가 인재를 교육했다.


신라의 화랑제도는 귀족의 아들만 모아 이들을 국가 수호의 전사로 훈련시킨 일종의 사관교육 제도였다. 화랑 시스템은 매우 위계적이었다. 최고 책임자인 국선(國仙)이나 풍월주(風月主) 아래 3~8인의 화랑이 있었고, 다시 그 아래로 수백이나 수천 명의 낭도(郎徒)로 구성되는 작은 집단들이 소속되었다. 15~30세의 육두품 귀족 자제에게만 입학을 허가한 국학(國學)도 있었다. 여기에서는 유학 연구와 관리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이 9년간 실시되었다.     


3     


서양 교육의 원류는 고대 그리스의 스파르타와 아테네였다. 스파르타는 세 계층으로 나뉘어 있었다. 통치 계급은 ‘호모이오이(Homoioi)’였다. 스스로 ‘평등자’라고 부른 그들은 완전한 자유민이었다. 두 번째 계급으로 ‘변두리 사람들’이라는 뜻의 반(半)자유민 ‘페리오이코이(Perioikoi)’가 있었다. ‘헬로트(Helot)’가 가장 낮은 계층이었다. 피정복지 출신 노예가 대부분이었는데, 헬로트 7명이 스파르타인 한 사람을 모실 정도로 그 수가 많았다. 이들은 평소 농사를 짓다가 전쟁이 나면 출전해 스파르타 전사들의 보조병이 되어야 했다.


스파르타는 모든 국민을 군인으로 만드는 교육으로 유명했다. 20세~60세 사이의 스파르타 인은 모두 중장보병이 되었다. 전 국민의 군대화에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었다. 건국 초기에는 영토의 기틀을 다지고 확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전쟁을 벌였다. 이후 영토가 넓어지고 노예 수가 늘어나자 이를 잘 다스리기 위해 완벽한 군사화에 박차를 가했다. 노예들의 저항과 반란을 막기 위해 강력한 군대를 기르는 데 주력했다.


스파르타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부모가 경험 많은 노인이 있는 레스케(Lesche)라는 공회당으로 아기를 데려갔다. 아기가 골격이 비뚤어졌거나 기형이거나 허약하다고 생각되면 깊은 골짜기에 아기를 버렸다. 7살이 되면 아고게(Agoge)라는 공교육기관에 들어가 강한 신체 훈련과 군사 교육을 받았다.


아이들은 20살에 이르러 완전한 전사가 될 때까지 매년 한 번씩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 신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채찍을 맞았다. 국가에 대한 복종심과 인내력을 기르기 위해서였다. 전사가 되기 위한 최후의 비밀스러운 행동은 ‘크립테이아(krypteia)’였다. 농촌의 헬로트들에게 접근해 그들을 죽이는 ‘살인 의식’이었다. 아고게를 졸업하는 아이들은 명령에 복종하는 완벽한 ‘전쟁 기계’가 되어 있었다.


아테네에서는 자유시민들에게만 교육의 기회가 부여되었다. 그들은 사람들이 개성을 발달시키고 교양을 쌓아 책임감 있는 시민으로 성장하기를 바랐다. 여가(schole)가 없었던 노예들은 교육을 받거나 학교에 갈 수 없었다. 노예는 사람이 아니라 ‘말할 수 있는 도구’에 불과했다. ‘노예교사’인 파이다고고스(paidagogos)만이 아이들을 학교로 데리고 다니면서 가르쳤다.


교육사가들은 아테네의 교육이 자유교육(liberal education)의 시원이었다고 평가한다. 개성을 존중하고 자유시민으로서의 교양을 연마하는 교육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순수하게 개인주의적인 교육이었다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18세가 된 아테네 엘리트 청소년들은 국가에 대해 충성 서약을 하고 2년간 교육을 받았다. 그 뒤에야 완전한 시민자격을 얻었다. 그들의 자유와 개성은 국가의 이름 아래 일정하게 통제되었다.


* 제목 커버의 배경 그림은 외눈박이 거인을 취하게 하려고 포도주를 건네고 있는 오디세우스다. 인터넷 한국어 <위키백과>(https://ko.wikipedia.org/wiki/%EC%98%A4%EB%94%94%EC%84%B8%EC%9A%B0%EC%8A%A4#/media/File:Odysseus_bjuder_cyklopen_vin,_Nordisk_familjebok.png)에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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