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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균 Feb 20. 2017

‘시녀사’로서의 교육사 (2)

교육 소뎐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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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철학의 시원 중 하나인 플라톤은 교육을 이상적인 국가 통치를 위한 유효한 수단으로 인식했다. 그는 교육을 통한 철인정치를 꿈꾸었다. 정치적인 이유로 고국을 떠나 타국을 유랑하던 그가 아테네로 거듭 다시 들어간 이유는 왕을 통해 이상적인 정치를 실현하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동굴의 비유를 통해 이상적인 교육을 말할 때 그가 꿈꾸었던 인간상은 국가가 지정한 각자의 자리에 서서 책임감 있게 살아갈 줄 아는 사람이었다.


플라톤이 구상한 이상국가는 세 계급으로 이루어진다. 철인이 지배계급이다. 지혜와 지성으로 국가를 통치하는 계급이다. 무력으로써 국가를 지키는 군인들로 이루어진 수호계급이 두 번째다. 마지막으로 노동자계급은 국가에 필요한 물자를 만들어내는 생산계급이다. 


이들 계급 사이에는 ‘사다리’가 없다. 각 계급의 교육은 차별적이다. 지배계급은 지혜, 수호계급은 용기, 생산계급은 절제의 덕을 배워야 한다.


플라톤은 국가가 정점에 놓이는 유기체로서의 공동체를 기획했다. 신분에 따라 나뉜 계급들은 국가라는 공동체의 적재적소에 놓여 각자 맡은 바 소임을 다해야 했다. 아테네에서는 새로 태어난 아이들이 부모에게 떨어져 양육되었다고 한다. 가족이나 가계의 혈통으로부터 자유로워 국가를 위해 충성하는 시민들을 기르기 위한 조치에서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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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교육을 지배해야 한다는 플라톤의 원대한 기획은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에게 그대로 이어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헌법을 영속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을 정치 형태에 적응시키는 작업이다. 시민은 그들을 통치하는 정치 형태에 따라 도야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 이성의 힘을 믿으면서도 동시에 인간이 언제든 악한 존재로 전락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교육을 통해 덕을 함양하지 않으면 인간이 동물 중에서 야만과 탐욕이 가장 가득찬 존재가 된다고 보았다. 그는 국가에 의한 사회적 통제만이 언제든 무서운 동물이 될 수 있는 인간에게 덕을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 교육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교육은 정치에 복무하는 도구였다. 국가는 교육을 장악해 체제를 유지하고 공동체를 존속시켜야 한다. 그는 “그대들은 국가로부터 큰 혜택을 받고 있다. 동시에 사회 조직에 의해 헤아리기 어려운 안전이 보장된다. 법이 준수되고 있으므로 그대들의 자유가 가능하다!”[고려대학교 교육사철학연구모임 편(2009), 위의 책, 40쪽.]라고 단언했다. 최상의 기예(master art)는 (국가를 위한) 정치학이었고, 교육은 그런 정치를 위해 존재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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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 이래 최대 제국을 건설한 로마는 현실에서 국가를 완전한 전체로 구현한 생생한 사례였다. 최초 시기의 로마는 공화정에 기초한 군주제적 헌법을 가진 도시국가였다.[콘라트 파울 리스만‧빌헬름 베르거(2015), <권력>, 이론과실천, 46쪽.] 그것은 명문귀족들로 구성된 행정국가의 형태를 띠었다. 로마 제국은 300년경에 이미 100여 개의 지방 주로 나누어졌다. 8만 킬로미터의 도로로 연결된 제국의 관할 영토는 또 다른 거대 국가들이었던 중국, 이집트, 바빌로니아보다 더 넓었다.


로마 제국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위계적이고 분배적인 시스템을 자랑했다.[콘라트 파울 리스만‧빌헬름 베르거(2015), 위의 책, 47쪽.] 권력 기능이 수평적‧집단적인 중첩 연결구조를 통해 유려하게 작동하였다. 공화국과 제국은 모든 내부 투쟁을 관통하면서 하나의 계급에 의해 철두철미하게 지배되었다.


리스만과 베르거에 따르면 지배층은 “무정형의 사회적 그룹들”이 제공하는 ‘빵과 놀이’로 살아갔다. 노예 폭동이나 군인 반란이 일어났을 때에는 채찍으로 무자비하게 다스렸다. 성서에 기록된 예수 시대의 모습을 떠올려 보라. 식민지 예루살렘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이는 유월절이 되면 로마 군인들이 성전 안팎 곳곳을 다니며 불온한 분위기를 감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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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제국의 교육 변천사를 일별하면 완전한 통일체로서의 국가 이미지를 강조하는 쪽으로 변화하였음을 알 수 있다. 기원전 2세기 중반(B.C.146년) 그리스를 정복하기 이전의 공화시대 로마에서는 가정교육이 중심이었다. 자녀 교육의 책임이 부모에게 있었다. 소년들은 아버지를, 소녀들은 어머니를 모방하며 배웠다. 이후 제정시대가 되자 학교교육에 큰 방점을 찍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제국의 쇠락을, 체계적이지 못한 가정교육으로는 막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로마의 교육은 귀족 중심의 특권 교육이 주를 이뤘다. 소년들은 아버지를 따라 정치활동과 사교활동을 하면서 실제적인 사회 지식을 배웠다. 귀족 자제들은 16세에 유력 정치인 아래서 정치를 배웠다. 17세에 이르러서는 군대에서도 활동했다.


로마 제국에서 최종적인 고등교육은 수사학교에서 담당했다. 16세 이상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웅변가 양성이 주된 목표였다. 로마 교육에서는 언어 능력을 중시하였다. 수사학, 웅변술, 토론술 등이 주요 교과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표면적으로 지적 도야가 중시되었으나 실제로는 뛰어난 언어 능력과 토론‧담화 기술을 통해 국가 시스템에 실질적으로 봉사할 수 있는 역량을 육성하는 일이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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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중세(5세기 후반~15세기)는 서로마 멸망(476년)부터 동로마, 곧 비잔틴 제국의 멸망(1453년)까지 이르는 1000년 간을 가리킨다. 그리스와 로마 문화, 기독교 문화, 게르만 문화 등이 어우러진 시대였다. 중앙집권적인 제국의 지배체제가 몰락한 이후 영지 분할과 농업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봉건 영주제가 발달하였다.


무엇보다 중세는 신의 시대였다. 정치와 사회문화의 핵심이 기독교였다. 로마 가톨릭 교회와 교황의 지배권이 전 유럽에 걸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중세교육 역시 기독교 교리를 바탕으로 신의 권위를 절대화하여 종교 권력에 순응하고 복종하는 인간을 양성하는 데 목표를 두었다. 중세의 계급구조와 결탁하여 기독교 지배계급의 통치와 권위를 정당화하는 교육이 중점이었다. 세속교육을 대표하는 기사도 교육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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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기독교교육은 문답학교, 고급문답학교, 사원(본산, 감독)학교, 수도원학교, 궁정학교 등에서 실시되었다. 기독교 세례 준비를 위한 기초교육 단계인 문답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들에서는 교사나 교회 지도자 양성(고급문답학교), 교회 지도자와 성직자 양성(사원학교), 수도사 양성(수도원학교), 왕족 교육(궁정학교) 등 기독교 지도자층과 왕족을 위한 특권교육을 실시하였다.


기사(knight) 계급은 기독교와 봉건제의 산물이었다. 기사도 교육은 무지한 기사들이 기독교 정신을 습득하고, 군사적‧사회적 덕목을 익혀 교회와 봉건 영주에 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기사가 될 수 있는 사람은 해당 가문 출신으로 그 신분과 자격이 엄격히 제한되었다. 


7세에 부모를 떠나 영주 저택이나 궁정에서 귀부인의 시동(侍童, page)으로 생활하면서 14세까지 예법과 충성심 등을 익혔다. 14세부터 21세까지 종자(從者, squrie)로서 기사가 갖춰야 할 7가지 기예 수업을 받았다. 21세에 기사입문식을 치르고 정식 기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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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중세 시대 교육에서 현대적인 의미의 보편‧평등교육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중세 시기 가장 대표적인 교육기관이었던 사원학교가 훗날 일반인 자녀들을 받아들였다고는 하나 평등주의에 입각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필립 아리에스가 정확히 지적한 것처럼, 중세의 학교는 아이들을 위한 학교가 아니었다.[필립 아리에스(2003), <아동의 탄생>, 새물결, 524쪽.] 


표면적으로 보면 기독교학교들이 여러 연령대의 학생들에 따라 분화되어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것들은 다양한 연령대의, 또는 “젊거나 나이 많은” 성직자들을 양성하기 위한 목표를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비슷했다. 그래서 아리에스는 중세 시기의 학교들이 ‘기술학교’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교회 지도자를 양성하는 ‘(성직)기술사관학교’ 정도로 바꿔 불러도 크게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 제목 커버의 배경 그림은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에 등장하는 주인공 돈키호테다. 인터넷 <나무위키>(https://namu.wiki/w/%EB%8F%88%ED%82%A4%ED%98%B8%ED%85%8C)에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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