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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균 Feb 20. 2017

해직은 ‘그들의’ 일이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새로운 ‘출발’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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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5월 28일, 민족‧민주‧인간화교육을 기치로 한 교사‧직원들의 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출범했다. 전국적으로 2만여 명의 교사들이 600개 분회를 만들어 참교육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의 뒤를 이어 출범한 노태우 정권은 1527명의 교사들을 강제로 해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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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폭압에 항거하는 교사‧학생들이 전국에 물결쳤다. 농성, 단식, 시위, 삭발, 모금운동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이 동원되었다.[아래 학생들의 여러 ‘투쟁’ 사례는 공현‧전누리(2016), <우리는 현재다>, 빨간소금, 212~220쪽을 참고함.]

서울 남서울중에서는 스프레이로 교사 석방과 교원노조를 지지하는 글을 학교 담벼락에 썼다. 인천 세일고에서는 학생들이 해직교사의 대리로 들어온 임시교사의 교실 출입을 막고 경찰과 대치하면서 수업을 한 달간 거부했다.


목포 홍일고에서는 학생 1500명이 시험을 거부했다. 경남 거창종합고에서는 전교생이 교사들을 지지하는 학생들에 대한 징계조치 위협에 항의해 자퇴서를 제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광주 동아여중고에서는 학생들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교사들을 ‘보호 감금(?)’해 징계위를 무산시켰다.


교원노조 지지 움직임은 개별 학교 차원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해 6월 광주지역고등학생대표자협의회(광고협), 부산지역고등학생대표자협의회(부고협), 마산‧창원지역고등학생대표자협의회(마창고협) 등 연합 조직이 꾸려져 교원노조 지지와 시위 운동에 나섰다.


광고협은 ‘독보적인’ 활동을 펼쳤다. 20여 개 학교 중고생 2만5000명이 거리로 진출하는 시위를 기획했다. 실제 전남대에서 5000명이 모여 ‘교직원노조지지 및 징계 철회 요구 연합대회’를 개최한 뒤 거리 진출을 막는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했다. 1989년 겨울까지 전국적으로 250개 학교 47만여 명의 학생들이 직접 행동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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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뜨거운 응원과 저항 속에 출범한 전교조는 올해 28주년을 맞는다. 현재 법외노조 상태다. 2014년 해직 교사에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한 내부규약을 근거로 정부가 전교조의 노조 지위를 박탈했기 때문이다. 이후 교육부의 ‘노조 전임자 복귀 명령’을 거부해 전교조 교사 34명이 해직되었다.


전교조에게 교사 34명의 대량 해직 사태는 1999년 합법화 이후 최대 위기다. 전교조의 위기는 2010년 이명박 정부 때 시작되어 박근혜 정부에서 본격화한 전교조 법외노조화 ‘공작’에 말미암은 바 크다.


전교조 법외노조화가 정치공작의 결과였다는 사실은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업무일지)을 통해 밝혀졌다. 비망록에 따르면 청와대에서 “나흘에 한 번 꼴”로 전교조 탄압 논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 비망록에서 전교조는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등과 함께 “탄압 2대 과제”의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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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로 이어진 전무후무한 국정 농단의 ‘진실’이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 전교조의 위기는 일차적으로 정권 차원의 부당한 탄압에서 비롯되었다. 박근혜-최순실의 국정 농단 어느 한 축에 분명 교육 분야가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의 이대 부정 입학, 교육부가 기를 쓰고 붙잡으려고 하고 있는 국정 역사교과서 들이 방증이다.


전교조는 ‘위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까. 작년에 전교조 교사 34명의 대량 해직 사태가 불거졌을 때, 전교조를 지지하는 학생‧학부모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을 별로 감지하지 못했다. ‘동지’라는 전교조 조합원들 사이에서조차 별다른 동요나 저항의 몸짓이 별로 나오지 않았던 듯하다. 해직은 ‘그들의’ 일이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과문한 탓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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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는 여느 ‘진보’ 세력에 비해 조직력과 투쟁력의 밀도가 높은 집단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EAI)>이 2005년부터 2년 주기로 전국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파워 조직 영향력-신뢰도’ 조사 결과를 보면 전교조가 영향력과 신뢰도에서 각각 16위, 15위(이상 2013년 조사 결과) 등으로 10위권 중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민주당, 국가정보원 등 거대정당이나 국가권력기관 등과 맞먹는 순위다.


전교조가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선명한 대정부 투쟁을 지속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더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 있다. 학교 안팎의 교육 현장에서 교사‧학생‧학부모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연대하는 일이다. 그 출범기에 전국의 수많은 학생들이 전교조를 지지하고 그들을 위해 저항한 근본 배경이 무엇이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상대적 ‘약자’들의 조직인 노동조합은 대중 조직으로 거듭날 때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무엇보다 다수 대중이 노동조합의 그늘 아래 모여 있어야 한다. 전교조를 포함한 교원노조의 조직률은 10퍼센트대 초반을 간신히 넘긴 상태다. 나머지 90퍼센트에 가까운 교사들이 노동조합을 ‘동반자’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전교조의 ‘투쟁사업’이 갈수록 현장(교사‧학생‧학부모)과 멀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까닭이 무엇인지 찬찬히 살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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