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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균 Mar 26. 2017

‘새 대가리’는 사양합니다

동물의 의사소통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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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공중에 있는 새들의 왕국으로 가 보자. 이 분야에서는 ‘알렉스’가 유명하다. 알렉스의 가족은 미국 MIT 대학 소속의 조류학자 이렌느 페퍼버그(Irene M. Pepperberg)다. 페페버그는 대학원 박사 과정 중이던 1977년 6월부터 13개월 된 아프리카회색앵무새 한 마리를 애완 동물 가게에서 구해 영어를 가르쳤다. 아프리카회색앵무새는 아마존앵무새와 더불어 동물계 전체에서 인간의 말을 가장 잘 따라 하는 동물로 정평이 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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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버그는 인간의 새로운 기술 습득과 사회화 과정에 대한 연구법을 빌려 와 알렉스를 훈련시켰다. 이를 통해 알렉스가 단순히 사람의 말을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까지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페퍼버그는 알렉스가 다양한 음성 부호를 이용해 물건들을 구별하고,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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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는 모든 실험에서 평균 80퍼센트의 정확도를 보여 주었다. 실험자가 금색 열쇠와 이보다 더 큰 녹색 플라스틱 열쇠를 들고 “알렉스, 몇 개지?” 하고 물으면, 알렉스는 15초가 지난 후 “둘”이라고 대답했다. “어느 것이 더 크지?”라는 질문에 곧장 “녹색 열쇠”라고 답했다. 나무로 된 아이스크림 막대를 가리키며 “무슨 재료지?” 하고 물으면 정확하게 “나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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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사례를 보면 알렉스가 어떤 소리가 특정한 물건의 이름을 지칭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페퍼버그의 회상을 따라가 보자. 실험 초창기에 알렉스가 은색 열쇠 사용법을 익히는 훈련을 하고 있을 때였다고 한다. 우연히 붉은 색 열쇠를 본 알렉스가 그것을 ‘키(key)’라고 정확하게 구별해 말했다. 붉은 열쇠의 색깔과 무관하게 그 모양을 보고서 문제의 물건이 열쇠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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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련사들은 12년 동안 알렉스에게 많은 과제를 내주며 언어 습득 실험을 진행했다. 알렉스는 바나나, 코르크, 의자 등 최대 100여 가지의 물건까지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모양을 언어로 묘사했으며, 물건의 수효를 6개까지 헤아릴 수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 빨강, 파랑 등의 색깔 일곱 가지도 댈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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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알렉스는 서른한 살의 나이로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노환이었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New Times)> 기사에 따르면, 알렉스는 죽기 전날 페퍼버그 박사에게 다음과 같은 두 마디 인사말을 던졌다고 한다.     

“착하게 있어. 사랑해.”     


알렉스는 본격적인 추론을 하지 못했다. 대형 유인원과 달리 전날의 일이나 다음날에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침묵을 지켰다. 그런데 훈련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기초적인 대화를 나누는 등의 ‘언어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뉴욕 타임스>는 앵무새 알렉스의 의의에 대해 2007년 9월 12일에 게재한 사설 한 토막을 통해 다음과 같이 정리해 주었다.     


“동물들에 대해, 특히 동물들이 생각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은 세상을 양면 거울로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중략) 이 연구의 가치는 우리 주위에 있는 동물들을 우리가 얼마나 하찮게 여겨왔는지 새삼 깨닫게 했다는 데 있다.”     


사람들은 머리가 나쁜 사람을 향해 ‘새 대가리’라는 비속어를 쓰며 조롱하곤 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알렉스가 통쾌한 한 방을 먹였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 제목 커버의 배경 사진은 앵무새다. 'pixabay.com'에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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