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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균 Jul 03. 2017

교사성과급제, 나는 오해했다

성과급제 ‘빡침 경보’

1    


거실에 깐 이부자리에 등을 대고 누웠다. 시험 문제 출제와 문상으로 몸이 피곤했다. 바로 전까지 뒹굴거리던 둘째 숨소리가 편안하게 들렸다. 잠이 금방 들 것 같았다.


“성과급 들어왔어요?”


안방에서 한창 전화기를 들여다보던 아내가 거실로 나와 물었다. 나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그런 것 같아.”
“근데 왜 200만 원이 안 돼요?”


성과급제에 200만 원이 넘어야 하는 법이 있나. 잠을 향해 느긋한 기세로 천천히 흐르던 혈류들이 격렬히 솟구치기 시작했다.


“몰라! 최저 등급이니 그 정도 나온 거겠지?”


아내가 대꾸 대신 묘한 웃음을 지었다. 안다. ‘올해 또 최저 등급이에요?’ 하는 ‘확인 사살’성 질문이 담긴 웃음이라는 걸. 어느새 나도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래. 올해도 최저 등급이야.”    


2    


이악스러운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유감스럽게도 교사들 가운데 이악스러운 이들이 많은 것 같다. 학교마다 성과급제에 따라 지급되는 돈에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들이 한둘씩 있다. 그들과 말을 섞다 보면 나도 모르게 심각한 ‘빡침 경보’ 앞에 서게 된다. ‘뭣이 중헌디’ 하는 말이 목 끝까지 몇 번이나 차오른다.    


3    


문득 이런 계산을 해 본다.


43만 명의 교사가 있다. 교사들은 지급 시기를 전후로 성과급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나처럼 빡침 경보 앞에 서는 이들이 태반이다. 성과급제 폐지 의견을 갖고 있는 교사들이 90퍼센트를 훌쩍 넘는 게 방증이다.


성과급제로 인한 부정적 심리 작용이 가져오는 손실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따져 보자. 먼저 빡침 1회당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담배 1개피를 피운다고 하자. 담배 1개피 값은 4500원짜리를 기준으로 225원이다. 43만 명의 90퍼센트는 38만7000명이다. 기본 계산식과 결과는 다음과 같다.    


(가) 225원×(43,0000명×0.9)=8707,5000원    


빡침의 평균 횟수를 어느 정도로 잡아야 할까. 내 경험과 동료 교사들에 대한 관찰을 바탕으로 보면 적어도 7회 정도로 잡아야 하지 않나 싶다. 다음과 같은 경우들이다.


(1) 학교 내 성과급관리위원에서 성과급 평정 기준을 정할 때, (2) 교사 개인별로 성과급 평정표를 작성할 때, (3) 받아들이기 힘든 등급이 전화 문자로 통보될 때, (4) 그 결과를 교육청에 보고한다고 할 때, (5) 성과급이 지급될 때, (6) 해마다 똑같은 방식으로 만들어 학교에 내려보낸 성과급 관련 설문지를 만날 때 들이다.


단골 최저 등급 교사인 나 같은 경우는 몇 회를 더 추가해야 한다. (1) 이의신청을 했는데도 결과가 바뀌지 않을 때, (2) 집에서 예의 상황과 같은 신경전을 벌일 때 들이다. 이러한 점들을 두루 고려하여 기본 계산식을 확장해 보자.    


(나) 8707,5000원×6회=5,2245,0000원

   

4    


담배 1개피로 성과급제가 야기하는 빡침이 사라지지 않는다. 국물 딸린 순대 한 접시나 오징어 한 마리라도 앞에 놓고 술잔을 기울어 주어야 한다. 1차 소줏집(순대국밥 7000원, 소주 1병 6000원)과 2차 맥줏집(오징어 1마리 1,5000원, 프리미엄 맥주 3병 1,2000원)을 기본으로 (나)를 확대해 보자.    


5,2245,0000원+[38,7000명×(7000원+6000원+1,5000원+1,2000원)]=160,0245,0000원   

 

160억이 넘는 돈이 성과급 시즌에 맞춰 돈다. 철밥통 교사들 덕분에 꽉 막힌 민생경제 혈관이 더 잘 도는 건가. 놀라운 사실이다. 알량한 교사 자존심 따위 버려도 되는 거창하고 아름다운 명분이다!     


안 되겠다. 그간 성과급제를 많이 오해했다. 이제부터 나는 성과급제의 민생경제 활성화 효과를 널리 알리는 데 힘써야겠다. 빠진 비용 요소 있으면 알려 주시라.


* 제목 커버의 배경 사진은 티스토리의 개인 블로그(http://macbul.tistory.com/50) 에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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