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국가의 교원평가제와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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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국제교원노조연맹(EI) 총회는 <교사라는 전문 직업의 미래에 대한 결의문>을 채택하면서 교원평가를 미래 교원들이 일하게 될 환경의 중요 요소로 정식화하였다. 이아이는 교원평가가 교사의 강점과 개발에 대한 욕구를 찾아내는 피드백에 근거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교사들은 그들이 전문가로서 느끼는 요구뿐만 아니라, 그들의 강점에 대해 정직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하며 이 때문에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고 여겨야 한다. 개인에게 금전적 보상을 주는 것, 예를 들면, 성과급과 같은 것이 학교에서 효과를 발휘한다는 증거는 없다. 교원평가가 교사들에게 필요한 양질의 전문성 개발 기회를 찾아내서 제공할 때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한다는 증거는 수도 없이 많다. - 국제교원노조연맹보고서(2015), <교사의 전문성, 어떻게 만들어지나>, 살림터, 310~311쪽에서 재인용함.
그러나 교원평가에 대한 논란은 끝이 없다. 훌륭한 교사를 나쁜 교사와, 뛰어난 교사를 단순히 좋은 교사와 구분해 주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기준이 사용되고 누구의 판단이 작용하는가. 정책 수립 담당자? 학생? 교사 자신? 그런 지식을 어떤 목적에 맞추어 사용할 것인가. 존 맥베스(John MacBeath) 미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석좌교수는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교원평가의 본질을 차분히 들여다보게 한다.
교원평가의 기본적인 원칙은 무엇이어야 할까. 국제노동기구(ILO)는 다음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춘 교원평가 원칙을 강조했다. ▲ 전문가로서 실천 행위를 개선하고 기능과 역량에 존재하는 약점을 찾아내기 위해 규범에 근거하여 진단하는 평가 ▲ 교수학습의 결과를 교육적으로 권위 있는 표준에 비추어 책임을 설명할 수 있는 것 등이다.(위의 책, 317쪽)
아래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교원평가 실태를 살펴보고자 한다.(위의 책, 317~358쪽 참조) 이를 통해 아이엘오가 제시한, 일종의 ‘국제적 규준’ 같은 교원평가 원칙이 얼마나 구현되고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내년부터 새로운 평가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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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오스트리아: 세 가지 교원평가가 있다. 학교장이 교원평가를 수행한다. 특별히 문제가 되는 경우(가령 학부모가 심각한 불만을 제기한 경우) 감사관이 학교에 파견되어 평가에 참여한다. 자신의 수업을 스스로 평가한다. 미리 정해진 절차나 방법은 없다. 교원평가를 제도에 근거해 실시하지 않는다는 것. 학교에서 의 평가 수행도 아주 드물다고 한다.
(나) 호주: 학교와 교육청에 따라 다양하다. 대개 시행 계획, 개인 개발 계획, 성취도 인정, 평가와 피드백 등의 순서를 따른다. 교사와 부서 관리자는 개선 영역과 전문성 개발 기회를 정식화한다. 정규직 교사, 기간제 교사, 수습 교사가 해마다 의무적으로 평가를 받는다. 신규 교사 임용 시에도 실시된다. 평가 활용 범위는 수습 기간 수료, 교사 자격증 수여와 등록, 업무수행성과 관리와 관련된다.
교원평가 영역은 다양하다. 기획, 준비, 교수활동, 교실 환경, 전문성 개발 수료, 학교 발전에 대한 기여도, 지역사회와의 연계 들이다. 평가 도구와 정보 출처는 교실 수업 관찰, 목표 설정과 해당 교사와의 인터뷰와 대화, 교사의 자기 평가(남부호주에 국한됨), 교사의 실적 목록과 시험, 학생의 결과물과 피드백, 학부모의 피드백 등이다. 북부지역에서는 교원평가가 승진을 결정하는 데 쓰인다. 승진을 희망하는 교사는 업무수행성과 평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교사의 경력 진급 속도나 기본 급여에 영향을 미치는 주도 있다.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 곳이 있다.
(다) 캐나다: 가장 눈길을 끄는 나라다. 규정이 지역마다 다르다. 수습 교사 수료, 교사 자격증 수여나 등록, 업무수행성과 관리로 이루어진다. 교사들은 이를 통해 특정한 개선 목표 설정과 그 목표 달성에 필요한 지원을 요구할 수 있다. 정규직과 기간제와 수습교사 모두 평가 대상이다. 매 5년마다 실시한다. 시기상 승진, 정규직으로의 전환이나 획득과 같이 고용상의 지위 변화 이전에, 그리고 신규교사들에게 실시한다. 자발적으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평가를 의무화하지 않는 성장 모형을 활용하는 지역이 많다고 한다.
캐나다의 학교 분위기는 교사들이 서로 돕는 것을 장려하는 문화이다. 교원평가는 경쟁하는 활동이 아니라, 미리 정해진 실천 행위의 표준에 비추어 수용할 수 있는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교직원들은 모든 학생들이 가장 좋은 수행성과를 확실하게 거둘 수 있도록 함께 일하는 것을 보장받는다. 학교는 교사의 순위를 따지는 것보다 전체적으로 교수 활동의 질을 높이는 데 관심이 있다. 진실로, 학생의 학습이 모든 전문가들의 책임이 되고, 전체의 목표는 모든 학생이 최대의 개선을 이루어내는 것이다. - 위의 책, 321쪽.
로라 피가졸로(Laura Figazzolo) 이아이 연구소 자문위원은 여기에 우리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 몇 가지 전제가 있다고 보았다. ▲ 어떤 교사도 모든 학생에게 최선이 될 수는 없다 ▲ 모든 학생은 어떤 종류의 교수 활동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인기가 곧 훌륭한 교수 활동은 아니다 등이 그것이다.
(라) 덴마크: 2년간의 수습 기간을 수료하면 공식적인 교원평가를 받지 않는다. 다만 정규직이 된 이후 개인 단위의 인터뷰를 하며 경력 단계를 올리는 결정을 하기 전에도 한다. 교수활동, 계획, 준비, 교실 환경, 전문성 개발 프로그램 수료, 학교 발전에 대한 공헌도 등이 평가 요소다. 결과는 전문성 개발 활동에 대한 정보를 주는 데 활용될 뿐 경력 단계나 급여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마) 핀란드: 공식적인 교원평가가 없다. 다만 대다수 학교가 일 년 단위로 전문성 개발에 대해 토론하고 평가한다.
(바) 프랑스: 국가공무원인 감사관이 교원의 업무수행성과 평가 책임을 진다. 교육과 행정 분야의 기준에 근거해 모든 교사들에게 점수(100점 만점)를 준다. 4년마다 한 번씩 모든 교사가 받는다. 행정 분야 점수는 학교장이 준다. 교육 분야 점수는 학교 단위 감사관이 교수 활동과 관련한 교사 개인별 인터뷰를 통해 부여한다. 사용 중인 교과과정과 교수 활동 방법을 중앙정부에서 개발한 표준에 견줘 평가하고 교사 각자의 책임과 임무에 대해서도 점수를 준다.
이 점수가 교사 경력과 급여 상승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교사들에게 민감하게 작용할 터인데, 실제 교수 활동을 평가하는 감사관이 크게 부족해 평가 결과의 신뢰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교 수준에서는 감사관 한 명이 350명의 교사를, 중등학교에서는 400명의 교사를 평가한다.
(사) 독일: 정기적으로 공무원 신분에 변화가 생기기 전에 평가를 받는다. 장관이 교원평가 지침서를 만들다. 모든 정규직 교사, 기간제 교사, 수습 교사가 대상이다. 의무적으로 받는 평가, 선택적으로 받는 평가가 있다. 교사에게 전문성 개발 활동에 대해 알려주고, 안식년을 주거나 맡은 책임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한다. 급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아) 일본: 모든 정규직 교사가 일 년에 한 번씩 교육위원회, 교장, 교감에 의해 평가를 의무적으로 받는다. 교수활동, 계획과 준비, 전문성 개발의 수료, 자역공동체와의 연계 등이 평가 요소다. 교실 관찰, 목표 설정, 자기 평가, 인터뷰 등의 방법을 쓴다. 전문성 개발, 경력 상여금과 기본급에 영향이 있다.
(자) 네덜란드: 교육위원회가 교직원의 채용, 훈련, 평가를 책임진다. 보통 격년 주기로 업무수행성과에 대한 학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평가를 받는다. 교실 관찰 방법을 쓴다.
(차) 뉴질랜드: 모든 교사가 급여 인상을 위해 해마다 정해진 표준에 비추어 평가를 받아야 한다. 수업 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평가이다. 교수활동, 준비와 계획, 교실 환경, 전문성 개발의 수료, 학교 발전에 대한 공헌도, 지역사회와의 연계 등이 평가 요소다.
(카) 노르웨이: 국가가 정한 법규에 따르면 교원평가는 반드시 시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평가 과정이 법으로 정해지지 않았으며, 지침으로서 참고할 표준이나 전국 단위의 업무수행 기준이 없다. 교원평가 도구를 활용할 경우, 그것은 업무수행성과 관리, 교실에서의 대화와 설문지에 기초해 진행하는 교수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로 구성된다. 교원평가 방식은 지역에 따라 다양하다. 학생 설문조사를 의무화하고 있는 곳이 있다. 어떤 곳에서는 교사와 학생 참여를 배제하고 지역 수준의 정치인과 행정가들이 설문조사지를 만들기도 한다.
(타) 스웨덴: 교원평가가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정규직 교사의 업무수행성과를 평가하기 위한 공식 절차가 없다. 평가의 주된 형식은 학교 지도자(교장)와 교사 개인 사이에 이루어지는 개인의 전문성 개발에 관한 정기적인 대화다. 업무수행성과를 평가하기 위핸 지침은 거의 없다. 다만, 몇 가지 의무적인 평가가 있다. 처음 교직에 들어올 때 또는 고용상의 지위를 변화시키는 결정을 할 때 평가를 받아야 한다.
(파) 영국: 잉글랜드에서는 학교가 급여 정책과 업무수행성과 관리 정책을 개발해야 하며, 그 정책 속에서 교사의 업무수행성과를 학교 개선 계획 그리고 학교 자체 평가 계획에 연결시켜야 한다. 북아일랜드에서는 교사들이 해마다 보통 다른 교사로부터 평가를 받는다. 두 번의 교실 수업 관찰과 학기 초 설정한 목표에 대한 평가에 기초해 이루어진다. 스코틀랜드에서는 교사들이 개인 단위의 평가를 받지 않는다.
(하) 미국: 모든 공립학교 교사가 평가를 받는다. 사립학교 교사는 교원평가에 관련된 법률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평가 과정이 주와 행정구역마다 서로 다를 수 있다. 대부분 지역에서 주정부가 기본적인 평가 요인을 설정하고, 지역행정기구가 교원노조와 협의하여 세부 제도를 개발한다. 교원평가의 결과 활용은 행정구역별로 다양한다. 어떤 지역에서는 경력 관리와 지도자가 될 기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른 곳에서는 거의 영향이 없다. 극소수의 행정구역에서 급여와 연계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교사들의 반대가 매우 심하다고 한다.
세계 주요 국가들의 교원평가 관련 실태를 살펴보았다. 대체적인 평가방법이 보인다. 자기 평가, 동료 교사와 학교장 평가, 학생/학부모 설문조사나 평가, 감사관이나 감사기관을 통한 외부 평가 등이 활용된다. 최근에는 학생의 학업수행성과와 시험 점수 등이 평가 요소로 들어가기도 한다. 오이시디의 교수학습에 관한 국제조사연구(Teaching and Learning International Survey, TALIS)에 따르면 조사 참가국 중에서 평가의 세부 계획에 외부평가보다 학교 내부에서의 평가가 더욱 자주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교원평가는 대다수 국가에서 경력, 진급, 책무 변경 등에 영향을 미친다. 월급이나 급여와의 연계는 국가마다 다르다. 어떤 식으로든지 연계가 있는 곳은 스웨덴, 영국, 미국, 한국 등이다. 이탈리아, 핀란드, 덴마크, 프랑스, 노르웨이에는 연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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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여름 <LA타임스>에 ‘논쟁적인’ 기사 하나가 실렸다.[국제교원노조연맹보고서(2015), 위의 책, 363~364쪽 참조] 6000명 이상의 LA 초등학교 교사의 업무수행성과 등급에 관한 내용이었다. 기자는, 읽기와 수학 시험 성적을 기초로 하여 ‘효과적인’ 또는 ‘비효과적인’이라는 등급으로 나누어진 교사들의 이름과 직책을 낱낱이 밝혔다.
교사들은 충격을 크게 받았다. 곧 논쟁이 벌어졌다. 콜로라도대학교 교육정책센터에서 발간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LA타임스>에 발표된 등급을 결정하는 평가방법이 “신문에 발표할 만한 등급으로서의 근거를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다”며 그 심각한 오류를 지적했다.
뉴욕 시 교육부는 1만2000개 이상의 공립학교 교사에 대한 성과향상도 평가 점수를 공개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교원노조가 개인 이름을 익명으로 처리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맨해튼 법정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조레(Isore)는 <Teacher Evaluation(교사 평가)>(2009)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종합적인 교원평가제도를 시행하는 것에 많은 나라들이 갈수록 더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욕구에 대한 정책 대응이었다. (중략) 그 개발 과정 전체에 교사가 참여하는 데 대한 공감대 역시 넓게 형성되어 있다. 효과적이고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교원평가제도는 교사 전체가 그것을 수용하고 개인적으로 활용할 때 작동한다. 포과적인 접근법을 발전시키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교육의 질을 높이고 전문성 개발을 통해 교수 활동을 개선하고, 교사의 지식, 기능, 역량을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꼭 필요하다. - 국제교원노조연맹보고서(2015), <교사의 전문성, 어떻게 만들어지나>, 살림터, 204~205에서 재인용함.
교원평가제도와 관련한 어느 국제 연구에 포함되어 있는 교사들의 자기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 참여 국가들이 평균적으로 사용하는 가장 공통점이 많은 몇 가지 기준이 있었다고 한다. 학생-교사 관계(85퍼센트의 교사가 이것을 매우 또는 중간 정도 중요한 기준으로 보고함), 교사의 교과목에 대한 지식과 이해 정도(80퍼센트의 교사), 학급 운영(80퍼센트의 교사), 교수학습 활동에 대한 이해와 지식(78퍼센트의 교사), 학생의 규율과 행동(78퍼센트의 교사), 동료와의 관계(78퍼센트의 교사) 들이 그것이었다.(위의 책, 208~209쪽 참조)
학생들이 교사의 효과성을 판단하는 “전문가 수준의 해설자”로 보는 시선도 있다. 최근 미국에서 이루어진 ‘효과적인 교수 활동 측정 프로젝트(Measure of Effective Project)’에 따르면 학생들은 어떤 교사가 최고와 최저 효과를 보이는지를 전문가적인 안목으로 판단할 수 있다! 프로젝트가 밝혀주고 있는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은 교장이 교실에 들어가서 관찰한 것은 대부분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한다.
이는 학생과 교사가 주체가 되고 중심이 되는 교수 활동이 좀 더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경험적 사실’과 일치한다. 교사들은 동료 교사들에게 자신의 수업을 공개한 뒤 수업 연구 모임을 갖거나, 수업 동영상과 학생의 피드백을 참고하여 수업 개선 활동을 펼칠 때 효과적인 교수 활동이 가능해진다. 내년부터 새로운 교원평가 제도가 학교 현장에 도입된다. 평가의 구체적인 방향과 방법을 결정할 때 꼼꼼하게 고려해야 하는 문제들이다.
* 제목 커버의 배경 사진은 국제교원노조연맹(EI)의 공식 로고다. 영문판 '위키피디아'(https://en.wikipedia.org/wiki/Education_International)에서 빌려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