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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균 Aug 13. 2017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 학교”

교육에서 이른바 교사 효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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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한다. 핀란드 교육학자이자 오이시디(OECD) 정책 분석가인 파시 살베리의 어떤 ‘이론 실험’[<워싱턴 포스트> 2013년 5월 15일 자 “핀란드의 위대한 교사가 미국 학교에서 가르친다면 어떻게 될까?(What if Finland’s great teachers taught in U.S. schools?)” 기사 참조]을 통해 이 말의 신뢰성을 따져 보자.     


핀란드는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같은 표준화 시험에서뿐 아니라 일반적인 의미의 교육적 차원에서도 상당히 높은 성취 수준을 보이는 국가로 알려져 있다. 교육의 질이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말이 맞다면 핀란드의 높은 성취 수준은 우수한 교사들 덕분이라고 추론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렇게 상상해 보자. 핀란드 교사들을 다른 나라에 보내 그곳 학생들을 가르치게 하면 어떻게 될까.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여 그 나라 학교를 높은 성과를 내는 곳으로 변신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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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이 맞다면,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말이 우리나라 교육계에서 널리 쓰이게 된 것은 2010년 전후부터였던 것 같다. 전 세계적으로는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 회사 ‘McKinsey & Company’가 낸 보고서 <세계에서 가장 실적이 좋은 학교는 어떻게 등장하는가(How the world’s best performing school systems come out on top)>(2007년 9월 발표, 아래 ‘매킨지 보고서’)를 통해 널리 알려진 듯하다.

    

매킨지 보고서는 한 사회의 학교 시스템이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교사 일을 하기에 적절한 사람들이 교사가 되게 하기, 이들에게 효율적인 교육을 제공하기, 모든 학생에게 가능한 최상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보장하기 들이다.     


매킨지 보고서의 전제는 뛰어난 교사들이 학생들로 하여금 높은 교육적 성취를 이룰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언뜻 자명한 논리에 터 잡고 있는 것 같다. 훌륭한 교사는 잘 가르친다, 훌륭한 교사 아래서 학생들은 더 열심히 공부하려고 한다, 훌륭한 교사 아래서 학생들이 높은 성적을 얻는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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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성패가 교사들의 자질에 따라 좌우된다는 논리가 성립하려면 다음과 같은 가정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교사들이 서로 독립적으로 가르쳐도 교육 시스템의 수준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 이는, 경험적인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자연스러운 가정이 아니다.     


똑똑하고 훌륭한 교사들이 각자의 교실에서 독립적으로 수업하는 광경은 최고 실력을 갖춘 프로 축구 선수들이 하나의 팀 안에서 ‘각자’(‘함께’가 아니다!) 최선을 다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 팀의 최종 성적이 어떻게 나올지 가늠해 보라. 우리의 일반적인 경험은 협력과 공동체성이 살아 있는 학교에서 높은 성과와 만족도가 나온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말 속에는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교사 요인이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살베리에 의하면 학생성취도의 10~20퍼센트가 교실, 곧 교사와 교수법 요인에 속한다. 학교 분위기나 시설, 학교 지도력 요인 역시 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인다. 학생의 성취도를 설명하는 것의 3분의 2까지가 가족 배경이나 학습 동기와 같이 학교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다는 사실도 고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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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교육당국이나 일군의 교육 전문들은 교육의 질이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그들에게 이런 제안을 해 본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 정신에 충실한 학교를 만들어 보라. 우리나라에서 두루 ‘훌륭’하다고 평가받을 만한 교사들-그 조건을 간단히 우리나라 최고 학벌을 자랑하는 서울대학교 출신으로 하자-이 그들 각자의 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하라. 교사 요인이나 교육 요인을 제외한, 학업 성취도에 관여하는 여타의 조건들은 통제하라. 그리고 살베리가 제안한 예의 이론 실험을 통해 그 결과를 짐작해 보자.      


먼저 고도로 숙련된 핀란드 교사들이 미국의 인디애나 주에서 일하게 한다. 거꾸로 인디애나 주 교사들은 핀란드에 가서 일한다. 핀란드 교사들은 영어에 유창하다. 인디애나 주의 교육 정책은 원래 계획된 대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특별히 핀란드 교사들이 인디애나 주 정부 학생 평가에서 시험 점수를 향상시킬 수 있는지 주목한다.   

  

살베리는 이 실험에 깔린 가설들을 확인하기 위해 교사 몇 명을 만났다. 교육 경험이 풍부하고 핀란드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게 훈련을 받은 교사들이었다. 


그들에 따르면 미국으로 옮겨 간 핀란드 교사들은 몇 년 안에 가르치는 일을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한다. 다른 여느 미국인 동료 교사들과 비슷하게 말이다. 반면 핀란드에서 일하는 인디애나 출신 교사들은 미국식의 표준화한 교과과정이 주는 제약이나 표준화 시험의 압력 없이 가르칠 수 있는 자유로 인해 핀란드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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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교육 개혁 시즌이다. 한 마디만 하고 싶다. 교사는 ‘동네북’이 아니다. 이 글을 쓴 이유다.



* 제목 커버의 배경 사진은 매킨지 보고서 표지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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