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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균 Aug 15. 2017

누가 예비교사들의 일자리를 빼앗았는가

교원임용시험과 비정규직 교사의 정규직화 논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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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 유치원·초등학교·특수학교(유치원·초등)교사 임용 후보자 선정 경쟁 시험”. “공립 중등학교 교사 임용 후보자 선정 경쟁 시험”. 세칭 ‘교원임용시험’(아래 ‘임용시험’)으로 불리는 시험의 정식 명칭이다. 우리나라에서 교‧사대생이 공립 유‧초·중·고교 교사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최후의 관문이다.


얼마 전 나는 이곳 페이스북에 <교사 ‘자격’과 교사 ‘자격증’에 대하여>라는 글을 올렸다. 교사 자격증이 교사 자격을 증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교사 자격증이 교사 자격을 실질적으로 담보할 수 있게 교사양성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현행 공적 교사 채용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 등의 취지를 담은 글이었다.


이 글에 어느 페친이 이런 댓글을 달았다. 임용시험이 교사의 자격이나 자질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교사 임용 후보 대상자들 간 순위를 가르는 행정 절차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의 댓글에 임용시험 합격 여부로 교사 자격을 인증하고, 그에 따라 학교 내 비정규직들에 대한 부당하고 불합리한 차별 구조를 당연시하는 시선들이 학교 안팎에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내용으로 답글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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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시험이 교사 채용의 유일무이한 수단이나 절차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렇지 않다. 현행 방식의 임용시험은 1991년에 도입되었다. 그 전(1973년~1990년)까지 공립 초‧중등학교에서 교사를 신규로 채용할 때는 국립 교‧사대 졸업생을 우선 선발했다고 한다. 인원이 부족하면 사립 사대와 일반대학 교직 과정 이수자를 대상으로 순위고사를 치러 선발했다.


그러니까 일정한 교원 양성 과정을 거쳤다면, 그리고 적어도 그가 국립 교‧사대 출신이라면, 교원 양성 과정 이수 증명만으로 교사에 임용되는 데 문제가 없었던 것. 정부가 교원 양성과 임용 과정을 정확히 일치시키기만 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놀랍지 않은가. 물신화한 임용시험 외에는 교사 채용을 위한 대안이 없다고 여기는 이들이 깊이 음미해 볼 대목이다.


국립 교‧사대만 졸업하면 교사가 되었던 상황에 변동이 생긴 것이 1990년이었다. 사립 사대생 일부가 사립대생에게만 순위고사를 치르게 하는 데 반발해 국립 사대 출신 우선 채용 조항에 대해 위헌 소송을 냈다고 한다. 이들의 요구는 순위고사 같은 경쟁 시험 없이 국립 사대생들과 똑같이 임용을 보장하라는 것이었다.


정부는 엉뚱하게 반응했다. 모든 예비교사들에게 임용시험을 강요했다. 사립 사대생들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라며 제기한 소송의 결과가 모든 사대생들에게 경쟁과 차별에 근거한 임용시험을 확대 적용하는 것으로 귀결된 것이다. 차별과 선별과 배제에 근거한 현행 임용시험의 역사가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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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임용시험은 ‘경쟁 시험’이다. 왜 경쟁해야 하는가. 교‧사대 졸업생 수가 임용 정원을 훨씬 초과하기 때문이다. 예의 페친이 말한 대로 임용시험은 예비교사들의 “순위를 가르는 행정 절차”다. 임용 정원은 극히 한정되어 있다. 예비교사로서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은 과다하다.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임용시험에서 떨어지는 이들은 ‘자격’이나 ‘실력’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기억하라. 1990년까지 국립 교‧사대생들은 무시험으로 학교에 채용되었다. 현재 임용시험에서 예비교사들이 낙방하는 것은 ‘자격’이나 ‘실력’ 때문이 아니라 적은 선발 인원(임용 정원)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따지고 보니 해법이 간단하다. 교육 재정을 대폭 늘리고 교사를 대거 확충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된다.


학령 인구 감소를 빌미로 교육재정을 삭감하고 교사 수를 억제한 정부 교원 정책 기조를 전환하라. 폐기한 법정 정원 기준을 복원하라. 현재 법정 교원확보율은 70퍼센트다. 10년 전 노무현 정부 시기 80퍼센트 대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한 결과다. ‘학생 수’로 되어 있는 교사 정원 배치 기준을 ‘학급 수’로 바꾸라.


혼동하지 말자. 예비교사들의 일자리를 빼앗은 것은 나이 많은 정규직이나 기간제 교사 같은 비정규직 교사가 아니다. 교사 정원 관리 기준을 일방적으로 바꾸고 법정 정원 기준을 폐기하여 교사 수가 줄어들게 만든 정부에 책임이 있다.


거대한 불신과 경쟁의 사회다. 때로 우리는 그 장막에 가려 얄팍한 마타도어를 진실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교사들끼리 싸울 일이 아니다. 연대하고 협력해야 한다. 정규직 교사와 비정규직 교사와 예비교사가 함께하여 정부가 교원 관련 정책 기조를 더 크고 확실하게 바꾸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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