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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균 Aug 23. 2017

교육부는 비겁하다

교육부는 학교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를  직접 해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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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비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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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0일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 명의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공공부문 정규직전환 가이드라인’을 공표하였다. 교육부는 이와 관련된 후속조치로 교육 분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정규직전환 심의위원회(심의위)’를 구성하여 8월 8일 첫 회의를 개최하였다.     


심의위는 교육부 소속기관 비정규직(기간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여부와 전환 방식 등을 심의하는 중차대한 일을 수행한다. 사회적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기관에 동일한 전환 기준 적용이 필요한 경우 관계기관에 제시할 공통 적용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심의위는 8월 중 관련 논의와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을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그 결과를 정규직 전환 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교육부 계획에 따르면 교육 분야 정규직 전환 대상자의 잠정 규모 등은 고용노동부의 실태조사 등을 거쳐 9월 중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로드맵 발표 시 공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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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공공부문인 학교 현장에서 비정규직 고용을 남발하고 묵인한 ‘원흉’이다. 학교가 전체 교직원의 41퍼센트인 38만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로 채워질 때까지 어떤 책임 있는 모습이나 노력도 내보이지 않았다. 

     

영어회화전문강사(영전강) 제도와 스포츠강사(스강) 제도를 도입하여 초등 교원 임용 체계를 혼선에 빠뜨리고, 상시적 업무를 담당하므로 정규직을 채용해야 하는 자리를 학교가 비정규직으로 채울 때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었다. 어느새 학교는 수십 가지의 비정규직종을 가진 ‘비정규직 백화점’이 되었다.     


영전강제는 2008년 이명박 정부 교육부가 만들었다. 2009년 교육청별로 영전강을 선발하고(한 학교 4년까지만 근무 가능), 2010년부터 초등학교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2012년 교육부는 동일교 8년 근무를 내용으로 하는 시행령 개정을 예고하면서 영전강 증원을 시도하기도 했다. 현재 초등 1827명, 중등 1724명의 영전강이 있다.     


스강제는 ‘학교체육 활성화’ 사업 일환으로 역시 이명박 정부 교육부가 2008년에 도입하였다. 2012년에는 학교체육진흥법 제정을 통해 ‘스포츠강사’를 법제화하기까지 하였다. 2017년 현재 1952명이 배치되어 있다.   

  

기간제는 ‘휴직 대체’, ‘파견‧연수‧정직‧직위해제‧휴가교원 보충’, ‘파면‧해임‧면직된 교원의 소청 중’, ‘특정 교과 한시적 담당’ 등 제1호~제4호 사유에 따라 채용하는 교사들을 총칭한다. 2016년 기준으로 4,6690명의 기간제가 있다. 교사 10명당 1명꼴이다.     


기간제교사 확대 책임 역시 교육부에 있다. 제7차교육과정(선택형‧수준별교육과정) 이후 기간제교사 임용사유 중 제4호(특정 교과 한시적 담당)에 따라 기간제가 급증하였다. 2000년대 초 4.2퍼센트였던 것이 2015년에 9.5퍼센트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또한 2012년 교육부가 교원 배치 기준을 학급당에서 학생 수로 일방적으로 변경하면서, 학생 수 감소를 핑계 삼아 정규교사 대신 기간제 교원으로 채용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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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교육부가 심의위를 만들었다. 학교비정규직 양산의 ‘주범’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얄팍한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집중적인 의견수렴과 실태조사 결과를 놓고 심의한다고 했다. 10명의 위원이 20여일 사이에 4차례 여는 회의를 통해서다.  무던한 소도 웃을 일이다.


현재까지 추이를 놓고 보면 심의위에서 어떤 식의 결정 사항이 나오든지간에 거센 후폭풍이 불 수밖에 없다. 학교비정규직의 일괄 정규직화를 찬성하는 세력과 이에 반대하는 세력 사이의 갈등과 다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교육부는 그 휘발성 강한 ‘폭탄’을 심의위에 넘긴 것이다. 교묘하고 비겁한 작태다. 학교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관련한 논란 와중에 전교조가 엉뚱한 화살을 맞고 있다. 이건 아니다. 나는 그 비판의 화살이 오롯이 교육부에게 향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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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말한다. 교육부는 정말 비겁하다. 학교비정규직 문제의 해결 책임을 엉뚱한 주체들에게 돌리는 무책임함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적폐다. 길은 한 가지다. 교육부가 학교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한다. 


덧붙일 것이 있다. 김상곤 교육부장관은 도종환 문화체육부장관을 본받기 바란다. 도 장관은 문체부 블랙리스트 건에 연루된 실무 공무원을 조사해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김 장관은 학교비정규직 양산 정책에 책임이 있는 교육부 내 관료들을 밝히시라. 그 적폐의 소종래를 밝혀 문제의 당사자들에게 응당 책임을 물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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