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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균 Nov 02. 2017

학생과 교사는 진공 세계의 입자가 아니다

교사의 사회적 역할과 위상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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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기 서울시교육청 정책연구 장학관이 10월 22일 페이스북에 올린 <교사의 시선을 확장하기> 글을 인상 깊게 읽었다. 글 말미의 “‘익숙한 것’들은 ‘낯설게 보기’를 통해 나에게 다시 온다”라는 구절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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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 장학관의 글을 읽으며 교사의 사회적인 역할이나 위상 문제를 떠올렸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적으로 유통되는 교직 이미지가 무엇일까. 우리나라 중‧고교생들의 장래 희망 직업 순위 목록에서 수위를 차지하는 현실이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는 데 간접적인 단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교직은 정년이 보장되는 몇 안 되는 직종 중 하나다. 직업 안정성 이미지가 강해 ‘철밥통’의 대명사처럼 유통된다. 교직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교직을 선택하는 주된 이유도 이와 관련된다. 교사들 역시 교직의 안정성을 두드러지게 생각하는 것 같다.     


교직과 교사가 ‘좋은 직장’이나 ‘정년을 보장받은 안적적인 직장인’처럼 받아들여지는 것을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다만 교사들이 그럴 만한 사회적 역할과 위상에 맞게 노력하는가 하는 문제는 냉정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3


교사가 학교와 교실 안에 머무르며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그의 책무를 다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가령 수업 잘 하는 교사가 좋은 평가를 받는 것에 대해 삐딱하게 바라볼 이유가 없다. 교사가 그런 것들로 사회적 역할과 위상에 맞게 살고 있다고 평가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조금 민감하긴 하지만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생각해 보자. 며칠 전 플라톤의 <국가> 제7권에 나오는 ‘동굴의 비유’에 관한 글을 페이스북에 써 올렸다. 이 글에 페친 한 분이 다음과 같이 댓글을 달았다.      

“수능 특강, 수능 완성 한 권 들고 들어가 입에 게거품 물고 한 시간 내내 쉬지 않고 열강하고는 뿌듯해 하며 교실 문 열고 나오는 교사는 어떤 동굴에 갇혔는지요?”     


나는 이 글에 “ㅜㅜ아마 동굴을 느끼지 못할 겁니다. (동굴을) 보려 하지도 않을 것 같고요.”라고 답글을 썼다. 그런데 사람들이 나와 다르게 살아가는 현실에서는 그가 전혀 다르게 평가받을 것이다. 사람들이 그를 뜨거운 소명감과 교육자적인 열정으로 무장한 모범 교사처럼 대접할 것 같다.    

 

교사가 학교와 교실 안에 머무르며 최선을 다해야 하는가, 아니면 학교 담장 밖으로 나가 세상에 섞여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양자택일이나 선악이나 시빗거리의 대상이 아니다. 다만 학교와 교육이 세상과 동떨어진 진공의 공간이 아니라는 점, 교사와 학생이 그러한 진공의 세계에서 자유롭게 떠다니는 입자 같은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요컨대 나는 그 문제가 ‘정치적 올바름’의 차원에 걸쳐 있다고 생각한다. 교사와 학생은 시민이므로 당연히 공동체의 문제나 사회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본다. ‘세월호’가 가라앉고 ‘촛불’이 불타올랐을 때 교사와 학생은 응당 세월호와 촛불을 앞에 놓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들에 대한 찬반과 선악 시비는 그때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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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과 학교는 세상에서 격리된 ‘섬’처럼 존재할 수 없으며, 수업은 수업 외의 것에 훨씬 더 크고 깊은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나는 교사가 하는 공부나 연구가 학교와 교실을 넘어서는 데까지 확장되었으면 좋겠다. 고민과 성찰이 수업에서 시작하되 수업에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교사의 태도다.     


내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사로 살아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는 전교조 27년의 역사가, 학교와 교실을 이 세상에 이으려고 한 ‘투쟁사’였다고 이해한다. 나는 교무실과 학급만의 ‘교사’로서가 아니라 사회 공동체의 ‘시민’으로 살기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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