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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균 Nov 09. 2017

노조 숫자가 적을수록 노동 파워가 세다!

새 교원단체들의 출현에 대하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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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서울교사노동조합’(서울교조) 출범에 이어 ‘광주교사노동조합’(광주교조)이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광주교조는 서울교조를 모델로 준비되는 단체라고 한다.


노동조합 형태는 아니지만 새 교사단체로 ‘실천교육교사모임’(실교모)이 발족해 활동하고 있다. 교사 전문가주의를 표방하는 것으로 보이는 실교모는, 근본 철학 측면에서 전문직노동조합주의(professional unionism)를 모토로 움직이는 서울교조와 광주교조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서울교조는 창립선언문에서 시도별로 다양한 급별·설립자별·교과별 노동조합을 만들어 노동조합들의 전국적 연대단체를 건설하는 것을 표방하고 있다. 이들 한편에서 움직이고 있는 교사노동조합총연맹추진위원회도 이들의 흐름과 동궤에 있다고 본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자신들의 출현이 교육분권화와 교육자치화라는 시대 조류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강조하는 것 같다. 이런 관점에 따르자면 서울교조나 광주교조의 출현을 교원단체의 ‘분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두 교조의 다수 주요 구성원이 기존 교원노조인 전교조 조합원인 점을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대체로 기존 전교조의 운영 기조나 활동 방향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두 교조의 출현을 교원단체의 ‘분열’로 볼 수 있는 이유다.      


어떻게 보아야 할까. 차후 몇 차례에 걸쳐 이 문제를 살펴 보기로 한다. 아래는 그 첫 번째로, 노동조합의 주요 형태인 산업별노조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논의를 예비하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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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체 노동조합 조합원 수는 200만여 명이다. 이들 중 80퍼센트에 가까운 150만여 명이 두 개의 노동조합총연맹(노총)에 소속되어 있다. 산하 가맹 노조 조합원이 각각 84만 명, 63만 명에 이르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다. 이들은 규모에 따라 ‘제1노총’과 ‘제2노총’으로도 불린다. 여타 노총에 가입해 있지 않은 미가맹 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43만여 명이다.     


2015년 현재 노조 조직률은 10.2퍼센트다. 정점이었던 1989년 19.8퍼센트를 기점으로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다 2010년에 최초로 한자리수(9.8퍼센트)까지 떨어졌다. 10퍼센트대를 다시 유지하게 된 것은 복수노조가 허용된 2011년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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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하나를 풀어보자. 노총, 곧 총연맹 수가 많은 국가와 적은 국가 중 노조 파워가 더 센 국가는 어느 쪽일까. 상식적으로 총연맹 숫자가 많은 국가에서 노동계 파워가 크게 나타날 것 같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노조 숫자가 적을수록 노동 파워가 세다! 상식적인 판단과 배치된다. 그 원리는 이렇다. 다수 노동자가 총집결된 총연맹 하나에 힘이 모아져야 고도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구사할 수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고전적인 단결칙을 떠올려 보자.     


우리나라는 총연맹이 두 개 있다. 이웃 일본에는 세 개가 있다고 한다. 두 나라의 노동계 파워나 활동 밀도를 비교해 보라. 지난 여름 일본을 방문하고 돌아온 지부 전임자의 전언에 따르면 일본 노동계에서 노조 활동이 거의 죽은 상태라고 한다.


대다수 국가에서 총연맹은 한 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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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연맹 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노조 활동 결과의 ‘커버리지(coverage)’, 곧 협약 적용(보장) 범위다. 노조 천국 같은 이미지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는 실제 노조 조직률이 우리와 비슷한 10퍼센트대지만 협약적용률이 70퍼센트에 달한다. 산업별노조(산별노조)와 사용자가 체결한 협약을 해당 산업 전체에 적용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산별노조가 아니라 기업별노조(기업노조)를 중심으로 한다. 우리나라에서와 같은 기업노조 시스템은 대다수 산업국가에서 매우 ‘특이한’ 사례라고 한다. 주요국 중 기업노조가 있는 나라는 한국와 일본과 미국 정도다.     


한‧미‧일 3국의 기업노조가 특이하다는 점은, 독일에서 기업노조를 만들면 불법 사안이 되어 처벌을 받는 사실로 방증된다. 왜 그럴까.


이와 관련된 독일 판결에, 우리에게는 놀랍지만 그들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근거가 담겨 있다. 기업 내에 만들어진 노조는 황색노조, 곧 어용노조 성격을 지닐 가능성이 높다. 노조의 생명은 자주성인데, 기업에 만들어진 노조는 자신의 완전한 자주성을 발휘하기 힘든 구조 속에 있기 때문이다.    

 

1산업 1노조는 노동운동의 역사가 수백 년 되는 서구 국가에서 보편화한 노조 형태다. 기업별‧그룹별‧직업별 단결보다 훨씬 위력적인 힘을 발휘하는 최상의 단결 형태로, 동종산업 노동자의 동질성을 확보함으로써 가장 단단히 단결하여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동일 산업 동시 파업의 위력을 상상해 보라. (계속)



* ‘총연맹’과 산별노조, 기업노조 들에 관한 분석 기조와 주요 내용은 <팟빵(podbbang)> ‘그것은 알기 싫다’ ‘235a 시사 아카데미: 노동자 개념의 확장’ 편을 주로 참고하여 정리하였음을 밝힌다.

* 제목 커버의 배경 사진은 경기청년유니온 블로그(http://blog.naver.com/ggyunion/220078521564)에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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