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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균 Nov 15. 2017

‘전문직 교사’와 ‘노동자 교사’ 사이에서

새 교원단체들의 출현에 대하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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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의 마지막 부분을 산별노조의 위력에 대한 서술로 끝맺었다. 조합원 자격과 정치적‧정책적 대응 차원에서 산별노조를 기업별노조와 비교하면서 그 힘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기업별노조의 조합원이 되려면 기업의 ‘종업원’이 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종업원 의식을 극복하고 노동자로서의 의식이나 정체성을 갖기 힘든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노사협조주의 명분 아래 회사가 노조의 조직과 운영에 개입하면서 노조가 자주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기업별노조의 조합원 자격은 회사 내 정규직에 국한된다. 임시직이나 일용직 등 비정규직노동자가 배제되고, 영세중소기업 노동자의 조직화가 곤란하다. 또한 실직자, 해고자, 파견직, 임시직, 파트타임, 구직자 등 다양한 유형의 노동자를 제외함으로써 노동조합원의 개념이나 범주를 협소화하는 문제가 생긴다.     


반면 산별노조의 조합원 자격 범위는 거의 무제한이다. 기본적으로 동일산업에 속해 있는 임금노동자 전원이 조합원 범위에 든다. 대개 사측은 고용불안 시스템을 강화하여 노동자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노조를 무력화하려고 한다. 가장 많은 노동자를 결집시킬 수 있는 산별노조는 이러한 사측에 맞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강한 조직력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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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별노조와 산별노조는 정치적‧정책적 대응 측면에서도 두드러진 차이를 드러낸다. 기업별노조는 조합원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다. 교섭력이나 조직력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강력한 힘을 지닌 정부와 기업이 노동을 탄압할 때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정부가 친기업 위주로 노동정책을 펼쳐나갈 때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일도 어렵다.      


산별노조 시스템에서는 제도 개혁이나 정부의 반노동 정책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전국적인 정치세력화가 가능하며, 정당 활동과 연계하여 강력한 정치 투쟁을 활발하게 전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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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법제에 따르면 교사가 중심이 되는 교직단체가 ‘교원단체’와 ‘교원노조’로 구별된다. 교원단체는 <교육기본법>을, 교원노조는 <교원노조법>의 적용을 받는다. 대표적인 교원단체와 교원노조로 각각 한국교원단체총연합(한국교총)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있다. 한국교총 외 교원단체로 뉴라이트교사연합, 좋은교사운동 들이 있다.     


교원단체와 교원노조가 상정하는 ‘교사관’은 조금 다른 것 같다. 가령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교직단체인 한국교총과 전교조 모두 교육이나 교사의 전문성을 강조하지만 한국교총은 ‘전문가성’에, 전교조는 ‘노동자성’에 방점을 더 크게 찍는다. 그들은 교사의 정치사회적 위상을 각각 전문직과 노동자에서 찾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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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곧 교사의 계급성 문제를 환기한다. 마이클 애플(1986)은 교사가 쁘띠 부르주아지와 노동자계급의 이해관계 모두를 공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Teachers and Texts: A Political Economy of Class and Gender Relations in Education>] 자본가와 노동자의 이해관계 모두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교사는 노동시장에 적합한 노동자를 준비하고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퍼뜨리고 재생산한다. 이를 위해 자기 일에 대한 통제권 등 약간의 특권과 경제적 보상을 받는다. 동시에 교사는 노동력을 팔고 관리자의 통제를 받는 등 노동자계급의 삶을 산다.     


이와 같은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에 따른 구분법과 달리 ‘계급의식’에 초점을 맞춰 교사의 위상을 정립하려는 시도가 있다. 이때 계급의 객관적 조건을 가리키는 ‘즉자적 계급(a class in itself)’과, 주관적 계급 의식을 지칭하는 ‘대자적 계급(a class for itself)’을 구별한 마르크스의 구분법을 참고할 수 있다. 달리 교사의 계급적 위치가 아니라 그가 어떤 계급 관계로 진입하려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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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관점에 따르면 교사가 어떤 실천을 통해 계급 관계에 참여하려고 하는지 살피는 것이 중요해진다.[R. Connel(1985), <Teachers’ Work>] 기본적으로 계급 구조를 전제하면서, 동시에 노동자가 그런 구조 안에서 어떻게 역동성을 발휘하는가를 살펴야 한다. 교사의 정치사회적 정체성도 이에 대한 분석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이를 조금 달리 말해 보면 교사의 계급적 특성을 교사에게 부과되는 일(노동)에 대한 교사들의 태도나 활동 방식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교사 노동에 대한 통제 시스템과 이에 대한 교사들의 대응, 나아가 대응의 집합적 위력성을 살리기 위해 조직한 교직단체들의 성격, 기조, 활동의 중점 들을 면밀하게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계속)     



* 4~5절의 주요 내용은 호주 교육학자 John Smyth(2000)가 쓴 <Teachers’ work in a Globalization Economy>의 일부(‘Towards a labour Process Theory of Teachers’ work’)에 담겨 있다. 실제 인용은, <교육비평> 제14집(2003)에 실린 <노동과정론의 눈으로 바라본 교사노동>을 따랐음을 밝힌다.

* 제목 커버의 배경 사진은 경기청년유니온 블로그(http://blog.naver.com/ggyunion/220078521564)에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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