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은균 Dec 29. 2017

교사 정치활동의 세계 표준은 ‘허용’

교사 정치기본권찾기 헌법소원 운동에 참여하며

독일은 학교 안에서 민주시민 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민주시민 교육이 학교 안에서 교육과정으로만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교육 주체들이 민주시민으로서 정치적 경험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독일에선 만 16세가 되면 지방선거 투표를 할 수 있다. 18세 국회의원이 배출되기도 했다. 독일 교사들은 정치 활동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다. 제16대 독일 연방의회(2005~2009)의 경우 재적의원 614명 중 13.2%에 해당하는 81명이 교사 출신이었다고 한다. 법조인(143명, 23.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이었다.


의회 구성에서 교사 출신 의원 비중이 큰 것은 독일 외에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에서도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교육은 학교 담장 안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으며, 교육과정의 편성과 운영에서 학교 안팎의 정치사회적 분위기나 힘이 서로 격렬하게 각축한다. 이때 교육 전문가로서 거시적·미시적 시야를 두루 갖춘 교사가 교육 개혁과 발전에 필수적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현재 45만명에 이르는 우리나라 교원은 심각한 ‘정치적 금치산’ 상태에 있다. 선거운동 제한, 공직선거 입후보 시 강제 사퇴, 정당 발기인 및 당원 가입 금지 등 투표권을 제외한 나머지 정치적 자유권 전체를 철저하게 금지당하고 있다. 교사와 동일하게 교육을 담당하는 대학교수에게 정치적 기본권이 제한 없이 보장되어 있는 것과 크게 대조된다. 


흔히 교사들의 정치적 기본권을 제한하는 핵심 근거로 헌법 제31조 제4항의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조항을 든다. 잘못 이해되는 측면이 크다. 헌법상의 정치적 중립성 규정은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정치 활동 자체를 금지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사는 학교 안에서 종교적 신념을 전파하거나 교육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학교 밖의 사적 영역에서는 종교 활동을 얼마든지 자유롭게 펼칠 수 있다. 교사 개인의 종교 활동이 직무인 교육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폭넓게 허용하는 것이다. 교사 정치 활동의 자유 역시 최소한 그 정도 수준에서 허용되는 것이 헌법 정신에 맞다. 


최근 교육계 안팎에서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교사정치기본권찾기연대’(cafe.naver.com/teacherscivil) 발족도 그런 흐름의 하나다. 이들은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을 제한하는 하위 법령들에 대한 위헌 청구를 위해 내년까지 1만인 청구인 모집 운동을 펼칠 계획을 갖고 있다.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찾기 운동은 교사의 정치 세력화가 아니다. 민주시민 양성이라는 우리나라 교육과정의 최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다. 교사들의 정치 기본권 보장 요구는 일부 급진적인 교사들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다. 일찍이 국가인권위원회와 유엔 등 국내외 권위 있는 기관들이 교원·공무원의 정치적 자유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권고안과 보고서를 수차례 제출한 바 있다.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과 관련한 세계 표준은 ‘허용’이다. 교사의 정치적 자유를 제한하는 하위 법령들의 위헌성을 밝히고 조속히 개정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사 정치기본권 찾기를 위한 헌법소원 운동에 동참하는 교사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 2017년 12월 28일 자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교육의 정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