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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단골로 다니는 치과의원 원장님은 4개의 의학 관련 학회에 가입해 계신다. 대다수 의사들이 그 정도 수준으로 학회에 가입해 활동한다고 한다.
원장님은 시시때때로 대규모 학회 세미나와 소규모 그룹 토의에 참여한다. 대규모 세미나는 온종일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연간 5회 내외로 참여한다고 한다. 좀 더 작은 규모의 세미나는 대중 없이 열린다.
진료가 끝난 저녁 시간을 이용하여 격주로 10여 회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고, 부정기적으로 단발식 저녁 세미나가 진행되기도 한다. 최근 빠르게 개발되고 있는 기구와 재료 숙지를 위한 세미나 역시 상시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원장님에 따르면 세미나 방식의 모임은 멘토와 리더가 함께할 때 더 활발하게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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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의사는 대표적인 전문직 종사자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의사들이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질병으로 민감해진 환자와 환자 보호자들을 직접 대면하고, 고통받는 환자들의 신체에 직접 접촉해야 하는 일의 특성상 노동 강도가 세다. 진료 시간이 하루종일 이어져 여유를 갖기 어렵다.
그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의사들은 끊임없이 공부할거리를 찾아 정리하고, 학회 발표회나 세미나 자리를 이용하여 동료 의사들과 토론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한다. 진료 과목과 직접 관련되는 학회 외에 방계 분야 학회에 가입하여 함께 공부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또 다른 대표적인 전문직 종사자들인 교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학생 교육과 전공 연구를 기본 직무로 하되, 연구 역량을 개발하는 일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복수의 학회 활동을 통해 논문 저술과 발표, 토론을 연중 상시로 실시한다. 공동 연구를 통해 전공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그 결과를 저작물 간행 활동을 통해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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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전문직 집단인 의사와 교수 집단 한켠에 교사 집단이 있다. 교사들이 전문성 역량 개발과 신장을 위해 기울이는 노력은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이루어진다. 연수와 현장 연구다.
연수는 주로 직무연수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진다. 교육 일반과 전공 교과, 교육행정과 관련한 연수가 주종을 이룬다. 연수는 연중 상시적으로 진행된다. 이렇게 진행되는 연수의 밀도나 내실도와 관련해서 의심스러운 점이 적지 않다.
연수 내용이나 과정 자체의 충실성과 더불어 이들 연수 간의 내용 연계성을 찾아보기 어려울 때가 많아서다. 상호작용의 밀도가 떨어지는 원격연수 형태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한계가 있다. 내가 보기에 교사 연수의 많은 부분이 시간 채우기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교사들의 현장 연구는 교과 연구 모임이나 수업 연구 모임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현장성이 강한 사례 발표가 주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분석과, 이에 기반한 이론화 작업의 밀도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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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내 직접민주주의 플래폼인 ‘전교조 빠띠’ 안에 ‘학교학회’를 개설했다. ‘학교학’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주제 개념을 전면에 내걸었다. 소개 글에 “학교에 관한 모든 것을 연구하는, 전교조 내 본격 전문 버라이어티 B급 학술 연구 빠띠”라고 썼다. 여기에는 몇 가지 제안 배경이 있다.
전교조라는 이름에 덧입힌 과도한 ‘투쟁’ 이미지를 줄이고 싶었다. 전교조는 조직의 헌법에 해당하는 ‘강령’ 중 첫 번째 조문에서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확립을 표방하고 있다. 자주성과 전문성을 동전의 양면이다. 교사가 정치사회적 외압에 휘둘리지 않고 고도로 자율성을 행사할 수 있을 때 자주성과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 예의 강령 조문은 이를 표현한 것이다.
이에 걸맞게 전교조 조합원들은 조직 출범 이후 30여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의 학교 현장에서 교육 전문성 신장을 위한 최전선의 길을 걸어왔다. 교실 수업 혁신과 학교 현장 개변을 위한 이론 개발과 실천 운동을 병행하면서 명실공히 교육 전문가로서의 교사직의 위상을 드높이는 일에 매진했다.
아쉬운 점은 그러한 실천의 결과를 한데 모으고, 이를 조직 내뿐 아니라 대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일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된 기왕의 노력들 역시 교사와 비교사 집단 안팎에서 제대로 부각되지 못한 측면이 커 보인다. 나는 학교학회가 이런 난점을 극복하게 하는, 전교조 내 평조합원들이 자생적으로 만든 전문 연구자 단체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으면 한다.
두 번째는 교사들이 교육 시스템 안에서 처한 지리멸렬한 위상이다. 국제연합(UN)이 1966년 <교원의 지위에 관한 권고> 제6조에서 “교원은 전문직으로 간주되어야 한다”라고 규정한 내용을 알고 있는 교사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 <헌법>과 <교육기본법>에서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이 있으나, 교육을 ‘전문성’ 분야로 바라보고 교사를 ‘교육 전문가’로 여기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현실의 교사는 국가교육시스템의 최말단 행정가처럼 살아간다. 교사가 살아가는 시스템적 조건이 그렇다. 교육정책과 교육제도, 국가교육과정과 교과서와 교사용지도서 등 일체의 교육 활동 ‘표준’들이 비교사집단(세력)의 주도 아래 만들어지고 집행된다. 교사는 이들 곁에 들러리나 장식품처럼 세워진다.
공적 연수 시스템이 현장 요구와 멀리 떨어진 채 비교사집단에 의해 운용된다. 현장 연구 분석이나 집대성 역시 대학 교수나 교육 전문직(장학사, 연구사), 교육 관련 연구기관의 연구원들이 주도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전문연구집단인 교육 관련 학회는 대학 교수들이 조직의 핵심을 차지한다. 국내 최대 교육 관련 학회인 ‘교육학회’에는 26개의 분과별 연구학회가 있다. 모두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학회처럼 운영된다. 이들 연구학회 중에 교사가 대표나 회장으로 있는 조직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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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존의 학교교육 연구 생태계에 교육 주체의 핵심 중 하나인 교사들이 그들 고유의 언어로 학교 시스템 전반을 주도적으로 탐구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는 영역이 거의 없었다고 본다. 학교 현장의 문제를 어느 누구보다 잘 아는 교사들이 각자의 문제의식을 발전적으로 확장하여 더불어 톺아볼 수 있는 장이 없었다.
나는 학교 현장 교사들 사이에 교사가 핵심 주체가 되는 전문적인 연구 공동체나 연구 활동에 대한 갈증이 있음을 느낀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학교 현장의 언어와 이론을 갈무리할 수 있는 교사 역량 계발이 필요하다. 학교학과 학교학회가 그 디딤돌이 되었으면 한다.
학교학에서는 학교제도를 둘러싼 안팎의 거시적‧미시적 정책과 환경을 분석함으로써 학교와 학교교육의 본질과 실상을 탐색한다. 학교의 일상을, 생활사나 인류학적인 관점을 입각점 삼아 섬세하게 조명하고, 이를 통해 학교제도가 학교라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주체(학생, 교사)들의 내면과 영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핀다.
학교학회는 교사 중심의 현장 친화적이고 전문적인 연구 공동체를 지향한다. 교사 연구 역량 신장에 초점을 맞추어 온‧오프라인 정기 세미나와 토론회와 저술 활동과 연구 결과 발간 작업을 추진한다. 교사 연구 공동체의 네트워크화에 힘쓰며, 연구 결과의 사회적 공유 활동을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등 연대를 위한 노력을 적극 기울인다. 학교학회가 학교교육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교사들의 문제의식을 중심에 놓고 이를 집성하고 발산하는 허브가 되었으면 좋겠다.
* 페이스북에 ‘학교학회’ 그룹을 만들었다. 관심 있는 전교조 조합원 교사들은 검색창에 ‘학교학회’를 검색해 가입, 신청해 주시기 바란다.
* 전교조 내 직접 민주주의 플래폼 ‘전교조 빠띠’(eduhope.parti.xyz)에 들어와 ‘학교학회’를 검색해 가입해도 된다.
* 더 자세한 사항은 페이스북 메신저와 메일(jek1015@hanmail.net)로 문의해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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