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공모제 확대 논란과 관련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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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형 교장공모제 확대’를 포함한 <교육공무원임용령> 일부개정안 입법예고가 지난 2월 5일 종료되었다.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지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를 포함한 교육시민사회단체 대부분이 전체적으로 환영 의사를 내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교총은 입법예고 기한 종료 직후 성명을 발표하면서 교장공모제가 교원인사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린다고 비판하였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지난 1월 29일 “승진평정 과정 없이, 그리고 실습 기간인 교감도 안 해보고 교장이 된다는 것은 능력과 자질 검증 없는 반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총은 교장이나 교감 등 이른바 ‘학교관리자’가 중심인 교원단체다. 나는 하 교총회장의 발언이, 이들 단체가 교사-부장-교감-교장으로 이어지는 현재의 위계적인 교원승진제도를 통해 자신들의 기득권적인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이해한다. 교감직을 ‘실습직’ 정도로 간주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들에게는 교직 생애의 최종 목표가 교장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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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쯤이었을 것이다. 당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교장과 교감의 수업 참여를 제안했을 때 교총과 한국초‧중‧고등학교장총연합회 등 교원단체들이 교장권 침해라며 격렬하게 반발한 적이 있다. 평교사는 수업을, 교장은 연구를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학교에는 교사들이 교장이나 교감 같은 학교관리자가 되려는 이유가 아이들과 부대끼는 수업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말이 ‘농담’처럼 오간다. 일부 교사들은 교직 입직 직후부터 승진 경로에 올라타기 위해 각종 점수를 관리하고, 1정 연수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기출문제를 확인하는 뜨거운 모습을 보인다고도 한다. 그런 모습들이 예의 농담을 농담으로만 바라보지 않게 한다.
나는 하 교총회장이 큰 목소리로 말한 “능력과 자질 검증 없는 반칙”이라는 발언 속에 현행 교원승진제도완 그 찬성론자들의 한계와 오류가 오롯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내 우둔한 감각과 의식으로는 승진 경로에 오를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이 어떻게 소수점 세 자리까지 나오는 점수로 결정될 수 있다고 보는지 알지 못하겠다. 이런 시스템을 십분 인정하더라도 그 안에서 당사자들이 얼마나 깊고 진솔하게 교육적 고민과 성찰을 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힘들다.
오히려 그들이 일관되게 원하는 것은 진정한 능력과 자질이 아니라 점수로 획득되는 ‘자격증’이 아니었던가. 이쯤에서 교장공모제를 통해 ‘자격증’ 없이 교장 직무를 수행한 고춘식 전 한성여자중학교 교장의 말을 들어보자.
지금 우리는 자격증은 곧 ‘자격’이라는 등식을 전제와 고정관념으로 심한 착각에 빠져 있고 더 나아가 맹신까지 하고 있다. 마치 ‘경쟁’을 시키면 곧 ‘경쟁력’이 생긴다고 착각하거나, 진도를 나가면 다 가르치고 다 배우고 아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과 유사한 것이다. (중략) 누구나 교장이 될 수 있다. 누구나 교장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나 교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왜일까? 교장이라는 직책의 중요성 때문이다. 그가 가지는 권한이 절대적이고 책임이 아주 막중하기 때문이다. -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편(2013), <교장 제도 혁명>, 살림터, 168~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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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 생활의 최종 목표가 교장직인 교사가 얼마나 될까. 그 수가 얼마나 되든지간에 점수제를 골간으로 유지되는 현행 교원승진제도가 온존해 있는 한 오롯이 교장직을 목표 삼아 학교와 교실과 학생을 벗어나 교육에서 탈주하려는 교사들의 행렬은 끊기지 않을 것이다.
나는 차제에 교장공모제 확대를 뛰어넘어 교장 제도를 포함한 교원인사제도 전반을 돌아보고 혁신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마침 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교장공모제나 교원인사제도가 선거 이슈의 최전선에 섰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