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의 어린이집 졸업식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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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막내가 어린이집을 졸업했다. 첫째와 둘째 모두 함께 거쳐 간 어린이집이었다. 2008년 12월 예비 교육을 받기 위해 큰딸 손을 잡고 함께 어린이집 문턱을 넘어선 지 9년 만이다.
졸업식 후 막내 담임 선생님과 원장님과 부원장님에게 “이제 해방입니다.” 하고 농담을 던지며 마지막 인사를 하고 나왔다. 그러나 가슴 한켠에서는 시원섭섭하다는 상투적인 형용사로는 이루 다 드러내지 못할 복합적인 감정이 일었다.
이른 출근 시각 때문에 아침마다 등교 전쟁을 치른 첫째나, 하마터면 실명으로까지 이어질 뻔한 눈 부상을 비롯해 크고 작은 상처께나 달고 살았던 둘째 졸업식 모두 각별했다. 그런데 오늘을 마지막으로 세 자식들과 함께한 9년여의 등하굣길이 마무리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인지 막내 졸업식이 더 유난스레 서운하게 다가왔다.
2
지난 며칠 동안 막내는 자나깨나 “우리 우리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어깨동무 내 동무 잘 있거라. 또 보자.”를 읊조렸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졸업식 때 부르는 노래였다. 며칠 전 막내는 침대 위에서 이불을 무릎에 덮고 앉아 이 노래를 나지막이 불렀다. 잠자리에 들기 전이었다. 쪽마루 창을 넘어 멀리 밤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막내의 표정을 무어라 형언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애틋한 풍경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막둥아, 아빠랑 사진 찍을까?”
이즈음 나는 아침마다 막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막내와 함께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보낼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 얼마나 허허롭게 다가왔는지 모른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았을까. 평소 같으면 시큰둥하던 막내가 ‘그럴까요.’ 하면서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해 주었다.
3
우리 집 아이들이 다닌 어린이집은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함께 지내는 통합어린이집이다. 그 자신이 청각 장애인이기도 한 원장님은 졸업식 축사에서 20년째 운영되고 있는 통합 모델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힘을 보태 주시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이곳 어린이집에서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스스럼 없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수차례 지켜보았다. 우리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몸과 키뿐 아니라 마음이 훨씬 더 커졌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아이들이 ‘함께함’의 깊은 뜻을 깨달을 수 있도록 나날이 헌신적인 교육 활동을 펼쳐주신 군산 열린터 어린이집 선생님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 전해 드리고 싶다.
* 이 글은 군산 열린터 어린이집 누리집에도 게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