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법외노조 문제에 대한 당신들의 저열한 정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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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익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이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직권취소를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시작한 지 26일째가 지나가고 있다. 그 사이 조 위원장은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에 실려갔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조 위원장은 혈압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 쓰린 빈 속에 투약을 해야 한다고 한다.
전교조 조합원들은 전국 방방곡곡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법외노조 직권취소를 힘주어 외치고 있다. 유례 없는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동조 단식과 1인 피케팅 시위와 자전거 거리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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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같은 구태의연한(?) 투쟁 방식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이 개명한 민주주의 세상 천지에 문제를 평화로운 대화로 풀지 못할 까닭이 어디 있느냐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옳다. 맞는 말씀들이다. 그분들의 진심 어린 걱정과 애정 가득한 비판을 잘 안다. 다만 나는 그분들께 정중하게 이렇게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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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여 동안 정부가 요구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물밑에서 수없이 접촉하며 문제 해결의 가닥을 놓지 않으려고 했다. 더 무엇을 해야 하나.
전교조 법외노조화 공작과 사법 처리 과정에 박근혜 청와대의 국정 농단과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 농단이 복잡하게 개입되어 있다는 의혹이 거의 사실처럼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와 대법원 사이의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위한 '재판거래'는, 심증이나 의혹만으로도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한다. 더 무엇을 해야 하나.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이 모든 것을 도외시한 채 하릴없는 법률 개정과 아이엘오(ILO) 협약 비준을 거론하며 전교조 문제를 깔아뭉개고 있다. 대법원, 고용노동부, 교육부 등 모든 관련 부처가 철저하게 전교조를 외면하고 있다. 더 무엇을 해야 하나.
법외노조가 된 전교조는 하루하루 돌이킬 수 없는 심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해직된 전임자 34명의 복귀 데드라인이 다가오고 있다. 단식을 하고 있는 조 위원장은 환갑이 머지 않은 사람이다. 전교조가, 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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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나는 '사람'이 갈수록 도구화하는 이 세상이 무섭다. 전교조를 투명인간처럼 대하는 정부가 공포스럽다. 이럴 수 없고, 이래서는 안 되는 일을 태연자약하게 하는 그들의 머릿속에 든 생각이 무엇일까. 그들을 그렇게 방약무인의 권력주의자처럼 만드는 것이 무엇일까.
나는, 자신의 생떼 같은 목숨을 버리고, 일터와 삶터를 빼앗긴 채 간신히 목숨을 유지하며,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집단적 린치를 당해 고통 받는 수많은 사람들의 지옥도 한편에서 또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 고통 받는 사람의 처참한 현실을 재단하고 셈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하는 파렴치한 정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교조 문제가 그런 저열한 이해타산 정치의 한복판에 있는 게 아닌가.
나는 지금 문재인 정부가 전교조 문제를 그런 정치적 셈속 차원에서 철저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이럴 수 없고, 이래서는 안 된다. 사람이 죽어나갈 수 있는 상황이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조치를 직권으로 취소해야 하는 이유와 근거와 명분은 넘치고 넘친다. 그러니 그가 누구이고 그곳이 어디이든 정부나 의회에서 구체적인 목소리가 나와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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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정부에 더 기대하고 바랄 것이 없다고 말한다. 나는 그렇게 보고 싶지 않다. 대신 나는 그들에게 권력과 정치의 근원을 겸손하게 바라보라고 말하고 싶다. 혹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정녕 유감스러운 일인데, 단언컨대 흐르는 시간은 당신들의 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