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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균 Nov 17. 2018

“공부하고 실천하는 교사와 학생”

전교조 군산중등지회 학술 문화 행사 ‘아카데메이아’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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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군산중등지회 학술 문화 행사 ‘아카데메이아’를 마쳤다. “공부하고 실천하는 교사와 학생”이 테마였다.     

 

발표 한 꼭지당 15분씩 계획을 세웠다. 모두 다섯 꼭지여서 1시간 30분 정도면 행사를 넉넉히 마무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함께 이야기 나눌 것들이 많았다. 다들 더 이야기하고 더 듣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오후 1시 20분부터 시작한 발표가 4시 20분까지 3시간 동안 빽빽하게 이어졌다.      


2     


수업 시작 종이 울리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우리는 ‘좀비’ 같은 모습으로 한 시간 수업을 시작하지 않는가. 군산여고 선생님들의 수업 연구 공동체 활동을 공유해 주신 장** 선생님은 우리에게 이런 ‘씁쓸한’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나는 군산여고 선생님들 각자가 자신의 수업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올 한 해 동안 몸부림치며 보낸 다채로운 시간 속 경험들을 꼼꼼히 기록하며 들었다. 장 선생님의 뜨거움이 나를 뜨겁게 해 주었다. 누군가 먼저 고민하며 앞장서서 실천할 때 쉬이 움직이지 않는 선생님들이 함께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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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동원중 이** 선생님은 협력 수업과 거꾸로 수업을 융합한 수업 실천 사례를 말씀해 주셨다. 우리 교사들은 탁월한 교사들이 훌륭한 수업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 하고 그 방법을 배우려고 한다. 때로 멋진 결과를 얻기도 한다. 처음 이 선생님도 그렇게 지내셨다고 한다.     


이 선생님이 그랬듯, 그런 꿈같은 시간을 보내다 우리는 문득 자문한다. 내가 잘 하고 있는 걸까. 학생들은 내 가르침을 어떻게 바라볼까. 우리는 이들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하면서도 끝없이 고민한다. ‘베테랑’ 이 선생님 역시 지금도 계속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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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상고 박** 선생님의 ‘독서기’는 감동적인 한 편의 소설 같았다. 박 선생님은 우리 교사들이 쉽게 풀 수 없는 근본적인 화두를 던져 주셨다. 책 읽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갈까. 책 읽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박 선생님은 사모님과 함께 책 읽기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신다고 했다. 그들만 그럴까. 우리는 아이들이 공부하고 책 읽는 우리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공부하고 책을 읽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동시에 우리는 어른들(부모와 교사들)의 그런 바람이 그대로 실현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런데도 우리는 공부하고 책을 읽고, 공부하고 책을 읽어야 한다.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닐까.     


“나의 독서 습관이나 생각이 많이 변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오래 전부터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훗날 제 자식들이 제가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는다고 했을 때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을 책을 골라 읽자.”   

  

박 선생님이, 앞으로도 변치 않을 자신의 독서 원칙이라며 해 주신 말씀이다. 나는 이 말에 깊이 공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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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동원중에서 온 이**, 여** 학생은 인권 동아리 활동 경험을 이야기해 주었다.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준비해 온 피피티 자료를 나란히 서서 사이 좋게 나누어 발표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나는 이들 두 학생이 지난 한 해 동안 인권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어떤 ‘본질적인’ 깨우침을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인권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라는 어느 선생님 질문에 이들은 “절대 침해 받아서는 안 되는 가치라고 생각합니다.”라며 짧고 굵게 대답했다. 우리는 이들의 멋진 대답을 듣고 우렁찬 박수로 화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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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고 전** 학생이 전해 준 ‘학생헌정자치법원’ 사례는 전국적으로 전파해도 좋을 학생자치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학생헌정자치법원은 기존의 학교자치법정이 갖는 비(반)교육적인 측면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치기구로, 공권력(학교)의 행사나 불행사로 인해 권리를 침해당한 자를 구제하는, 권리 구제형 헌법소원 재판을 준용하여 만들어진 시스템이라고 한다.     

 

학생헌정자치법원은 학생(회) 대표와 교사 대표로 구성된 재판부가 핵심이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법을 분석하고 연구하여 만든 모델이라고 하니, 시스템을 만들어내기까지 들인 품이 상당했을 것 같았다.   

   

군산고 학생헌정자치법원에서 첫 번째로 심리한 사안은 학생들의 교무실 청소 문제였다고 한다. 나는 학생 인권, 학교 내 관행, 교육적 의미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여 진행한 심리 결과를 담은 군산고 ‘학생헌정자치법원 결정서’가 언젠가 두루 알려질 기회가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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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메이아는, 전교조의 ‘꽃’ 같은 ‘참교육 실천 대회(참실 대회)’와 맥을 같이한다. 교사가 된 뒤 2년째인가 3년째인 해 지회 참실 대회에 참가한 기억이 생생하다. 교육과 수업에 대한 고민을 할 겨를도 없이 하루하루 벅차게 지낼 때, 참실 대회에서 여러 선생님과 나눈 수업 이야기들에서 크게 자극을 받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나는 오늘 아카데메이아 사회를 보면서 인사말로 “한 알의 조그만 불씨가 광야를 불태운다”라는 마오쩌둥의 말을 인용했다. 교사와 학생 각자가 자신의 삶터에서 고민하고 실천하는 조그만 움직임을 멈추지 않을 때 커다란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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