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한' 교육부에 함께 맞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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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교육부가 오늘(5월 25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미복귀 전임자를 직권면직 하지 않은 8개 시도교육감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한다. 교육부가 각 시도교육청에 통보한 직권면적 처리 결과 통보 시항은 5월 20일이었다. 그 시한을 넘기도록 35명의 미복귀 전임자들을 ‘해고’하라는 직무이행명령을 따르지 않자 과감하고 신속하게 법적 후속 조치를 취한 것이다.
전국 시도교육청은 직무이행명령 보고 시한인 5월 20일 이전에 전교조 미복귀 전임자들에 대한 제3차 징계위원회(징계위)를 속속 열어 회의를 마친 상태였다. 그 결과 교육부의 직권면직 지시를 받은 10개 진보교육감 지역에서 ‘직권면직 의견’ 결정이 나왔다. 지난 23일까지 9개 지역이었다. 경기교육청은 18일 징계위 의결 이후 일종의 형식적 인사 처리 절차인 인사위원회까지를 열어 직권면직 대상자들인 전임자 4명에 대해 인사 발령을 마쳤다고 한다.
어제(5월 24일) 전국 13개 시도교육감들이 직권면직 이행명령을 압박하는 교육부를 상대로 비판 성명을 냈다. 그 자리에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인 장휘국 광주교육감은 “교육부가 직무유기로 고발하겠다고 하는 등 법적으로 처벌될 수 있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교육감들이 사실상 교육부의 직권면직 지시에 대해 수용 의견을 밝힌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직무유기 고발이라는 ‘강수’를 두었다. 전교조와 교육부와 시도교육감들 상호간에 새로운 ‘전선’이 형성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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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법> 제170조는 지방자치단체의 장(교육감도 여기에 포함된다)에 대한 직무이행명령 규정이다. 제1항에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법령의 규정에 따라 그 의무에 속하는 국가위임사무나 시·도위임사무의 관리와 집행을 명백히 게을리하고 있다고 인정되면 시·도에 대하여는 주무부장관이, 시·군 및 자치구에 대하여는 시·도지사가 기간을 정하여 서면으로 이행할 사항을 명령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제2항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이행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대집행할 수 있는 권한에 대한 규정이다.
직무이행명령 규정에서 흥미로운 항목은 제3항이다. 이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제1항의 이행명령에 이의가 있으면 이행명령서를 접수한 날부터 15일 이내에 대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이행명령의 집행을 정지하게 하는 집행정지결정을 신청할 수 있는 권한도 규정되어 있다.
직무이행명령 및 이에 대한 이의소송 제도의 취지는 무엇일까.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3. 6. 27. 선고 2009추206)에 따르면, 국가위임사무의 관리와 집행과 관련하여 주무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분쟁을 대법원의 재판을 통하여 합리적으로 해결함으로써 사무집행의 적법성과 실효성을 보장하려는 데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해당 국가위임사무에 관한 사실관계의 인식이나 법령의 해석과 적용에서 주무부장관과 견해를 달리하여 해당 사무의 관리나 집행을 하지 아니할 때는 직무이행명령에 대해 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요컨대 직무이행명령에 대한 이의 소송은, 주무부장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특정 국가위임사무를 관리하고 집행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서로 다른 견해로 대립할 때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제소권을 부여하여 성립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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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미복귀 전임자 직권면직은 지난 1월 서울고등법원의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에 따른 것이다. 교원노동조합(교원노조)의 조합원 자격 규정을 현직 교원으로 한정한 <교원노조법> 제2조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 점, 해직교사에게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전교조 내부 규약이 <교원노조법> 제2조와 상충하는 점, 따라서 9명의 해직교사를 조합원 명단에서 빼지 않고 있는 전교조는 법외노조로 볼 수 밖에 없다는 점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전교조의 법외노조 여부에 대해서 최종적으로 말할 수 있으려면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6만 조합원을 가진 실체적 조직인 전교조를 법 밖으로 밀어냈다. 학교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임자들에게 해직의 칼날을 들이대라고 시도교육감들을 압박하고 있다. 전교조에 대한 ‘표적 사냥’과 ‘찍어내기’식 행정 조치로 보이는 까닭이다.
나는 이러한 교육부의 ‘반민주적’ 행태와 더불어 전국 시도교육감들의 정치적 ‘실기’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싶다. 직권면직을 강행하라는 교육부의 직무이행명령을 받은 교육감들이 ‘조직적으로’ 교육부를 상대로 작금의 직무이행명령에 대해 이의소송을 제기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어제 교육부 비판 성명에서 전국 13개 시도교육감들이 집단으로 대법원 확정 판결 때까지 직권면직 이행명령을 거부한다는 ‘선언’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교육감이 직권면직 결정을 미루는 것이 <지방자치법>의 직무이행명령 관련 조항에 비춰볼 때 권한 밖이라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기 전이므로 직무이행명령의 적법성 여부는 법률적으로 다투어 볼 만한 여지가 전혀 없는 게 아니다.
몇 가지 근거 사례가 있다. 먼저 전교조는 <교원노조법>상의 보호를 받지 못할 뿐 여전히 ‘헌법상 노조’다. 또한 법외노조에 전임을 허용해서는 된다는 명문 규정이 없다. 지난해 5월 헌법재판소는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조합원 자격 제한이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해서 이를 이유로 이미 설립 신고를 마치고 정당하게 활동 중인 노조의 법상 지위 박탈이 항상 적법한 것은 아니다”라고 단서를 달았다. 9명의 해직 조합원이 있다고 해서 6만 명이 넘는 조합원으로 구성된 노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내리는 것이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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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직권면직 이행명령을 받고 있던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이번 교육부의 직무유기 고발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교육부의 의도는 교육감들에게 압박의 쐐기를 더 확실하게 박아 넣으려는 것일 테다. “고발 이후 징계 절차가 마무리되는 곳이 있다면 검찰 조사 과정에서 반영해 처리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한 교육부 관계자의 말(<경향신문> 5월 25일 기사 ‘교육부, 전교조 면직 안 한 교육감 8명 직무유기로 고발’에서 재인용함)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을 것이다.
교육부는 자신들의 막대한 ‘권한’을 이용해 전교조와 시도교육청들을 집요하게 괴롭히고 있다. 법과 행정 절차라는 ‘중립적’인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노골적인 ‘정치 폭력’이나 다름없다.
출범 27년, 합법화 17년을 맞이하고 있는 조직을 하루 아침에 공중폭파하려는 이 나라 정부는, 지난 1996년 오이시디(OECD) 가입 당시 교원의 단결권 보장과 교원노조 합법화,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 2007년까지 오이시디의 약속 이행 상황 감시를 수용하는 조건을 받아들이고 오이시디에 가입했다. 그때 정부나 지금 정부 모두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쓰고 있다. 그 ‘비겁한’ 정부‧국가에 맞서 싸워야 한다. 상대적 ‘약자’인 전교조와 시도교육청이 공동전선을 형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