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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균 May 27. 2016

“교사를 힘들게 하는” 정부 정책 1위는?

성과급 제도의 어두운 ‘본질’을 직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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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과급 제도의 역사는 100년을 훌쩍 넘어선다. 존 맥베스(John MacBeath) 미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석좌교수의 연구[국제교원노조연맹(2015), <교사의 전문성, 어떻게 만들어지나>, 살림터, 206쪽 참조)에 따르면, 19세기 말 미국에서 성과급 제도가 도입되었다. 맥베스 교수를 따라 성과급 제도의 역사를 간략히 정리해 보자.     


19세기 말 도입된 성과급 제도는 1920년대에 폐지되었다. 공평한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입증되고 나서였다. 그 뒤 1980년대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성과급 개념을 채택했다. 14개 주에서 계획을 도입하고 6개 주가 필요한 입법조치까지 취했다. 소기의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고 한다.     


성과급 제도와 비슷한 계획을 채택했던 다른 나라들도 그 (운영-필자) 정도를 약화시켰다. 성과급을 대체하는 추가 급여는 교사의 업무 수행이나 학생의 성과에 대해서라기보다 추가적인 임무와 자격증에 주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이것을 일종의 ‘수당화’ 조치를 취한 것으로 이해한다.    

 

2011년 7월 18일, <뉴욕타임스>가 뉴욕 시가 성과급 제도를 폐지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뉴욕 시는 3년 동안 교원들에게 성과 상여금으로 5600만 달러를 지출했다. 교육부 장관이 그 비용과 효과를 따졌다. 부정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교육부 장관은 그 결과에 따라 제도 폐지를 발표했다. 당시 연구 보고서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상여금은 교사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이나 학생들의 시험 점수에 대해 뚜렷하게 드러나는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 (<교사의 전문성, 어떻게 만들어지나>, 2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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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성과급 제도가 도입된 것은 2001년이었다. 성과급 차등 비율은 20퍼센트였다. 그 뒤  작년까지 그 비율이 50퍼센트까지 늘어났다. 2011년부터는 학교별 성과급 제도가 도입되었다. 4년간 운영된 학교별 성과급 제도는 올해(2016년)부터 폐지된다.    

  

기간제교사와 같은 비정규직 교원들에게는 한동안 성과급이 적용되지 않았다. 그 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를 비롯한 교육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거세지자 2013년부터 지급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학교별 성과급은 제외되고 개인별 성과급만 지급되었다. 차등 지급률은 처음부터 70퍼센트에서 100퍼센트에 이르렀다. 기준 호봉 수도 14호봉으로 한정해 놓았다. 철저히 차별 지급 시스템에 따른 것이다.    

 

성과급 제도는 올해 크게 바뀌었다. 학교별 성과급을 폐지하는 대신 이를 개인별 성과급에 포함했다. 등급간 차등률은 70퍼센트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어느 학교가 차등률을 70퍼센트로 선택하면 최고 에스(S) 등급(425만여 원)과 최저 비(B) 등급 간 차액이 161만 원 정도 된다. 현행 50퍼센트 차등률에 따르면 최대 차액이 92만 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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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지급을 위해서는 등급 산정을 해야 한다. 이때 활용되는 것이 평가 기준이나 평가 항목이다. 문제가 많다. 대부분 ‘결과’로서의 ‘성과’가 아니라 일상적인 업무 활동에 초점이 맞춰 있다. 담임이나 부장 보직 여부, 수업 시수, 기피 업무 담당 여부, 연수 시간 따위가 평가 기준으로 활용된다.    

  

교육을 통한 변화는 더디다. 측정하기 힘들다. 아이들이 ‘성장’하거나 어떤 ‘성과’를 보여준다면, 일반적으로 그것은 교사가 아이들과 맺는 관계 여하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된다. 요컨대, 유능한 교사 아래서 탁월한 아이들이 나온다. 수업의 질은 교사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 그럴까.     


존 해티(John Hattie)의 교실‧교과 효과성에 대한 메타 분석 연구(<학습 들여다보기(Visual Learning: 성취도에 관련된 800가지 메타 분석을 종합한 결과>, 2009)는 교육의 ‘효과’나 ‘결과’와 관련하여 가장 많이 인용되고 폭넓게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성취도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갖는 것은 ‘학급 환경’이다. 수치가 56이다.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갖는 영향 요인은 ‘목표에 도전’이다. 52다. ‘교사 유형’ 요인은 42로 7번째 순위다. 수치가 43인 ‘숙제’ 요인보다 한 단계, 46인 ‘학부모 참여’ 요인보다 두 단계 낮다.      


이렇게 해석해 보면 어떨까. 아이들의 성취도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 교사는 학부모나 숙제보다 낮은 효과를 발휘한다. 교사 대신 학부모 지도와 숙제하기 등을 강화하면 아이들의 성취도가 높아진다!     


학습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과 목표를 갖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된다는 점일까? 그렇다면 학습 환경은 어떻게 측정하며, 그것을 교사가 얼마나 통제할 수 있을까? 목표는 누구의 것을 중시하고, 어떤 목적에 봉사해야 하는가. (중략) 우리가 ‘숙제’와 ‘학부모의 참여’를 활용하여 무엇을 하려는지, 그리고 이런 요인은 무엇을 알 수 있게 하는가? 이렇게 논쟁거리가 많은 영역에 깊이 발을 들여놓을수록 관련된 질문이 계속 더 많이 제기된다. (위의 책, 207~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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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제도는 교원평가제와 더불어 대다수 교사들이 ‘폐지 1순위’로 꼽는 교육 정책이다. 반발이 거세다. 대표적인 방식이 균등 분배다. 2015년 전교조 설문조사에 의하면 교원 개인 성과급 균등분배에 2877개교 7,1965명이 참여했다. 전국 초고교의 25퍼센트, 전체 교원의 15퍼센트가 참여한 수치다.      


정부는 성과급을 통해 교단을 경쟁주의와 성과주의로 물들이려 하고 있는 것 같다. 균등 분배는 정부가 강제하는 성과급 제도에 대한 교사들의 조직적인 반발이다. 전교조 설문조사를 보면 교사 91퍼센트가 성과급 제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교사를 힘들게 하는 정부 정책” 1위가 성과급제(36퍼센트), 2위가 교원평가제(30퍼센트)다.      


교사는 학생, 학부모와 더불어 이른바 ‘교육 3주체’ 중 하나다. 대표적인 평가 기제인 성과급 제도는 ‘주체’여야 할 교사들을 ‘대상화’한다. 이 제도가 “교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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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서는 성과를 측정하기 힘들다. 개인별 성과 등급은 교사의 자존감을 훼손한다. ‘교원의 사기 진작’ 운운하는 교육부의 성과급 자랑과 무관하게 대다수 교사들이 성과급 폐지를 반대하는 이유일 것이다.    

  

교육부는 단호하다. 폐지 의지가 없다. 올해부터는 교사들의 균등 분배 시도를 원천봉쇄하려 하고 있다.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교사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성과급을 지급받으면 징계할 수 있는 기준을 신설하려고 한다. 그 정도에 따라 최소 견책부터 최고 파면까지 징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과급 균등 분배 행위는 징계 사유가 될 수 없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가 지난 5월 23일 교육부의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대해 내린 법률 해석 결과였다.(<교육희망> 5월 23일 기사, 민변 “성과급 균등분배, ‘징계 사유’ 안 된다” 참조)     


민변 답변 자료에 따르면 “성과급 지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교원이 부정한 방법으로 성과급을 수령한 것이 아닌 이상, 적법하게 지급받은 성과급은 교원의 ‘사적 재산’에 해당한다. 지급받은 성과급을 어떻게 사용하든 이는 ‘직무상의 행위’가 아닌 ‘사적 재산 처분행위’에 해당한다”면서 “교원의 성과급 균등분배는 자유로운 재산권 행사로서 ‘공무원이 성과급을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지급받은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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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제도를 놓고 벌어지는 싸움이 어떻게 펼쳐질까. 교육부는 성과급 제도의 기능을 확대 해석하는 데 골몰할 것이다. 교사들은 균등 분배를 하면서 냉소를 지으리라.

분명한 사실은 성과급 제도가 시대착오적이라는 점이다. 교육부가 뉴욕 시의 연구 결과와 존 해티의 메타 분석이 의미하는 바를 찬찬히 따져보았으면 좋겠다.     


성과급 제도가 바라보는 교사관은 기능주의적이다. 교사는 여하한 경우에도 성과를 내야 하는 단순 직공으로 간주된다. 공장 직공이 기계나 조립라인 앞에 늘 있어야 하는 것처럼 학교와 교실에서 기계적으로 살아갈 것을 강요받는다. 한 치의 빈틈이나 조그마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그런 교육 당국에게 영국 정부 창의성대책본부 의장이었던 켄 로빈슨(Ken Robinson) 경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여러분이 틀릴 수도 있는 답을 내놓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여러분은 결코 최초의 해답을 찾아내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어른이 될 때까지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런 능력을 잃어버린다. 그들은 틀린 답을 내는 것에 겁을 먹게 되어간다. 우리는 실수를 멸시한다. 그리고 우리는 실수가 여러분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최악의 것이라고 말하는 교육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위의 책, 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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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지급을 위한 등급 산정의 계절이 다가왔다. 벌써부터 소란스럽다. 토론과 성찰을 해 보자. 성과급 제도의 어두운 ‘본질’을 차분하게 직시해야 할 때다.


* 제목 커버의 배경 사진은 켄 로빈슨 경이다. 인터넷 '위키피디아'(https://ko.wikipedia.org/wiki/%EC%BC%84_%EB%A1%9C%EB%B9%88%EC%8A%A8_(%EA%B5%90%EC%9C%A1%ED%95%99%EC%9E%90))에서 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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