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청의 <전북학교자치조례> 시행에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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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전라북도교육청에서 꾸려 가고 있는 ‘학교자치활성화지원단(학교자치지원단)’ 워크숍에 다녀왔다. 앞으로 활성화할 학교자치를 위에 대비하여 함께 대화하면서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회의와 토론 진행 실습, 지난 2월 1일 제정, 공포된 <전라북도학교자치조례>(<전북학교자치조례>)를 펼쳐 놓고 집단 열독과 토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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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교육자치 정책의 기조는 교육부 교육 권한을 전국시도교육청과 나누거나[배분] 이들 기관에 옮기는[이양] 것이 핵심이다. 현재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중심이 되어 이와 관련된 법령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교육부의 정책 방향은 바람직스럽다. 그런데 교육자치가 톱다운 방식의 권한 배분과 이양 수준에서만 그쳐서는 진정한 학교자치를 실현하기 힘들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자치 정책의 최종 목표가 시민교육의 전면화와 내실화를 통한 민주 시민 양성이라고 할 때, 권한 배분과 이양의 최종 종착점은 반드시 학교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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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나는 전북교육청이 운영하는 학교자치지원단이 유다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초‧중‧고교 교사들(교장‧감, 원장‧감 포함)이 망라된 지원단 구성이나, 전북 도내 학교 현장의 학교자치 마중물 노릇을 하는 학교자치지원단 소속 교사들의 역할 등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현재 다른 시도교육청에는 전북 학교자치지원단 같은 조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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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학교자치의 내일을 희망적으로 보게 하는 또 다른 요소로 <전북학교자치조례>를 들고 싶다. 이번 2019학년도 봄 학기부터 시행되는 <전북학교자치조례>는 총 4개 장(‘총칙, 자치기구, 교무회의, 보칙’)으로 이루어져 있다. 학교교육 주체들에게 학교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와 권한을 보장하여 민주적인 학교공동체를 실현하고 건강한 배움과 성장의 학교문화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전북학교자치조례>의 핵심은 ‘제2장 자치기구’와 ‘제3장 교무회의’다. 이에 따르면 학교 자치기구로 ‘학생회, 학부모회, 교사회, 직원회’를 두어야 한다. ‘교무회의’에서는 학교 규칙의 제‧개정, 학교교육과정과 그 소요 예산, 학교운영과 관련한 교직원의 제안, 학교 내 각종 위원회 구성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할 수 있다.
<전북학교자치조례>는, 그간 교장이 제왕적 권한을 행사해 온 비민주적인 학교 체제 아래서 숨죽인 채 살아야 했던 학교 주체들이 명실상부하게 자치기구를 운영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선언적인’ 면이 없지 않지만, 학교의 장이 자치기구 자치권이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하고, ‘교무회의’(기존의 ‘교직원 회의’ 같은 자치 기구) 심의 결과에 대해 특별한 사유가 없을 때 이를 받아들인다는 내용을 명문화한 점은 특기할 만하다.
나는 무엇보다 ‘제4장 보칙’에 교육감이 각급 학교의 민주적 운영 실태에 관한 조사를 실시해 교육청 운영 계획에 반영하고 개선을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앞으로 전북교육청이 경기교육청의 ‘학교민주주의 지수’ 시스템을 능가하는 조사(평가) 시스템을 구축하여 전북 학교들의 민주주의 온도를 크게 높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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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두어 해 동안 전북 학교생활규정 컨설팅을 위해 여러 학교를 방문하면서 전북 학교들의 인권 지수가 제법 높아진 것을 실감하곤 했다. 나는 그것이 지난 2013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전북학생인권조례> 덕분이라고 본다. 철옹성처럼 요지부동하며 ‘과거’를 고수하는 학교나 교사들이 없지 않다. 그러나 그들조차(?!) 이제는 학생 인권을 강조하는 대의와 방향을 거부하지는 못한다.
나는 이번에 공포된 <전북학교자치조례>가 그런 구실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되려면 학교와 교사가 조례의 허술함을 핑계로 냉소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학교자치는 넓은 의미의 교육정치나 학교정치이며, 정치는 우리의 삶 하나하나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전북학교자치조례>가, 시끄럽지만 건강한 학교 민주주의로 가는 귀한 마중물이자 살아 있는 시민교육 교과서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