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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균 May 24. 2019

나는 전교조가 한 일을 알고 있다

30살 전교조 생일 잔치를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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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일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결성 제30주년 기념일이다. 전국의 전교조 조합원 교사들은 내일(25일) 어엿한 30살 청년이 되는 전교조 생일을 자축하기 위해 서울 종로에 모여 ‘전국교사대회’를 연다. 나도 그곳에 함께하기 위해 군산 지역 초·중·고교 선생님들과 함께 내일 아침 버스를 타고 상경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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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살이면 장성한 청년 나이다. 익히 알다시피 그사이 전교조는 온갖 우여곡절과 간난신고를 겪었다. 그리고 이겨 냈다. 얼마나 기쁘고 흐뭇한 일인가. 나는 내일 30살 청년이 되는 전교조를 축하하는 전국교사대회가 오지게 열렸으면 좋겠다. 그런데 별로 흥겹지 않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법외노조’ 문제 때문이다.

    

전교조 법외노조화는 이명박 정권이 밑불을 때고, 박근혜 청와대와 양승태 대법원이 사법 공작이라는 기름을 부어 완성하였다. 이명박 정권은 국정원을 동원하였고, 박근혜 정권과 양승태 사법부는 ‘재판 거래’까지 했다. 전교조는 “좌파 종북”(원세훈), “한 마리의 해충”(박근혜) 등으로 비열한 마타도어의 제물이 되었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효력 여부를 다투는 대법원 상고심 서류는 서울 서초동 대법원 건물 창고에 3년째 파묻혀 있다. 통상 대법원 계류 기간은 2년이다. 지금 문재인 정권의 김명수 대법원은 심각한 직무 유기죄를 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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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를 받을 당시 해직 교사는 9명이었다. 2016년 서울고등법원의 전교조 패소 판결 이후 교육부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내린 노조 전임자 휴직 허가 취소 및 복직 명령에 따라 해직 교사가 38명으로 늘었다. 나는 이런 결과가 법의 이름으로 진행된 불법적 사법 공작 때문이었다고 확신한다.    

 

1989년 출범 직후부터 이른바 ‘전교조 관련 사안’은 반전교조 세력에게 불신과 의혹과 공포와 금기의 대상이었다. 나는 전교조 법외노조화 공작의 시작부터 끝에 이르기까지 ‘안티-전교조’ 네트워크의 간절한 발심과 발원, 이를 위한 물밑 연합과 접촉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전교조 관련 사안’을 바라보는 불신과 의혹과 공포와 금기의 시선은 지금도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 나는 이명박근혜 시절 완성된 법외노조화 문제를 문재인 정부가 풀지 않고 있는 이유를 이런 맥락에서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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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10만 명에 육박하던 전교조 조합원 수는 이명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반토막이 났다. 이명박 정권이 시작하고 박근혜 정권이 완성한 법외노조화 문제를 문재인 정권이 온전히 유지하고 있다. 반전교조 진영은 전교조 무력화라는 목표를 성공했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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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는 9명의 해직자를 품어 안기 위해 6만 명이 넘는 조합원이 총투표를 하여 법외노조라는 가시밭길을 선택한 정의로운 조직이다. 전교조는 연대하고 저항하는 민주주의의 피를 먹고 잉태된 조직이다. 1979년에서 1988년 사이 민주화운동 관련 해직 인원이 200명을 넘는다. 1989년 출범 이후 구속, 파면, 해임된 교사가 1600명에 가깝다.     


나는 그들이 전국 곳곳에서 흘린 피와 땀이 학교 현장을 얼마나 바꾸었는지 잘 알고 있다. 일제고사, 애국조회, 주번제도, 방학중 당직 근무를 없앴다. 촌지와 부교재 채택료, 각종 성금 모금, 강제 저축, 어린이 신문 강제 구독, 학교 지도안 검열 들을 폐지했다.


그것들을 없앤 자리에 담임 학급비 지원금, 민주적인 교무회의, 정보 인권 보호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육아 시간을 확보하고, 학생들이 중앙 현관을 자연스럽게 출입하게 만들었으며, 교장과 교감이 학교를 독단적으로 운영할 수 없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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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해 보이는 그 모든 일 하나하나를  나가는 데 전교조 조합원들의 피와 땀이 있었다. 전교조가 걸어 온 30년이 우리나라 교육 개혁의 역사였다. 저항과 연대와 투쟁의 역사야말로 전교조에게 가장 큰 희망의 근거다.


내일 열리는 전교조 30살 생일 잔치가 그런 희망을 확인하고 함께 나누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함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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