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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균 Jul 01. 2019

교사 공화국

김용 청주교대 교수의 ≪학교자율운영 2.0.≫(살림터, 2019)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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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어느 회의차 서울을 오가는 길에 김용 청주교대 교수가 쓴 ≪학교자율운영 2.0.≫(살림터, 2019)을 읽었다. 김 교수가 이 책에서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간명하다. 신자유주의적인 경쟁 시스템과 책무성에 터한 질 관리를 기조로 하는 ‘학교자율운영 1.0’에서 탈피해 개방과 공유, 책임, 신뢰에 기반한 민주주의를 기조로 하는 ‘학교자율경영 2.0.’을 구현하자는 것.      


나는 학교개혁의 목적과 방향에 관한 김 교수의 그와 같은 제언에 동의한다. “학교 개혁의 전개와 전망”(부제)라는 논지를 전개하면서 소개하는 국내외 교육 개혁의 구체적인 실태와 역사적인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다만 몇몇 대목에서는 김 교수가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 같아 조금 아쉬운 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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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보니 김 교수가 교사 집단의 ‘지대 추구(rent seeking)’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김 교수는 교사들이 학교에서 자신의 일을 돌보듯이 일을 하지 않고, 공익에 봉사하기보다 자신의 개인적 편익을 취하는 행동을 하는 경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듯이 지대 추구 문제를 여러 곳에서 되풀이하여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은 우려 섞인 시선의 전제는 이런 것일 것이다. 예를 들어 작금 논의되고 있는 교육 권한 배분이나 이양의 흐름이 실질화하고, 교육 자치와 학교 자치가 교육 생태계 안에 안착함에 따라 학교 ‘자율 경영’이 본격화하면 교사 집단의 힘이 비대화하면서 학교 내 역학 구도에 교사 편향의 비대칭이나 불균형이 초래되는 것이 아닐까.     


김 교수는 심지어 ‘교사 공화국(teacher repbulic)’의 가능성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 “전문적 통제→관료적 통제”라는 교육 개혁 흐름을 따르고 있는 서구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관료적 통제→의사(疑似) 신자유주의적 경영→전문적 통제”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 교사들의 교육과정 편성, 운영의 자율성과 평가권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가 현실화하면 교사들이 교육 질에 무관심한 채 전문적 통제 일변도의 왜곡된 상황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 교수는 현재의 성과급제나 교원평가제 같은 (내가 보기에) ‘악제’에 불과한 것들을, 교사들의 지대 추구 행위를 일정하게 제어하거나 교사 공화국의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기제로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태하고 게으른 ‘문제 교사’를 제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 장치로 보고 있는 것 같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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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 ‘교사 공화국’을 제창하는 사람의 하나로서 김 교수의 우려가 지나치다고 말하고 싶다. 김 교수가가 과도한 전문적 통제로 인해 교사 공화국이 출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한 영국의 자율경영학교조차 (그 자신이 인용하는 외국 논문의 일부 구절을 빌려와 표현하면) “위임된 것은 자율이 아니라 실패에 대한 책임”에 따라 운영되는 학교였다. 실상 근대적인 학교 시스템이 전 세계에 퍼진 최근 200여년 사이에 교사의 ‘전문적 통제’가 불러 온 교사 공화국을 경험한 나라는 없었다.     


나는 김 교수의 ‘교사 공화국론’을 교육 개혁에 관한 한 지나치게 신중한 보수주의적 시각의 결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거기에는 (김 교수 자신은 부인하겠지만) 교사를 일정한 통제의 틀 아래 가둬 놓아야 하는 불신 집단처럼 바라보는 우리 사회 일각의 시선을 고려한 사정이 깔려 있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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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교수들이나 의사들과 같은 대표적인 전문가 집단들에 대하여 그들에 의한 ‘전문적 통제’가 초래할 위험을 강조하면서 ‘교수 공화국’이니 ‘의사 공화국’이니 하는 우려 섞인 말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전문적 통제는 강화되면 될수록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교사는 ‘공무원’이라는 독특한 위상 때문에 김 교수가 말하는 전문적 통제의 경험을 온전히 만끽할 수 없으며, 만끽해서도 안 된다. 그렇다면 나는 교사 공화국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김 교수가 말하는 학교자율운영 2.0.의 핵심이 학교 민주주의에 터한 학교자치에 있다면, 교사들이 학교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최전선의 전사로서 학교를 운영하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표면상 교사에 의한 전문적 통제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자율을 경험하지 못한, 그리하여 부정적인 교사 공화국의 가능성을 함의하는 사례로 거론되는 영국의 과거 유산을 우리가 답습하지 않는 길일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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