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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사가 무슨 특별한 일을 하겠는가. 그는 교육자다. 그저 학생을 가르치고, 가르치며, 가르치는 일을 하면 된다. 그런데 이 세상은 무엇 때문인지 교사가 교육하며 살아가는 것을 다만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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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인연으로 알게 된 선생님 두 분이 일터에서 쫓겨났거나, 쫓겨날 위기에 처해 있다. 도덕 수업 시간에 성윤리 교육을 했다가 학생의 ‘불편함’을 이유로 민원 대상이 된 광주 배이상헌 선생님이 직위해제를 당한 지 두 달이 돼 간다. 배이 선생님은 이즈음 경찰 조사계 책상 앞에 서신다.
사립중학교 교사인 서울 권종현 선생님은 재단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다. 학교장은 권 선생님에게 중징계 처분을 요구했다고 한다. 나는 권 선생님이 재단 징계위에서 4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징계위원들과 주고받은 언어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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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이 선생님은 단지 수업을 했을 뿐이다. 나는 지금 배이 선생님이 겪고 있는 운명이 여느 도덕 교사들과 달리 더 ‘교육적인’ 도덕 교육을 한 대가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이, 배이 선생님으로 하여금 그런 운명을 감당하게 해도 되는 것인가.
권 선생님은 학교에 중대 사안이 생겼을 때 재단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나는 그러한 태도가 자신이 일하는 학교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결코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재단과 학교는 그런 권 선생님을 징계 명단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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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배이 선생님의 가슴을 차갑게 훑고 지나갈 바람을 가늠하기 힘들다. 자신 앞에 닥친 일이 짐짓 아무일도 아니라는 듯이 심상한 ‘아재 개그’를 창작해 내는 권 선생님의 속내를 상상하기 어렵다.
그들은 교육자 교사다. 그러나 나는 이들 교육자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일 하나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이 세상이 어떤 곳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는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단언컨대 그곳은 학생이나 교사 모두 진실한 행복을 느끼기 힘든 곳일 것이다. 가슴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