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가 그래도 되는 조직인가
1109 전국교사결의대회에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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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일 우리 지역 내 초․중․고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조합원 선생님들 30여명과 함께 서울에 간다. 12시 30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법외노조 취소 해고자 복직 노동법 개악 저지 핵심 교섭과제 쟁취”라는 긴 수식어가 앞에 붙은 “전국교사결의대회”를 연다. 거기서 집회를 마치고 여의도로 이동한 뒤 15시부터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다. 오후에 열리는 전국노동자대회 역시 그 앞에 “비정규직 철폐 노동기본권 쟁취 사회공공성 강화 재벌체제 개혁” 같은 수식어를 주렁주렁 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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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이 거리와 광장에 서서 노동법 개악 저지를 주장하거나, 사회공공성 강화를 주문하는 정치색 짙은 구호를 외치는 일을 마뜩찮게 여기는 이들이 많은 줄로 안다. 나는 그들이 교사가 교실과 학생을 최우선으로 지켜야 한다는 마땅한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시선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이해한다. 그럴 수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나는 그들이 전교조를 특정한 색깔론의 프레임으로 매도하는 사람들의 주장에 귀가 솔깃해서 전교조 교사들을 필요 이상으로 비난하거나 매도하지나 않을까 내심 크게 걱정한다. 전교조가 그래도 되는 조직인가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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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와 사법부가, 1999년 합법화 이후 14년간 한 번도 문제 삼지 않았던 조합원 자격 관련 전교조 규약을 걸고 넘어지면서 전교조를 결국 법 밖으로 밀어낸 지 5년이 지났다. 당시 청와대와 정부, 대법원과 국정원 등 이 나라의 주요 권력 기관들이 두루 동원된 ‘정치 공작’의 결과를 ‘촛불 혁명’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계승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러나 집권 직후 법외노조를 취소하겠다고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자신들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져 버렸다. 우리는 정부에 대화를 요청하거나 전국 교사들에게 서명지를 받아 제출하면서,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렸다. 정부와 여당은 차갑게 외면했다. 이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진심으로 부탁하건대, 고견을 가진 분이 있다면 알려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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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교육의 전문가이다. 이 말이, 교사가 다만 교육행정 파이프라인의 하수구 같은 곳에서 상부의 명령과 지시에 따라 뒤처리를 하는 말단 교육 관료나 “교과서 저자의 앞잡이” 같은 얄팍한 지식의 전달자로 살아야 함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이해하거나 주장하는 시민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교육이 아니며, 그런 교사는 교육자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땅 45만 명의 교사들은, 대다수 양식 있는 시민들이 결코 원하지 않을 그런 비교육과 반교육의 삶을 강요당하고 있다.
교사가 교육을 하는 곳은 교실만이 아니며, 교사가 보아야 하는 것이 교과서만은 아니다. 나는 때로 사람들이 한데 모이는 거리가 교실이 되고, 광장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들이 교과서가 될 때, 그곳에 선 교사가 교육의 진정한 전문가이자 교육의 정부로 거듭날 것임을 믿는다. 전교조 교사들이 시시때때로 거리와 광장에 나서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