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발표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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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교 의사결정 동학(動學)의 변천사를 짤막하게 떠올려 본다. 우리 학교를 놓고 생각해 보면, 혁신교육의 영향이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한 2010년대 중반경부터 교무회의가 조금 회의다운 분위기를 띠게 된 것 같다. 부서별 사안 전달이 기계적으로 이어지던 단조로운 풍경 속에 여러 색깔의 ‘벌떡교사’들이 끼어들면서 각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올해부터 이런 풍경이 좀 더 다채로워진 것 같다. 전북학교자치조례에 따른 교무회의 규정에 의해 월 1회 열기로 되어 있는 교무회의가 표면적으로나마 정착되었고, 학교 내 규정을, 그것을 적용하고 그것의 지배를 받는 학교 구성원들이 직접 살피고 고치는 일을 몇 번 경험했다. 새로운 제도와 시스템 도입에 따른 영향의 결과가 학교 의사결정 문화에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온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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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2일) 교육부가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확정하여 발표했다. 나는 이번 방안이 교육 시스템의 미래 변화 방향과 대학 입시 간 상관관계를 면밀하게 검토한 바탕 위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고 평가한다. 지난 몇 달간 뜨겁게 이어진 이른바 조국 사태와, 그에 관한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의중이 반영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교육 외적인 정치 목적성이 강한 방안이라는 말이다.
이번 방안 발표에 관련된 기사들이 나오자마자 교육계 안에서는 기대와 환영보다 갖가지 우려와 분노의 목소리가 더 크게 터져 나왔다. 한편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대입제도’ 자체와 ‘공정성 강화’의 취지, 방향, 목적, 방법에 대한 관점이 근본적으로 다른 두 가지 교육철학 사이의 대립이나 갈등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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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는 교육부 같은 정부 부처나 국회 안에 존재하는 의사결정 동학이나 문화의 이면이 걱정스럽다. 전국 학교 주차장을 시민들에게 개방하자는 취지를 담은 갑툭튀 개정 <주차장법>이, 실제 시행 시 갖가지 예상되는 우려와 문제 때문에 교육계를 들쑤실 것이라는 점을 개정 법안 발의 주체인 일부 국회의원들이나 국회 전문위원들은 생각하지 못했을까.
나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들은 학교를 우리가 생각하는 학교와 전혀 다른 공간으로 여겼을 가능성이 크다. 학교는 정부 명령과 법률의 틀에 따라 기계처럼 움직이는 공간일 뿐이라는 식의 우리 사회의 상식적인 관점 같은 것 말이다. 학교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르짖는 걱정이나 두려움 따위는 고매한 그들 전문가의 관심사가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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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번에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확정하는 데 관여한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모른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부처 안에서 대학 입시 관련 정책을 오래 다뤄 나름의 입시 식견과 철학을 가진 연륜 있는 교육부 공무원이나, 교육계 내에서 입시 제도 문제를 깊이 있게 고민하고 연구한 전문가들을 모아 최종안을 확정했을 것이다.
그렇게 뛰어난 그들이 교육 현장에서 사람들이 이렇게 아우성치는 분위기를 예상하지 못했을까. 만약 그랬다면, 나는 교육부가 그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교육 전문가는 자신이 가진 입시제도에 관한 다채로운 지식이나 정보를 정치 권력(자)을 보위하는 수단이 아니라 교육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마중물로 활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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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번 방안을 만든 사람들에게, 현대 물리학의 토대를 세운 하이젠베르크가 남긴 다음과 같은 말을 들려주고 싶다.
“많은 사람들은 아마, 전문가란 해당 분야에 대해서 아주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나는 이 정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어느 한 분야에 관해 정말 많이 알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는 차라리 이렇게 정의하겠다. 전문가란 해당 분야에서 저질러질 수 있는 몇 가지 커다란 오류를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피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