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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초반 옛 민주노동당 당비 후원 문제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재판에 임을 진행하면서 느낀 소감은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두려움이었다. 아무런 견제 장치 없이 한 국가의 모든 기소권과 수사 지휘권을 틀어쥐고 있는 그들은 전지전능한 신의 지위를 자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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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송 막바지의 검사 구형 시간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연령대가 30대부터 50대까지 걸쳐 있는, 전라북도 내 여러 학교 소속의 교사 20명 정도로 이루어진 우리 피고인 팀(?)은, 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검사가 미리 준비해 온 쪽지를 꺼내 읽으며 교사의 책무성에 대한 사자후를 토해 낼 때 제멋대로 정치활동을 펼친 파렴치범 정치 교사가 되었다.
우리 모두는 한 사람의 공교육 교사로서 각자 고유의 교육활동을 펼치며 살아 온 자신의 교직 생애 전체가 검사의 완고한 국가주의 교육관 아래서 한꺼번에 매도당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의문이 들었다. 법문에 규정된 범죄 사실이 있다면 검사는 그에 합당한 구형만 내리면 되는 일이 아닌가. 형사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 교사의 교육철학을 단죄할 권한이 검사에게 있는가. 검사 앞에 선 나는 온몸이 벌거벗기는 치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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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한 톨 묻히지 않고 세상을 살아 와 법 앞에서 자유로운 신 같은 이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평범한 우리는 그런 신의 삶을 살지 못한다. 각박한 세상을 살다 보면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티끌에 휩쓸리거나, 다른 사람과 세상이 만든 들보에 업혀 살기도 한다. 그런 이들을 검찰은 탈탈 털어 범죄자로 만들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고, 실제 그렇게 한다. 누가 말했다는, 비가 내릴 때까지 이어지는 ‘인디언 기우제’를 현실화할 수 있는 권능이다.
검찰은 지금까지 8차례에 걸쳐 자체 개혁안을 내놓았다. ▲특수부 축소 ▲파견검사 전원 복귀 ▲검사장 전용 차량 중단 ▲공개소환 폐지 ▲오후 9시 이후 심야 조사 폐지 ▲전문공보관 도입 ▲대검 인권위원회 설치 ▲자체 감찰 강화 ▲변호인 변론권 강화 ▲인사·재산 검증 대상자 확대 등이 핵심이다.
의문이다. 검찰이 이와 같은 개혁안들을 제대로 추진하고 있는지를 누가 확인하나. 검찰이 이들 개혁안을 유야무야 깔아뭉개면 누가 무슨 근거로 검찰을 제재할 수 있나. 나는 이들 개혁안에서 제3자의 검찰 견제에 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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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검찰 자신이 제어한다! 지금 검찰이 내세우고 있는 검찰 개혁안의 전반적인 기조인 것 같다. 검찰이 ‘우리가 안 하면 그만이다.’며 뻗댈 때 그들을 제어할 수단은 없다.
지난 몇 달 간 검찰이 연출하고 주연을 맡은 ‘조국 대전’과, 최근 정국의 핫 이슈가 된 검찰발 ‘청와대 하명수사 드라마’를 통해 한국 정치의 한복판으로 뛰어든 검찰이야말로 영국 역사가 에드워드 액턴 경이 남긴 “모든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으며,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의 주인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