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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는 나병 환자, 세리, 과부 같은 사회적 소수자들의 종교였다. “심령이 가난한 자들”이 천국의 꿈을 꾸게 함으로써 그들에게 삶의 의지를 북돋워 주었다. 그랬던 그것이 서구 세계를 지배하는 일극의 권력 종교가 되고, 역사상 수많은 사람들에게 자주 포악한 칼을 휘두르는 흉기가 된 데에는 부와 권력과의 결탁이라는 신묘한 계략이 숨어 있었다.
영미 중심의 프로테스탄트 기독교 윤리는 상업적 성공이나 부의 축재를 신의 뜻과 연결해 이해했으며, 그것은 이들 문화권에서 자본주의라는 전무후무한 경제 체제가 발흥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프로테스탄트 윤리로 무장한 기독교도들은 세속의 부귀영화를 얻기 위해 신에게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천국을 지배하는 신은 세상을 지배하는 권력자를 사랑한다! 혹은 이렇게 말해도 될 것이다. 이 세상에서 권력을 잡았다는 것은 천국을 다스리는 신의 뜻에 따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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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동아시아의 이스라엘이다. 한국인은 기독 신이 유일하게 점지한 아시아 계통 이스라엘 민족 버전의 후손이다. 한국은 기독교 천국으로 바뀌어야 한다. 저 넓은 광야로 나아가 분투해 한국을 지배하라.’
나는 기독 신심으로 무장한 평범한 우리 장인이나, 대형교회 장로였고 대한민국 대통령을 지낸 이명박 씨 모두 이런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 배경과 이유와 의도는 각자 다를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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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는 권력을 사랑한다. 판사나 검사, 고위 공무원, 유명 의사 등이 한국의 기독교가 사랑하는 현실의 권력자들이다. 교회는 사회 저명 인사가 신도 명부에 이름을 올리는 것을 좋아하며, 저명 인사가 권력자의 반열에 있다면 더욱 그렇다.
현실의 권력자들은 그에 대한 보답으로 교회가 세상에 미치는 힘을 키우는 일에 노력을 기울인다. 때로 그들은 목사 같은 존재가 되어 평범한 신도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몇 년 전, 2011년 5월 11일 전 국무총리이자 전 미래통합당 대표였던 황교안 씨가 부산 강서구에 있는 호산나교회 예배의 연사로 초대받아 특별 강연을 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신앙 간증 성격의 강연이었지만, 그는 능수능란하면서도 노골적으로 자기 정치관과 세속적 출세관을 신자들에게 설파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교육부장관을 지낸 황우여 씨는 2005년 펴낸 《지혜의 일곱 기둥》이라는 기독교 관련 서적에서 “이 나라(한국)는 아시아의 중심적인 기독교 국가”라며 “기독교 교육이 행해지는 사립학교에 대해 정부는 교회의 고유 권한을 존중해 원칙적으로 지원을 하더라도 간섭은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공공 영역이 교회 영역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오만하고 독선적인 시각이 담겨 있다.
황교안 씨가 2012년 검사직을 그만두고 변호사로 활동하던 중 펴낸 《교회와 법 이야기》에도 이와 비슷한 믿음이 담겨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종교법인 교회법과 세상법 사이에 충돌이 일어날 경우 어떻게 하느냐”는 물음을 던진 뒤 “우리 기독교인들로서는 세상법보다 교회법이 우선 적용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나님이 이 세상보다 크고 앞서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 사랑의교회 장로였던 이명박 씨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우리나라가 ‘기독교 입국’을 향한 큰걸음을 내딛었다고 생각하며 신의 축복에 감읍한 기독교인들이 많았다. 황교안 씨와 황우여 씨는 한국 기독교가 현실에서 행사하는 힘과 권세가 신의 뜻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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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병원에서 16일간 치료를 받고 퇴원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전 목사는 퇴원 기념(?)으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기자회견에서 무슨 말을 할까. 방역 실패 책임을 물어 정부 방역 당국을 고발했다는, 사랑제일교회 변호인단 측의 발표가 떠올랐다. 기자회견이 대정부 투쟁 선포식이 되지나 않을까 싶다.
교회가 ‘공공의 적’ 같은 비난의 대상이 되고, ‘목사’나 ‘예배’ 같은 말들이 조롱과 저주의 화살이 되어 사람들의 가슴을 꿰뚫는 지금 우리 현실은 기독교도와 비기독교도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전광훈 부류’라며 하나로 묶어 무시하고 말기에는, 기독교 입국 건설을 생의 이유처럼 외치고 다니고, 하나님의 뜻이라며 세속의 부와 권력을 욕심껏 탐하며, ‘교회 출석 예배가 목숨보다 소중하다’는 믿음을 맹목적으로 설파하는 기독교도들이 너무 많다.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