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전주교육대학교에서 “2020 전북 혁신교육 정책연구 학술대회 한마당” 행사의 하나로 열린 <교육과정 유형분류 및 척도개발 연구 보고서>(아래 ‘보고서’) 관련 최종 보고회에 지정 토론자 자격으로 다녀왔다. 오후 3시에 시작해 5시 30분경에 전체 일정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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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토론 중에 다음과 같은 말을 꺼내 놓았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이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한편으로 나 스스로에게 마음이 불편했다.
“이렇게 의미 있는 자리가 평일 일과 시간에 진행되니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들이 참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내 토론 차례가 시작된 뒤 인사말 비슷하게 참석 소감을 밝히는 대목에서 꺼낸 말이었다. 나는 교사들이 실제 평일 수업과 업무를 일시 중지시키고 출장 자리에 참석하는 일이 쉽지 않은 현실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 동료 교사들과 수업을 교체하려고 협의하고, 100여 리 길을 왕복하며 오가야 하는 어려움 같은 것들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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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지정 토론자 요청을 받을 때 내심 관심이 일었다. 교육 현장에 있는 교원들이 교육과정의 개념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실제 교육과정을 어떻게 실행하고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 보고서의 주요 내용이었는데, 이는 모두 평소 내가 매우 궁금해 하던 것들이었다.
나는 인근 학교에서 진행하는 순회 수업 2시간 중 1시간을 바꾸고 출장 요청을 했다. 수업을 바꾸려고 학교 전체 수업 담당 교사, 학년 교육프로그램 담당 교사, 교체 수업 담당 교사 들과 수차례 대면 대화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소통했다. 그분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은근히 신경이 쓰였지만, 평소 눈길을 주었던 주제를 연구한 연구자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며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기꺼운 마음으로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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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가 토론자로 초대를 받았기에 이런저런 불편을 감수하고 보고대회에 다녀올 수 있었다. 내게 관심을 끄는 문제였다고 하더라도 토론자로 초대받지 않았다면 평일 시간이라 다녀올 생각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평일이 아니거나 일과 시간을 피한 시간대였더라면 어땠을까. 불편함은 둘째 치고 피곤함이나 귀찮음 때문에 마음을 내기가 더욱 어려웠을 것 같다.
나는 스스로 불편해 한 마음의 정체가 내 안에 숨어 있는 작은 이기심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했다. 평일 일과 시간을 운운하면서 보고회 주최측에서 마치 더 많은 교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른 일정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다른 일정이 잡혔더라도 그게 최선이라고 확신하지 못했을 것 같다. 이것저것 다 따져 보아도 다만 출장을 오기까지 겪은 불편함이 그 말을 꺼내게 한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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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이 학교 밖으로 나서는 일은 나름대로 각별한 의미가 있다. 교육이 교육만의 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교사가 학교 안에만 있어서는 실감 나게 느끼거나 알아채기 어렵다. 출장 중에 경험하는 연수, 업무 협의, 발표, 토론, 다른 사람과의 만남과 관계 맺기 등은 (어느 정도의 자발성과 진정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한) 교사에게 학교와 교육의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안타깝지만 교사들 대다수는 학교 밖으로 나서는 일에 별다른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 것 같다. 교육정책과 교육제도가 어떻게 굴러가고 있으며, 학교 안팎에서 의미심장하게 이루어지는 사회 현상들을 진지하게 살피는 일에 별로 눈길을 주지 않는다.
학교 안에 있으면서 학교에 충실해야 하는 게 기본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다. 맞다. 그러나 나는 그때의 충실이 학교 밖을 도외시한 외눈박이의 충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