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의 학교,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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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올해 내 일기장에 처음 등장한 날은 2월 3일이었다. "출근(교사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관련 특별 휴업일". 마치 낯선 손님 같다. 겨울방학 종료 후 이어지는 2월 초 개학 일정을 학생 없이 치른 경험은 교직에 입문한 20년 전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는 비망록 줄칸에 건조한 몇 가지 정보를 휘갈겨 넣으며 느꼈던 낯선 감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불청객처럼 찾아 온 코로나19는 어느새 학교 일상의 주인이 되었다. 교문과 현관 부근에서 발열 체크, 손 소독 하기,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이루어지는 등교 풍경은 자연스럽다. 호흡과 두통을 유발하며 일상생활을 힘들게 했던 마스크도 이젠 벗으면 어색하다. 그러면서 나는 교실에서 학생들과 교사가 서로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온전히 보게 될 날이 언제쯤이나 올지, 과연 올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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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교실 안팎에서는 코로나 시대의 학교 혁신이니 미래교육이니 하며 학교교육을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코로나19가 없었더라도 미래교육에 관한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을 것이다. 교육 시스템을 바꾸어야 하고 학교 혁신을 이루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왔을 것이다. 코로나19는 그런 목소리들에 더 힘을 실어 주었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든다. 지금과 다른 학교 혁신과 미래교육을 말하면서 우리는 얼마나 현재의 교육, 지금의 학교, 오늘을 살아가는 학생과 교사들의 삶을 바라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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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내가 사는 지역 초‧중‧고교 학생 약 600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와, 그에 대해 청소년 학생들이 직접 작성한 포럼 기조발제문과 토론문을 살펴 읽은 적이 있다. 지역에서 꽤 오랜 시간 동안 10대 청소년들과 학생들의 자치를 확대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 운동 단체가 주관한 설문조사와 포럼이었다. 학생들이 코로나19 시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무슨 생각과 태도로 코로나19 시대의 삶을 꾸려가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1년 동안 전국에서 '코로나19'를 주제로 하는 토론회나 집담회가 적지 않게 열렸다. 그중 청소년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가 얼마나 있었을까. 나는 오롯이 청소년과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설문조사와 포럼을 실시하고, 그들의 생각과 관점에 따라 현실을 진단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그 포럼 자료들이 특별히 귀하게 다가왔다. 포럼 자료들에는 청소년 학생들을 옥죄고 있는 현실적인 욕구와 바람이 소박하면서도 진솔하게 담겨 있었다.
온라인 원격 수업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교사와의 소통 약화에 대한 아쉬움, 대면 접촉과 만남이 줄어들면서 확연하게 감소한 직접 체험이나 활동에 대한 갈증 같은 익히 예상할 수 있는 내용들도 있었다. 가정 환경에 따른 교육격차와 학습 부진, 그에 따른 성적 하락이나 입시 부담 문제들은, 코로나19 시대가 아니어도 학생들을 일상적으로 괴롭히는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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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학교교육 현장에 가져온 변화가 컸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포럼 자료들은 청소년 학생들이 변화 이전의 학교교육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과거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원격수업이 전면적으로 펼쳐진 것 말고 우리에게 변화를 피부로 느끼게 한 것이 또 무엇이 있을까. 나는 구체적인 사례를 찾지 못하겠다.
학교 현실을 규정하는 이면의 구조를 정면에서 응시하고, 그것을 개신하기 위한 근본적인 차원의 노력이 이루어질 때, 나는 변화론을 주장하는 이들의 편에 설 것이다. 아직 학교는 요지부동이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신문 <교육희망>(2020.12.14.)의 '희망칼럼'에도 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