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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균 Feb 20. 2021

선생님 교실에는 누가 사나요?

《민주주의자들의 교실》(인천교육청 교사아카데미, 2020)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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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부터 조그만 책 몇 권을 내면서, 여러 사람과 책을 나누었다. 책을 냈으니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그보다는 책을 잠깐이라도 펼쳐 읽어 주십사 하는 마음이 훨씬 컸다. 독후감이나 서평을 쓰면서 책에 대한 생각을 나눠 줄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나는 책을 나눌 때 가슴에 품었던 그 생각들을 떠올리며 이 글을 쓴다.


2


지난해 12월 초 인천에 계신 현경희 선생님이 책 2권을 보내 주셨다. 그 전에 책 제목이 끌려 사봐야겠다고 생각한 책이었다. 《민주주의자들의 교실》(전 2권).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제목 아닌가. 이 책은 인천광역시교육청에서 기획, 주관한 ‘학교민주시민교육 교사아카데미’의 ‘100시간 교육 포럼’ 결과물이다. 26명의 선생님들이 100시간 동안 주고받은 이야기를 2권의 책으로 펴냈다는 것 놀랍지 않은가.


책을 차분히 읽을 시간을 가지려고 했다. 학년말이라 학교에 일이 많았다. 방학에 집에서 하루 날을 잡아 읽으면 되겠다 싶어서 책을 집으로 옮겼다. 방학 내내 급히 끝내야 하는 대분량 원고가 있어서 거의 손을 대지 못했다. 얼마 전에서야 원고를 마무리하고 책을 펼쳤다.


3


《민주주의자들의 교실》 2권에는 각각 ‘민주시민교육의 철학’과 ‘민주시민교육의 실천’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1권은 ‘이상이 일상이 되도록 상상하라’(‘상상상’; 교사아카데미 연수를 운영한 사단법인 ‘시민교육과 사회정책을 위한 마중물’의 구호라고 함.)에 맞춰 ‘이상’, ‘일상’, ‘상상’이라는 키워드로 각 부를 구성했다. 2권에서는 초등, 중등 교과, 고3 교실과 도서관 등 다양한 교육현장의 민주시민교육 실천 과정을 담았다.


4


교사들이 학교 안팎에서 자기 생각과 경험을 자기 목소리로 온전히 내기는 쉽지 않다. 교사 주변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시선, 관계, 제도의 힘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25명은 그런 힘을 이겨내고 용기를 내어 자기 이야기를 했다.


사실 자기 경험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인가. 이 책에는 문제적인 현실 인식하기, 자기 내면을 솔직하게 고백하기, 한계 직시하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천하기로 이어지는 다양한 민주주의자들의 교실 삶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다. 이 책이 준 가장 큰 재미였다


5


이론과 실제는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한다. 어쩌면 하나다. 캐나다 교육자 숀 스틸은 이론을 뜻하는 영어 단어 ‘theory’의 어원인 ‘theoria’의 ‘관조’라는 뜻에 주목해 “이론이 가장 깊이 있는 종류의 경험이자 가장 권위적인 종류의 앎”이라고 주장했다.(2018, 《지식은 과거지만 지혜는 미래다》) 관조는 관찰, 주시, 응시 같은 것과 관련된다. 모두가 경험적인 일들이다.


교육 관련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추상적인 담론이나 이론 설파에만 집중하는 책, 사례와 팁 위주로 되어 있어 이론적 무장이 약한 사람에게 예기치 않은 엉뚱한 영향이나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책이 적지 않다. 이론만 알고 실천하지 않거나, 실천하기에 바빠 관조하지 않는(이론화하지 않는) 것 같은 현실적인 난점들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이상과 현실, 원칙과 적용, 이론과 실제를 균형감 있게 동시에 다루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의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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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선생님이 쓴 제2권 제6장 “세상과 마주하는 열린 국어 수업” 장을 읽으면서 다음 2가지가 깊은 인상을 주었다. “학생들이 정신적, 사회적 직립보행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교과교육 수업”과 “가르치지 않을 용기”.


학생이 정신적, 사회적으로 스스로 서서 걷기를 바라지 않는 교사가 있을까. “가르치지 않을 용기”를 실천할 수 있는 교사가 얼마나 있을까. 우리는 저 2가지가 뜻하는 바를 안다. 학생의 이야기를 더 자주, 더 많이 들어라! 당위처럼 통용되는 원칙이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현 선생님은 그 어려운 일을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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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사가 글을 쓰는 일에 관심이 많다. 글쓰기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글을 쓰는 행위는 자기 관조와 성찰의 과정을 동반하며, 이것은 다른 사람을 교육하는 사람이 늘 엄중히 챙겨야 하는 행위다. 이 책의 저자 25명은 100시간 동안 만나면서 그 일을 함께 해냈다. 큰 박수를 보낸다.


* 인천광역시교육청 학교민주시민교육 교사아카데미(2020), 《민주주의자들의 교실》(전 2권), 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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