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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균 Sep 07. 2023

교육이라는 공적인 활동에 대하여

9월 담임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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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지내고 계신지요. 어느덧 9월입니다. 계절이 바뀌었다는 것을 아침저녁 부는 선선한 바람으로 느낍니다. 달리기 운동을 나가는 은파 호수의 벚나무들은 벌써 잎을 거의 다 떨구었습니다. 한낮 폭염이 여전히 무서운 기세를 보이는데도 가을을 맞는 기분으로 설레고 몸이 가벼워지는 까닭입니다.


2


지난 8월 개학 후 둘째 주에 실시한 “2023학년도 2학기 1학년 자유학기제 연계 민주시민교육 도서 저자 특강”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 드리려고 합니다.


우리 1학년부에서는 방학 전에 담임들이 협의하여 민주시민교육용 도서로 《평등에 숨겨진 이야기》(황규성, 2023, 내일을 여는 책)를 선정하였습니다. 민주주의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 ‘평등’을 주제로 중고등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전문 연구자가 쓴 청소년 교양서입니다. 저희는 우리나라 국가교육과정에서 규정한 교육목표 중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시민 양성의 취지를 고려하였습니다.


방학식 날, 1학년 전체 학생 수만큼 구입한 책을 학생 전원에게 일일이 나눠 주고 방학 중 활동 과제로 읽게 안내하였습니다. 학생들은 개학 후 자유학기제 활동 주간의 블록 타임을 활용하여 학급에서 저자에게 독후 편지 쓰기와 학급 대표 질문 만들기 활동 등을 하면서 책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8월 23일 오후에 2시간 동안 이어진 저자 초청 특강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알차게 진행되었습니다. 많은 학생이 방학 중에 책을 꼼꼼히 읽었고, 각자 준비한 질문을 모둠 안에서 펼쳐 놓고 토론을 하고 모둠 대표 질문과 학급 대표 질문을 선정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책 내용이나 저자의 문제의식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자평해 봅니다.


저는 저자 강연이 끝나고 이어진 자유 질의 및 응답 시간에 우리 반 학생들이 상당한 수준의 질문을 2개나 던져서 뿌듯했습니다. 책을 여유 있게 읽으면서 자유롭게 느끼고 생각하고, 그렇게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친구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책을 쓴 이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고 질의 응답을 하는 과정을 거치며 체득한 경험이, 학생들 모두가 의젓한 민주시민으로 살고 성장하는 데 귀한 밑거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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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오직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교육의 목표와 방향이 다르게 보일지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가 교육을 통해 제대로 된 사람이 된다고 믿으며, 또 그렇게 되려고 노력합니다. 그런 만큼 교육 활동의 장에 참여하고 개입하는 모든 이가 각자 자신의 관점과 철학과 방법을 염두에 두면서 교육 활동을 바라봅니다. 사람마다, 시대와 사회마다 교육에서 다양한 차이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저는 그런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우리 모두가 공통적으로 견지해야 할 하나의 관점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이 교육이라고 불리는 한, 교육은 어디에서 누가 그 일을 하는지와 무관하게 공적인 성격이 있는 행위(활동)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흔히 ‘사교육 업체’로 불리는 학원에서 하는 수업,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비유로 표현되는 가정교육 역시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기반으로 하는 한 공적인 활동의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합니다.


저는 교사들이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전달하는 것이 부모들이 각 가정의 거실에서 자녀들에게 가르치고 전달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제자가 성적 욕심에만 빠져 문제풀이 기계처럼 살기를 바라는 교사, 자기 자녀가 돈 잘 버는 직장을 얻어 오로지 자기 혼자 잘 먹고 잘 살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을 것입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습득하고 터득하기를 바라는 것들, 가령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다른 사람과 자연스러운 관계를 맺으면서 살 수 있는 역량과 태도는 그대로 부모들이 바라고 추구해야 하는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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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이후 우리나라 교육계에서 연이어 나오고 있는 이런저런 우울한 소식들로 인해 안타까움과 슬픔과 까닭 모를 불안감을 느끼고 계시는 분들이 많을 줄로 압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모두 교육의 공적인 본질을 더 진지하고 날카롭게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 간절합니다. 저는 한 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하는 데 교육만큼 근원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2학기를, 부모님들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교육활동에 임하면서 보내겠습니다. 부모님들께서도 학교와 교사와 함께한다는 생각이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23년 9월 7일 목요일

담임 정은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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