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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학교 안전인성인권부장직을 맡으면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은 학교폭력 및 교권침해 사안이나 학생 생활지도 사안이 발생했을 때 이를 처리하는 학교 내 ‘시스템’의 운용 원칙을 튼튼하게 세우는 일이었다. 방법은 단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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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시스템에 의한 처리 원칙을 되풀이하여 강조하였다. 전체 교직원 회의 때는 물론이고 사안과 관련된 학생이나 보호자 학부모와 함께 면담을 할 때마다 학교 생활규정상의 해당 조항이나 관련 처리 절차가 정해진 학교 규율 시스템에 따라 객관적이고 엄정하게 진행된다는 점을 누누이 설명하고 안내하였다.
둘째, 집단 숙의와 공적 처리의 장에서 문제를 다루는 절차의 중요성을 앞세웠다. 사안의 성격이나 내용이 특정 교사 개인의 임의적인 판단에 따라 재단되거나, 관련 학생에 관한 편견이나 사전 확증 편향에 휘둘려 사안 자체가 왜곡, 축소, 은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업무 관련자들이 모이는 사전 협의, 사안 공유 및 처리 방향을 결정하고 조정하기 위한 여러 회의와 크고 작은 간담회, 자치기구인 학폭전담기구 논의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셋째, 사안이 발생하면 어떤 식으로든지 시스템이 작동한다는 점을 각인시켰다. 신고나 제보 과정을 따라 일단 사안을 접수하게 되면 사안의 경중에 대한 일차적인 판단을 되도록 보류하고 정식적 절차를 밟으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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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게 매사 효율적이고 교육적으로 올바른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일이 학생부 문턱을 넘어 들어오는 순간부터 그것을 처리하는 정식적 절차가 가동되기 시작하는 시스템 아래서는 시간과 노력이 두 배 이상 필요하므로 전체적인 에너지 소모량이 클 수밖에 없다. 사안 처리에 수반되는 직간접적인 행정 업무의 부담감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학교에서 생활교육위원회, 교권보호위원회, (지역 교육지원청 이관 이전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개최 요청을 거부하거나 공공연히 묵살하는 일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학교에 규율 시스템이 온존해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학교 구성원들에게 모종의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예의 위원회들이 공적 신뢰의 토대 위에서 운영되도록 하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 당연히 여기에는 학교 관리자들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태도가 강하게 뒷받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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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발생한 대전 초등학교 선생님의 비극적인 사망 사건 이후에 교장이나 교감의 부적절한 태도를 전하는 보도들을 연이어 접하고 있다. 이른바 학교를 '관리'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보도의 골자인 것 같다.
그들은 다짜고짜 학교로 찾아온 학부모의 요구에 수업 중인 선생님을 교장실로 부르거나, 선생님이 학부모의 교권 침해에 대하여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청했는데도 묵살했다고 한다. 학교 관리자들이 학부모의 교권 침해 행위를 묵인하거나 방조했음을 보여 주었음을 정황들이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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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내 규율 문제를 다루는 시스템이 학내 사안들을 해결하는 만능 키는 아니지만 그것들이 최소한의 공적 절차가 되어야 함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 시스템에 따른 절차를 밟는 일이 학교 관리자나 업무 담당자의 수의적인 판단 여하에 따라 결정되는 순간 규율 체제 자체의 권위가 바로서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흔히 교장이나 교감을 지칭하는 표현인 ‘관리자’라는 말은 그저 교장이나 교감 자리가 있어 보이게 하려고 지어 쓰는 말이라기보다 우리나라 교장이나 교감 직위의 직무상 권한이나 직책상 책임을 일정하게 반영하려는 호칭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실제 우리나라의 현행 학교 제도 안에는 조직 관리론이나 경영론의 정신이 깔려 있다. 책임 있는 관리자 역할을 맡을 생각도 의지도 없는 관리자들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