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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부터 중고등학생들을 만나오고 있으니 올해로 교사 생활 26년째이다. 최근 5년여 사이만큼 학생들에게서 ‘저요?’라는 말을 자주 들어본 때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 전에는 ‘저요?’라는 표현 자체가 드물었을뿐더러 ‘저요?’가 쓰이는 경우이더라도 중립적인 발화 맥락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저요?’라는 표현은 반문(反問) 형식의 의문문이다. 말을 하는 누군가에게 그 말의 대상이 자기 자신인지 아닌지 확인할 때 상대방에게 되묻는 기능을 한다. 여러 사람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자신이 지목될 것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자신이 발화 대상이 된 것에 대하여 놀라거나 당황스러워하는 감정을 함의하기도 한다. 이럴 때의 ‘저요?’ 의문문이 문법적인 측면에서 중립적인 기능을 하는 쪽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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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생들이 쓰는 ‘저요?’에는 이와 다른 특별한 기능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첫째, 많은 학생들이 나와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도 ‘저요?’라는 말을 쓴다. 둘째, 어떤 학생이 다른 학생 두어 명과 함께 있는 상황에서 내가 자기 이름을 부르며 말을 할 때에도 ‘저요?’라고 되묻는 표현을 사용한다.
첫째 경우에서처럼 나와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저요?’라고 되묻는 표현은 불필요하다. 다른 학생과 함께 있는 둘째 경우에서도 내가 직접 학생의 이름을 부르며 지목하였기 때문에 ‘저요?’라는 표현은 특별한 기능이 있기가 어렵다. 문법적으로 중립적인 쓰임새와 다른 특별한 의미 기능이나 뉘앙스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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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중립적인 것처럼 보이는 ‘저요?’ 의문문이 쓰이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는 것 같다.
나와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저요?’를 쓰는 학생들은 애초 대화 상황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지가 없을 때가 많다. 이런 경우는 내가 생활지도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야단을 치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생활지도는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부적절한 말이나 행동을 했을 때 교사가 교육적인 차원에서 학생을 올바로 이끌기 위해서 취하는 교육적인 활동이다. 꾸지람을 들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니, 학생은 모른 체하고 내 말에 무뚝뚝하게 대꾸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여럿이 함께 있는 상황에서 ‘저요?’를 쓰는 학생이 강한 거부나 항변의 메시지를 쓰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생활지도의 특성상 여러 학생들 사이에서 잘잘못을 가리고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할 때가 많다. 학생들 자신은 그 상황과 무관하므로 대화에 적극 응할 필요가 없다고 여길 가능성이 높다. 그런 생각들이 불필요한 ‘저요?’ 표현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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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생이 비중립적인 ‘저요?’라는 표현을 쓰면 불필요하므로 쓰지 말라고 조용히 알려 준다. 때로 내가 보기에 명백하게 책임 회피와 거부의 태도를 감추고 있는 ‘저요?’를 쓰는 학생이 있으면 단호하게 ‘그래, 바로 너!’라고 단호하게 대답한다. 이런 방식으로 언어 교육을 몇 번 하면 학생들은 대개 ‘저요?’ 표현을 자제한다.
애초 비중립적인 ‘저요?’ 의문문이 쓰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교 내 생활지도나 규율 처리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대화 상황이나 언어적인 상호작용을 보면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언어 생활이라고 보기 힘들 경우가 많다. 언어 사용자들의 심리 이면에 진심 어린 공감과 배려와 소통의 자세가 갖추어져 있을 때 비중립적인 ‘저요?’가 남용되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