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에는 가본적이 없다. 지구 반대편 먼 나라이기도 하거니와 흐리고 우울한 이미지 덕에 그렇게 매력적인 여행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간이나 돈을 들여서는 굳이 찾아가지 않지만 책 한권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따뜻한 식탁이 그려진 표지도 좋았고 교보에 갈때마다 항상 매대를 지키는 모습에 어느정도 신뢰도 생겼다. 아일랜드 국민 작가이자 수다쟁이 할머니 작품이라는 점도 마음을 끌었고. 할머니가 살아온 인생이 어우러진 아일랜드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 겨울의 일주일
저자 메이브 빈치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8.01.12.
사연 많은 여성이 아일랜드 서부, 자신의 고향에 돌아와 호텔을 열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첫 손님으로 찾아와 함께 일주일을 보낸다. 그들이 어떠한 인생을 살아왔는지, 어쩌다 이 호텔을 찾게 되었는지 저자는 조곤조곤 이야기를 풀어간다. 평범하지만 특별한 이야기들. 누구 하나 아무렇지 않은 인생이 없고 그저그런 삶은 없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우주를 품고 산다고 하지 않던가. 애정 어린 시선을 담아 작가는 각각의이야기를 소중히 풀어간다. 어느것 하나 소홀이 하지 않는 푸근한 할머니의 마음.
새로운 장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우리는 미처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직면하게 된다. 내가 어느 것을 정말로 좋아하는지, 유독 내 심기를 건드리는건 무엇인지, 안될 거라며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들, 그것이 포기인지도 모른 채 체념하고 살았던 것들. 우리는 여행을 통해 이러한 것들을 만나고 놀라고 깨닫게 된다. 그래서 기나긴 여행 끝에 이전과는 다른 마음을 품고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이 보낸 일주일, 그 짧은 시간도 여행의 마법이 일어나기엔 충분했다. 누군가에게는 소소한 마음의 떨림으로, 누군가에게는 일생일대의 전환점으로 그 일주일은 서프라이즈 선물이 되어 주었다. 사소하든 급격하든 인생의 달라진 각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곳으로 그들을 이끌어 갈 것이다.
호텔을 나서는 그들의 발걸음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달라질 그들의 인생을 응원하면서. 그리고 나 또한 궁금해졌다. 지금까지의 여행을 통해 내 인생의 축이 어떻게 바껴 왔는지, 앞으로 떠날 여행들에서 나는 또 무엇을 얻고 무엇을 버리게 될지. 힘껏 고민하고 힘껏 기록하며 '나만의 일주일'들을 기억해 가야겠다. 그 마법같은 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