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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문 May 12. 2017

특별한 선물

귀향, 어부가 되려는 그의 앞날을 축복하며

그가 전화를 했다. 몇 년만인 것 같다. 그와는 2000년 반도체 장비회사에서 처음 만났다. 그때 그는 CS(서비스 사업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만난 지 18년 되었구나. 부도난 회사에서 고생 많다고 간간히 바람에 실려 듣고 있었다.

매직큐어(손톱 광택기) 10개를 사고 싶다고 했다. 다음 주에 귀향하려고 하는데 특별한 선물을 생각하다가 전화를 했다고 했다.

매직큐어를 준비하고 전화를 했다. 그가 사무실로 왔다. 들고 있던 매직큐어를 건네 주자 지갑을 꺼내려고 했다. 선물이라고 말해주었다. 당황하며 아니다고 한사코 돈을 주려고 했다. 한사코 받질 않았다.

같이 점심을 먹었다. 동해 울진으로 돌아가 그는 배를 탈 것이라고 했다. 아버지에게서 고기잡이를 배울 계획이라고 하며 지금은 가자미가 제철이라고 했다. 오징어 대게 등등. 철 따라 잡는 것이 다양하다고 벌써 어부가 된 듯 즐겁게 말했다. 나서며 계산대로 향하는 그를 밀어내었다. 당황하며 한사코 내려고 했다. “내 한번 놀러 갈 테니 그때 잘 좀 해줘~”라고 말하자 “전화 주시고 오시기만 하세요” 하며 기분 좋은 웃음으로 물러났다.

그의 나이 46세. 도시로 나와서 27년 만에 고향 울진으로 귀향하는 것이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그의 어깨가 가벼워 보여 좋았다. 적응하려면 쉽지는 않겠지만 그는 잘 해낼 것이고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다.

“그동안 도시에서… 고생... 많이 했네~”라는 내 한마디에 그는 복잡한 심정의 얼굴로 가만히 웃었다. 어렵고 힘들었던 그의 고단한 도시생활에 대해 고향 울진에서 어부로 보상받기를 빌었다.

 대게철에 울진 후포항에 한번 다녀와야겠다.

<특별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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