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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문 Aug 27. 2017

걱정 말아요 그대

걱정, 할 필요 없다

아내에게서 문자가 왔다. “달링. 여기지금 비 무지 오는데. 집에 문” 아차. 아침에 출근하면서 아내가 한 말이 생각났다. 비가 오락가락 세게 오니 창문을 닫고 나가란 말이 번개처럼 생각났다. 번개처럼 생각이 났다는 말이 적절하다. 이어 반사적으로 어이구 하는 말이 튀어나온다. 그야말로 반사적이다. 그리고는 갈등한다. 곧이 곧 대로 사실을 말해? 그러면 잔소리 듣겠지. 아, 잔소리 듣기 싫은데. 안 그래도 요즘 자기 말 잘 안 듣는다고 하던데. 이거 잔소리가 아니고 온소리 듣겠네. 아니지. 일단 위기는 넘기는 거야. 옛말에 소나기는 우선 피하라고 했잖아. 저녁까진 아직 5시간 이상 남았으니 그동안 비가 들이쳤다 해도 마르지 않을까? 밖을 보았다. 낮인데도 얼마나 많이 오는지 어둡다. 그야말로 비가 양동이로 내리 붓는다. 요즘 비, 왜 이러냐. 동남아 출장에서 소나기 만났을 때 내리 붇는 그런 느낌이네. 젠장. 마르지는 않겠다. 어쩐다? 다시 밖을 보았다. 바람은 거세지 않다. 순간 반짝하고 아이디어가 떠 오른다. 아내보다 일찍 퇴근해서 뒷수습해 놓으면 되는 거잖아. 바람이 저 정도면. 그리고 4층인데 얼마나 들어왔을라고. 답장을 썼다. “닫음!” 느낌표를 넣었다가 다시 고민한다. 좀 지나치다. 티 난다. 느낌표를 지우고 물결을 넣었다. 자연스럽다. 교활한 미소를 머금고 전송을 버튼을 눌렀다. "닫음~" 보내고 시간을 보니 이 모든 과정이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아내보다 일찍 집에 왔다. 비는 들어오지 않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일어날 거면 걱정해도 소용없고, 일어나지 않을 거면 걱정할 필요 없다.


<걱정, 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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