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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문 Dec 21. 2017

나이가 든다는 것

아모르파티

첫째가 “옛날엔 물어보면 다 알았는데...... ”하며 말할 때,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웃으며 말하는 것.
 
생수통을 올려놓을 때, 아내가 “아빠 나이 들어 힘없어. 니가 좀 해”라고 말해도, 웃으며 생수통을 올려놓는 것.
 
오래간만에 솜씨 자랑하며 음식을 만들어 식탁에 놓았는데, 둘째가 “또 이거야? “라고 말해도, 웃으며 다음엔 다른 거 해줄게라고 말하는 것.
 
오래 알던 친구가 나를 이용하여 필요했던 것을 얻었고, 이로 인해 다른 친구가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친구를 예전처럼 대하는 것.
 
지인이 나를 순수하게 도와준다고 알고 있었으나 그 목적이 결코 순수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지만 주위에 주절주절 말하지 않는 것.
 
데리고 있던 직원이 서로 약속했던 어떤 사실을 왜곡해 악덕 사장을 만들어 소송을 했지만 그 직원을 미워하지 않는 것.
 
심근경색으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옛 직원을 잊지 않고 그리워하며 기억하는 것.
 
대기업 회장과 면담 시에도 태도와 눈빛은 그 회사의 담당 직원을 대하는 그것과 달라지지 않는 것.
 
선방을 맞고 덩치 큰이와 싸워 겨우 배위에 올라 때리려다 상대가 잘못했다고 하면 그만 두는 것. 이를 3번까지 참고 내려오는 것.
 
술 마시며 같은 얘기 반복하지 않는 것. 한때 얼마나 잘 나갔는지 자랑하지 않는 것. 과거보다 현재와 미래를 얘기하는 것. 억울함을 변명하지 않는 것. 외로울 때 외롭다고 말하는 것. 오래 이야기하지 않는 것. 내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설명하지 않는 것. 오해를 견디는 것. 내가 도와준 것은 잊고, 나를 도와준 이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 아내와 아들과 내 부모를 사랑하는 것. 그리고 내 운명을 사랑하는 것.


<나이가 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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