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오늘은 한잔하자
2017년 10월 28일 토요일. 오후 4시 30분.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
노래가 흘러나왔다.
겨우 들렸다. 볼륨을 높여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초콜릿 하나가 기사의 손에 전해졌다.
소리가 높아졌다.
제이. 아름다운 여름날이 멀리 사라졌다 해도. 제이. 나의 사랑은 아직도 변함없는데…
차창 밖을 보았다. 그랬다. 여름이 다 가버렸다. 나의 여름 사랑은 변함이 없는데, 여름은 오지도 않고 가버렸다. 그리고 가을도 이 만큼이나 와버렸다. 택시에서 내려 발에 밟히는 낙엽을 보고.
아, 벌써 가을이네.
“아빠, 수고했어~”
집에 들어서자 둘째가 포옹을 해왔다. 중2 아들이, 웬 일 이래.
가방을 내려놓고 휴대폰을 꺼냈다. 아내의 문자가 와 있었다. “시험 마쳤어? 숨넘어감” 시험마쳤어?라고 쓰고 시험잘쳤어?라고 읽는다.
냉장고를 열었다. 막걸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은~ 조덕배의 노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먹걸리야, 미안해. 내, 너를 이리도 소원히 대했구나. 최고의 안주를 내가 남겨왔지!” 가방에서 아내가 점심으로 싸준 김밥을 꺼냈다.
그래, 오늘은 한잔하자.
그래, 다시 시작이다.
<오늘은 국가자격시험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