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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문 Jul 19. 2018

일단 불은 꺼고 봐야지

무엇이 중 헌디

덥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 아파트 단지 내 광장. 관리실에 가서 사다리를 빌리려고 갔다고
너무 낮은 것이어서 그냥 돌아오고 있었다. 부동산 사무실 앞에 왔을 때다. 공구를 허리 벨트에 주렁주렁 달고 있는 공사 작업자 한 명이 다급히 다가와 묻는다.

근처에 가장 가까운 병원이 어디 있습니까? 목소리가 흔들리고 다급하다. 보니 오른손을 다쳐 피가 흥건하다. 강남병원이 있는데 차로 3분이면 된다고 하며 방향을 가리켰다. 아니 어쩌다가 다쳤어요 라고 묻고 싶다. 고맙다고 돌아서려는 그를 보자 갑자기 옛날 유머 <x새끼 시리즈 > 생각난다.

안 되겠다. 이봐요, 제가 차로 데려다 드릴게요. 이쪽으로 오세요. 주차장으로 나는 급히 앞서가고 그는 다급하게 뒤따른다. 그가 조수석에 타자 출발한다. 조수석 안전벨트를 하지 않아 알람 소리가 띵띵거린다. 손을 다쳐 안전 띠 착용이 어렵다. 무시하기로 한다.

단지 앞 사거리에 좌회전 신호가 막 떨어졌다. 속도를 조금 더 높인다. 좌회전하자 대로에 직진 차가 가득하다. 가장자리 차선이 비었다. 다행히 우회전 차량이 없는 것이다. 그쪽으로 차선을 바꾼다. 횡단보도 앞까지 오자 마침 직진신호가 떨어진다. 속도를 조금 더 높여 앞선다.

사거리 하나 더 지나며 병원 응급실 앞에 도착했다. 명함을 꺼내 그의 주머니에 넣어주며 돌아올 때 태워줄 테니 전화하라고 했다. 2시간이 지났을까. 그가 부동산 사무실에 들어선다. 오른손엔 붕대, 왼손엔 비타 500 박스가 들렸다. 빨리 와서 치료가 잘 되었다고 고맙다고 연신 허리를 숙인다.

옛날에 들은 얘기는 이러하다. 아이가 물에 빠져 살려달라고 외쳤다. 지나가던 어른이 이를 보고 다가와서 말한다. 아니 이렇게 위험한 데는 왜 들어갔어? 부모님이 위험한데서 놀지 말라고 하지 않던? 어른들 말을 잘 들어야지. 계속 이어지는 분석과 이유와 나무람 속에 그 아이는 겨우 겨우 물가로 나오며 한마디 했다. “그냥 가, 새꺄”

<일단, 불은 꺼고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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