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기문 Jul 17. 2018

따뜻한 여름

더위를 이기는 정신 승리 법

장마는 끝이 난 것 같다. 불볕이 내려온다. 오전에 집을 몇 군데 보여주고 나니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다.


점심시간. 며칠 전 지인이 사준 떡볶이가 생각났다. 따봉. 맛이 좋았던 것이다. 그래 오늘 점심은 배달 대신 분식을 포장해 와서 먹자.


따봉 분식집을 찾았다. 이크. 오늘이 일요일이지. 일요일은 쉽니다라는 문구가 입구에 자그마하게 붙어있다. 전화해볼 걸. 발길을 돌리는데 같은 분식집을 찾아오던 공사장 일꾼 4명이 난감해하며 같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그들의 대화가 들린다. 한 사람이 길 건너 안쪽에 김가네 김밥집은 문을 열었을 거라고 했다. 모두 발길을 그쪽으로 잡는다. 나도 따라잡는다. 걸으며 한 사람이 덥다고 푸념하자 여럿이 그렇다고 한 마디씩 짜증스럽게 날씨를 욕한다.


진짜 덥기는 하다. 시간이 12시 30분이고 구름은 없으며 바람도 잠잠하니 그럴 수밖에. 이때. 한 사람이 말한다. 아~ 따뜻하다. 옆에서 말한다. 미쳤구나. 더워 죽겠는데 따뜻하다니 더위 먹었냐?


그러자 따뜻하다는 사람이 말한다. 어차피 날씨는 바꿀 수 없고 내 마음이라도 바꾸면 좀 낫잖아. 아~ 따뜻하다. 순간 쨍쨍하던 햇빛이 따갑지 않고 따뜻하다는 착각이 든다.


김가네는 만원이다. 그 일행은 막 일어나고 있는 테이블을 기다려 자리를 잡는다. 나는 주문대로 가서 포장 주문을 물었지만 주문이 많이 밀렸다는 소리를 들으며 김밥 마는 주인의 바쁜 손길이 본다. 다음에 올게요.


돌아 나오며 그들 일행을 본다. 시원한 실내에서 웃고 서로 얘기하며 주문하고 있다. 밖은 여전히 뜨겁지만 한마디 한다.


<아, 따뜻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후반전 시작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