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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문 Sep 18. 2019

우리생각이 우리 것일까

카타리나, 이제는 우리가 읽어요!

<대체 누가 이걸 읽겠어요?>


소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를 다시 읽었다. 이 소설은 대다수 사람들이 보는 <차이퉁>과 같은 황색신문이 무고하지만 불운하게 어떤 사건에 연루된 ‘카타리나’라는 한 여인을 천하의 나쁘고도 부도덕한 인간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을 통해 언론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차이퉁>의 황당한 보도에 절망하고 있는 카타리나에게 비교적 객관적으로 보도한 신문들을 가져다준 여경 보조에게 카타리나는 울면서 이렇게 외친다. “대체 누가 이걸 읽겠어요? 내가 아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차이퉁>을 읽거든요!”


이 얘기는 결코 멀리 있는 가공된 소설 속의 얘기가 아님을 우리는 어제도 오늘도 듣고 보고 읽는다.


대학 시절, 월요병이 시작되는 일요일 밤이면 TV 화면에 등장하여 두 손바닥을 앞으로 보이면서 우리를 웃게 했던, 이경규를 발탁했던 개그계의 신사 ‘주병진. 그는 한 꽃뱀 사건에 연루되어 어렵게 무죄를 입증했지만 그의 전성기는 지나가 버렸고 잃어버린 명예는 온전히 찾을 수가 없었다.


직장 초년 시절, 저녁 귀가를 서두르게 만들었던 드라마 ‘모래시계’의 터프가이 ‘최민수’. 그는 재판까지도 가지 못했던, 소위 ‘감’도 되지 않았던 70대 노인 폭행 의혹 사건에 연루되어 괴물로 포장되었고 결국 산속에 까지 들어가야 했다.


2019년 여름 끝자락, 기자간담회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는 광풍 속에 태풍 링링이 끝나면서 장관으로 임명된 조국 법무부 장관을 통해 어떻게 사실이 왜곡 편집되고 부풀려지며 가족이 고통받게 되는지를 실시간으로 보았다.


그러나 또한 우리들은 이전과 다른 새로운 한 가지를 경험했다. 전국에 실시간 방송된 ‘기자간담회’와 ‘인사청문회’를 통해서 어떤 얘기가 오가는지 그 상황을 생생히 직. 접. 보고 들은 것이다.


그 많은 기사를 쏟아낸 기자들의 반복되고 어설픈 질문 속에서, 후보자가 손가락을 이렇게 움직였다고 하는 국회의원의 말속에서, 우리는 몇 주 동안 보고 들었던 팩트 또는 팩트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여겨지던 어떤 것들이 사실은 팩트가 아닐 수도 있으며 또한 왜곡 과장되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많은 언론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진실’의 전달이 아니라 우리들의 생각을 ‘조종’하는 일이다. 많은 언론은 어떤 사건을 보도할 때 실체적 진실의 전달을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단편적 사실을 취사선택 편집하여 대중을 선동하여 그들이 필요로 하는 여론을 만들어 내는데 그 목적이 있다. 조작을 통해 생각을 조정하는 것.


팩트를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보도하면 팩트가 되던 시대, 팩트 제조사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그리고 몇 개의 공중파의 시대를 넘어 인터넷과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들은 똑똑해지고 있는 것이다. 뉴스를 볼 때 “무엇을 얘기하는지’ 뿐만 아니라 ‘어떤 의도를 가지고’ 보도하는 지를 우리는 이제 생각해야 하고 할 수 있다.


카타리나, 주병진, 최민수 그리고 언론의 왜곡 과장 오보로 고통받는 모든 이들. 이들의 잃어버린 명예는 또한 우리들의 명예일 수도 있으니까.


<카타리나, 이제는 우리가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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