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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문 Feb 06. 2020

온라인 시대

그러나 미용실은 배달하지 않아요

“누구세요?” 미장원에 들어서다 귀를 의심했다. ‘어서 오세요!’가 아니고 ‘누구세요?’ 잠시 후. “아, 죄송합니다. 어서 오세요~” 자리에 앉으니 사과가 이어진다. “12시 예약 손님이 깜빡 잊어서 못 온다고 전화가 왔는데 그 사이에 스마트폰 보다가…. 시간이 휙 하고 지나가 버려서 손님 들어오시는데 멍해져서요. 죄송합니다. 호호호”


“용서해 드릴게요. 예쁘시니까” 미용사가 빵 터졌다. 예쁘다고 하는데 싫어할 사람이 별반 없는 것이다. 이런 말 하기 쉽진 않지만 하다 보면 할 만하다. 효과도 좋으니 강추한다. 아무튼, 환하게 웃으며 정성스럽게 커트를 시작한다. 이제부터 서로 주고받는 얘기는 호의적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사는 게 다 뭐. 이렇게 돌아가는 거지.


“요즘, 경기 안 좋죠?” 뜬금없는 질문이다. 다시 되물었다. “미용실이 잘 안되세요?” 아니라고 했다. 그럼 왜 경기가 안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주위 사람들이 다들 그렇게 얘기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음… 예쁘시니까 설명을 좀 드릴게요” 카르르르 웃으며 “네, 해주세요”


“현재 신종 코로나 문제는 차치하고, 제가 알기로는 실제 경기는 별반 나쁘지 않아요.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미국도 사실 호황입니다. 다만, 주위에 장사 잘 되지 않는 업종에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분들이 힘들어할 겁니다. 장사 잘 되는 사람들은 잘 된다고 잘 얘기하지 않죠.” 나의 설명은 이어진다.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한 것이다. 서점도, 화장품도, 심지어 고기도. 아는 후배가 온라인 고기 판매와 고기 자판기 사업도 하고 있다. 서점 가서 사고 싶은 책을 고르고 스마트폰으로 주문한다. 할인을 받을 수 있고, 필요하면 현장에서 바로 배달 서비스도 되니까. 화장품도 오프라인 매장 가서 제품 확인하고 스마트폰으로 주문하기 일쑤다.


좋은 고기 싸게 사고 싶으신 분을 위한 막간 후배 광고. 네이버에서 ‘미트박스’를 검색하세용~


앞으로 살아남는 회사의 종류는 아마도 3가지 일 것이다. 직접 만드는 제조사. 이를 고객에게 배달하는 배달사. 그리고 이들을 연결하는 서비스 네트워크사. 피자헛도 '요기요'에서 주문하는 시대니까.


혹시 주위의 지인이 경기가 안 좋다고 하면 다시 물어보라. 진짠가 그냥 들어서 그렇다고 생각하게 된 것인가를 말이다. 만약 직접 느낀다고 말한다면 아마도 그분의 사업이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는 종류의 일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미용실은 끝까지 살아남으실 거예요. 이건 배달이 안되잖아요” “그렇네요. 이건 배달이 안되죠 호호호. 감사합니다. 좋은 말씀 해줘서 깎아 드릴게요.” 머리만 깎은 게 아니고 요금도 깎았다. ㅋㅋㅋ.


요즘은 얼굴이 예쁘면 마음까지 예쁜 것 같다. 예쁘니 사랑받고, 사랑을 받아 보았으니 사랑을 할 줄 알고 또한 나눌 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온라인 시대 그러나 미용실은 배달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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